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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범 / 청자는 보석이다

정영숙

청자는 보석이다

정영숙(경희대학교 겸임교수, 갤러리세인 대표)

 

안녕하세요작가님! 갤러리세인 초대 <이은범-법고창신>전 기대가 큽니다. 청자작업을 15년 이상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 주제와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제가 청자 작업하면서 계속 화두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법고창신입니다. 그 뜻처럼옛 것을 제대로 익히고 새로운 것을 더하고 싶습니다. 기존 발표 작이 흙의 가능성 실험, 즉 기본적인 형태를 만드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였다면, 이번에는형태 위에 문양, 색상을 더해 새롭고 호감이 갈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볼까? 라는 화두로 실험하고 준비한 것입니다.


 


청자에서 색감이 다양합니다. 중국의송나라 청자보다 훌륭한 천하제일의 고려청자의 비색은 12세기 이후 지금까지 대표 색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청자의 어떤 색감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였나요?

 

청자 색은 백자보다 휠씬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됩니다. 그만큼 색상의 폭이 넓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비색 청자 색이라는하나의 청자 색에 고정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면 더 다양한 청자 색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색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서 그걸 모방하려고 했었습니다. 초기작업에는 약간 녹색기운이 강한 것을 선호했지만 2~3년 사이에 푸른 기운이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조금씩 색은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양한 청자 색을 추구합니다. 형태나 쓰임 크기 등등에 따라 어울리는색이 있으니까요.



 

청자죽순형펜꽂이_10.8x21cm_청자토,청자유_2013


설명을 듣고 보니 현대적인 청자에 맞는 새로운 색감의 작품을 감상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려청자 조형성 중에 으뜸은 상감(象嵌)기법입니다. 작가님의상감청자는 문양으로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고려청자 문양 중 좋아한 것은회화적 느낌이 강한 초기의 상감 문양입니다. 그 이후에 패턴화되거나,도식화된 문양의 상감은 둔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초기의 문양장식의 느낌. 섬세하고 또 회화적인 느낌의 화면을 어떻게 구성해 드러낼 것인가. 그위에 더할 것은 없는지를 고민하고 실험합니다 최대한 섬세한 부분은 섬세하게 색이 필요한 부분은 색을 넣어 섬세하고 색감이 풍부한 청자를 만들려노력했습니다 .

 

청자작업을 통해 역사적인 유물의 맥을 이어서 현대적인 맥을 이어가는 작업으로보입니다. 그렇다면 고려청자와 작가 작업의 연관성, 그로인해 청자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고 싶은 이유, 유사성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청자작업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작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골똘이 생각해 보니 청자가 보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석 같은 느낌, 귀한 것, 고급스런것을 조형성 있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작업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이컸습니다. 흙과 유약 등 재료적으로도 제가 표현하고푼 영역까지 허용을 안 해 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것을 찾는 과정에서 고려시대에는 충분히 표현 가능했던 것들이 지금은 왜 안될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강진 부안 등지에서 전통적인 것들을 공부하기시작했습니다많은 것들을 알게되었지요 그 곳에 있는 재료들을 찾아서 실험하면서 제 작업의 방향이 구체화 되었습니다. 고려시대 청자의색,, 표현방식의 디테일이 지금 청자보다 훌륭한 부분이있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것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것을 모색합니다현 시대 사람들이 공감하는 미감이 중요합니다. 요즘 생활공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색, 형태와 문양의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대도예가로 고유한 문화와 도예를 학습하고 재료적인 탐구를 통해서 지금 시대에맞는 청자, 고려시대의 청자가 인지, 컨템퍼러리 청자를 만들고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작가의 실험정신과 노력 및 탐구정신이 드러낼 수 있어보입니다. 그러면 생활 속에서 작업들은 어떻게 사용되길 바라세요? 형태나크기, 색상까지 다 고려한 것입니까? 현대도예가로 살아가면서작가의 작업이 우리 일상과 어떻게 소통되길 바라는 마음입니까?

