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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 흙에서 빛을 찾다

정영숙

이은주-Light Weaving

흙에서 빛을 찾다


정영숙(갤러리세인 대표,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빛이 예술가의 조형활동에 본격적으로 새로운 요소로 등장하던 때는 20세기 이르러서였다. 그 후 기술발전은 예술의 테크놀로지 현상을 급속하게 증가시켰고, 현대미술에서 새로운 이미지 또는 공간창조에 대한 모테로 작용하고 있다. 1960년대 라이트아트를 비롯하여 비디오아트, 디지털아트, 뉴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인 예술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LED는 테크놀로지 장르 외에도 회화, 조각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LED의 특징은 빛의 입자와 파동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빛이면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상호작용을 통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시각과 청각 등 다감각을 함께 사용하는데 이점이 큰 재료이다.


 이은주 작가는 흙에서 빛을 찾는다. 부드러운 흙으로 구형을 만들고 타공 한 후 LED 빛을 투사한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타공들이 연결되어 입체작품, 벽면설치, 공간설치 등으로 디스플레이 된다. 타공들의 연결은 날실과 씨실로 직물을 만들듯이 촘촘하게 짜여진다. 흙이 라는 기본 재료로 빛을 투과시키고 직조하는 과정은 어느 작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조형성이며 재료를 다루는 테크닉의 결과이다. 타공과 직조는 작품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타공의 제작과정은 슬립케스팅으로 만든 원형을 건조한 후 구멍을 뚫어낸다. 수백 개, 수천 개의 타공을 하다보면 투각되어 버려진 흙이 남는다. 작가는 “반복적인 투각장식 또한 정해진 형태의 기물에 타공을 하여 물리적 부피를 줄인다는 개념에서부터 출발했다.”라고 말한다.


 타공은 하나의 점이다. 타공과 타공의 결합은 점과 점의 연결로 직조(Weaving)된다. 타공을 만들 듯이 직조하는 과정 또한 노동집약적인 결과물이다. 동일한 패턴을 정확하게 지속하는 과정은 인내의 시간이다. 수련과 연찬의 과정을 거쳐 빛으로 만나게 된다. 빛을 작품의 중심 주제로 사용한 작가들은 빛에 의해 만들어진 명암, 그림자,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한편, 예술의 정신성을 강조한 작가들은 연출된 공간에서의 명상과 사유를 이끌어낸다. 이은주 작가는 자연의 빛을 담아내고자 한다. 'Healing Light', 'Light Therapy'에 관심을 갖고 자연 그 자체로의 빛을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주목한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들, 파란 하늘 위의 뭉게구름, 태양빛에 반짝이는 잔잔한 물 빛, 갈대숲의 반딧불이 등”라고 말하는 작가의 빛은 서정성이 응축된 빛, 작품의 주제이다.



 이번 전시 작품은 크게 타공을 직조한 <Walk on Cloud>, <Double Space>, <Light in reed Bouquet> 와 U자 형태를 직조한 <Light Weaving>, <Healing Chair>로 구분된다. <Walk on Cloud>은 타공들을 알루미늄 선으로 연결하여 곡선의 흐름이 마치 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처럼 유연하다. 타공들의 빛이 상호 침투하고 그림자를 드리우며 오로라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지금은 흰색과 파란색이 중심이지만 붉은색, 오렌지색, 보라색등 변화도 가능하다. 작가는 색 소지로 빛의 색을 다양화한다. 도자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작가들처럼 색의 변조를 LED 색상에 의존하지 않는다. 흙 자체에 색을 변화시키는 것도 차별화이다. <Double Space>는 거울 프레임을 사용, 우주공간을 상상하며 아름다운 별빛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이다.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작가의 의도처럼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며, 감상자의 경험에 따라 색다른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Light in reed Bouquet>는 지상의 별, 반딧불이를 떠올린 작업이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딧불이는 공해가 없고 청정지역에만 서식한다. 수만 마리가 움직이는 빛의 향연이 갈수록 그리울 것이다. 이처럼 희귀한 반딧불이의 빛을 표현한 작품은 숲 속에서 반짝이는 형상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짧은 빛으로, 갈대숲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빛으로 조형화한다. U자 형태를 직조한 <Light Weaving>의 작가의 작업 의도는 “U자 형태의 도자유니트를 LED 광원을 연결 해가며 곡선적인 직물 구조의 흐름을 만들고 빛의 흐름은 음악에 반응하면서 부드러운 빛의 하모니를 담고 있다.”이다. 잘 짜여진 직물이 바다 위 잔잔한 파도의 흐름에 움직이는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품 옆에 준비된 헤드폰으로 청각까지 활용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Healing Chair>는 <Light Weaving>작품 옆에 놓여져 있다. 의자의 다양한 해석 중에 작가는 기다림, 휴식의 의미를 부여한다. 안정적인 의자의 형태에 U자 형태의 도자유니트 사이에서 비추는 빛은 전구색(warm white)을 사용하여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을 색채로 덧붙인다.


  

 자연의 빛을 부각시키기 위한 제작 방식으로 작가가 주의했던 점은 “시유하지 않는 백색 태토를 그대로 번조시켜 흙을 통해 투광되는 광원의 파장을 더욱 감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도자기 물성 자체에서 오는 정형화된 형태로부터 해방)은 샹들리에나 스탠드 등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도자 조명의 조형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이다. 이처럼 이은주 작가의 빛은 기존 작가들이 다루지 않는 도자 재료로 차별화한 서정적인 빛이다. 빛의 공간 연출과 명상적이고 종교적인 숭고함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연의 재료인 흙으로 조형화하듯 자연의 빛을 감성적으로 담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타공과 U자 형태들이 결합된 점, 선은 최소한의 형태로 표현된 미니멀리즘이다. 단순한 형태의 깊은 짜임,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는 작가의 힘이다.


  

                                                                                                                     출전: 이은주개인전서문(갤러리세인 2013.09.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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