 

전업작가로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저는 바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자기를 많이 쓰고, 한편으로 잘 깨뜨리길 바랍니다. 또한 도자기는 손안에 딱 잡아봐야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제 사용하면서 쓰다듬고 만지고 닦아보고, 그리고 손안에서공기 돌 다루듯이 작은 컵 하나를 만져보길 바랍니다. 작품을 만지고 색을 보고, 쓰다듬어보면 만든 사람의 마음이 보입니다. 쓰는 사람을 위해 어떤마음을 썼는지 무엇을 전하려 하는지. 쓰기 편한 그릇이 자꾸 손이 가게 된다는 사실은 제가 집에서 사용하면서경험한 것입니다. 컵 같은 경우 계속 자주 사용해보면 가벼워야 하고 무게중심도 위쪽에 있어야 좋습니다. 그리고 일품으로 탁자에서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무게 감이 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쓰이는 것과 용도에 따라서 무게 감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도도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얇게만 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쉽게 파손되는 것도 부담입니다. 색도 다양해야 합니다. 재질도 그렇고요. 음식종류, 쓰임에 따라 다 달라져야 합니다. 식탁이 풍부해야 좋습니다. 생활공간도 그렇고요.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선을 찾고 있습니다. 작가적인 욕심으로는가장 이상적인 선, 형태를 추구 하고 싶지만 소통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활자기는 교감 및 소통을 하는것을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 외에 개인적인 욕심을 내고 싶은 것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작업진행 방향에 대해 궁금합니다. 청자작업을계속하실 것인가요? 계속한다면, 조형적 실험은 어떤 방향으로갈 것인지?

 

내가 청자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 되어 있지만, 작가가 청자를 한다고 해서 청자작가가 아니고 작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자리매김이 되어야 합니다. 간혹 청자라는 타이틀에 묶이는 느낌입니다. 청자작가로 국한되어 작업하고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작업은 순수한 조형작업입니다. 그 동안 실험한 것이 이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봅니다. 내용적으로 ‘그 사람의 어떤 것’. ‘내가 느끼는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실험으로 청자가 무언가를 표현하는 재료로서 충분한 가능성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해볼까 합니다.


 


기획자로서 바램은 도자기의 훌륭한 문화 · 조형적 가치를 과학자가 실험을통해 새로운 학술을 발표하듯이 이제 도예가도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도예가는기본적으로 흙의 물성, 유약 실험, 불의 온도 등을 연구합니다. 또한 조형성 ·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감성 · 철학을 고려합니다. 어떤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혀갈 계획인가요?

 

글쎄요... 대학 졸업 후에 고향에서 작업을 결심했을 때는 죽을 때까지 현장에서젊은 사람과 같이 한 운동장에서 뛰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었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60~70세가 되어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 내가 원하는 것이어떤 것이 샘솟듯이 솟아나서 열정 있게 끝 가지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도예 작업을 20년 넘게 했어도 지금도 실패가 많습니다. 흙과 유약도 중요하지만원하는 소성을 하기에는 지리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이 많습니다, 실패는 많이 하는 것이좋았습니다. 그래야 내일 실패할 것이 있죠, 그래서 성장하고있는 것 같습니다.

 

가마에서 작품을 꺼내는 날, 충북음성의 작업실에서 작가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그의 공간은 옛 것을 실험하는 연구실 같았고, 새로운 창작을 갈망하는 예술가의 작업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법고창신의정신을 청자작업으로 조형화하는 작품으로 첫 째, 투각 색상 조형도자.둘째, 조선시대 한국화를 상감 한 합, 접시, bowl. 셋째는 곡선의 리듬이 강조된 버블시리즈 조각입니다. 작가의열정이 묻어난 작품을 오감으로 즐기는 전시, 직접 사용해보는 촉각의 전시가 될 것입니다.

 

하늘과 땅은 비록 오래되었으나 끊임없이 새것을 낳고

해와 달은비록 오래 되었으나 그 빛은 날로 새롭다(天地雖久 不斷生生 日月雖久 光輝日新 )

- 연암 박지원, ‘초정집서 (楚亭集序)’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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