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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지출 Depense Noble / 예술가의 선물-나의 첫번째 컬렉션전

정영숙

고귀한 지출

Depense Noble


정영숙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갤러리세인 대표)


선물은 누군가에게 물건을 주는 것, 받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무형의 것이 오고간다. 유․무형의 것을 주고받는 선물은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된 문화이다. <증여론>의 저자 마르셀 모스는 “선물은 생활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면서 사회구조를 작동시킨다. 주기와 받기 그리고 답례라는 선물의 삼각구조는 명백히 총체적인 사회적 사실이다.”라고 증여와 교환 그리고 호혜성에서 다룬다.

예술작품을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예술가에게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기성제품보다는 정성스럽게 만든 선물을 받을 때 감동처럼 예술가의 작품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 그건 물리적 대상의 사물이 아닌 기호(記號)로서의 작품의 소비이기 때문이다. 선물이라는 교환체계가 사회구조를 작동시키는 것이라면 특히 예술을 선물로 주고 받는 것은 물건 이상의 문화적 소비를 실천하는 예술 유통의 실천이다. 즉 미술품은 미적효용을 주는 소비재이자 부동산, 주식처럼 자산이다. 또한 소장가치와 증여도 가능한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예술가의 선물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의는 예술가의 작품이 교환되는 문화를 만드는데 있다.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인들도 백화점에서 선물을 구매하듯이 쉽게 선택할 수 있음 을 제안한다. 미술품의 가격이 명품백보다도 결코 비싸지 않고, 미술품으로 선물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한다면 미술품과 상품을 선택하는 간격은 좁아질 것이다. 또 다른 의의는 “예술가는 우리의 이웃이다”라는 인식이다. 가까운 예술가를 보면 본인의 작품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예술가의 선물을 받아 볼 기회이다. 상품을 구입하면 그 회사를 알게 되고 명품을 구입하면 브랜드가 떠오르듯 예술가의 작품을 구입하면 예술가를 알게 된다. 르누아르의 평생 후원자 폴 뒤랑 뤼엘1831~1922은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르누아르 가족과 절친한 관계가 되었다. 뤼엘은 르누아르의 작품 모델이 되기도 했고, 그의 자녀까지 르누아르를 삼촌처럼 가깝게 대하였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세중의 아들인 양평대군이 있다. 그는 시서화에 능했고 자신이 꿈에서 본 도원桃園을 안견에게 들려주어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걸작이 나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안평대군은 조선과 중국의 명화를 200여점 이상 소유한 컬렉터였다.


예술가의 선물-1부 전시전경


선물은 가족과 지인에게 주는 고귀한 지출Depense Noble이다. “나는 아이에게 삶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술가의 작품을 선물했다”라는 경험담은 단순 물건으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나눔이다. “나는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나는 예술을 선물 받았다”라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떨까? 인생에 가장 의미있는 선물을 받는 순간,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예술이 삶 속에서 스며들게 된다. 선물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며 애정이다. 예술작품의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미술품은 책, 시계, 펜 그리고 초콜릿, 꽃 음식, 과일, 의류, 와인 등을 주고 받는 경우보다 아주 희소하기 때문이다. 선물 받는 조각, 사진, 공예 작품 중 취향에 적합한 작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다. 미술품이 사치품이라고, 권력자들의 순수하지 못한 선물로 언론에 보도돼 미술시장을 부정적으로 왜곡시키는 경우가 문제이다. 물론 몇 백 억 하는 작품이 있다. 검은돈을 희석하기 위해 그림선물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주 몇 몇 작가의 고가의 작품이, 음성적인 거래가 미술작품을 돈 많은 권력자나 재벌가와 결탁된 것으로 인식된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는 극히 드물다. 순수한 예술정신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며 치열하게 작업하는 예술가가 훨씬 많다. 또한 작품에 따라서는 몇 만원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예술가는 우리의 생활공간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 같은 존재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멀게만 느껴지고 나와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렸던 예술작품을 즐겁게 감상하고, 첫 컬렉터의 경험을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컬렉션 가이드이다. 기존 컬렉터는 투자나 소장가치가 중요한 슈퍼컬렉터도 있지만 집안 장식이나 건물의 인테리어, 취미 등의 용도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처음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투자나 증여가 아닌 순수한 소유, 선물, 장식 목적이 크다. 마오리족의 속담에는 “Ko Maru kai atu / Ko Maru kai mai / Ka mgohe ngohe (네가 받을 만큼 주어라. 그러면 일이 매우 잘 될 것이다).” 첫 컬렉션을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또 다른 사람에게 예술가와 이웃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비록 작은 소품 일지라도 예술품을 선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해당 예술가를 공유하게 되는 기쁨이 있다. 작품에는 예술가의 삶이 있고,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을 향유하고픈 열망이 있는 분에게는 가장 쉽게 미술의 문턱을 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획자가 초대작가에게 요청한 내용은 간단하다. “작품의 사이즈와 재료는 자유롭게 구성하되, 내용은 작가의 기존 작품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게 제작하고, 예술가의 작품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도에 맞게 착한 가격대가 중요하다. 전문 컬렉터가 아닌 미술애호가나 일반인들이 작품을 한 점 구입하는 경험을 만드는 데 있다. 초대작가분이 특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에 맞는 좋은 작품을 사이즈에 관계없이 제작해주길 바란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관/주최는 갤러리세인과 유네임잇에서 기획과 전시를 주관하고, 유네임잇은 그래픽 디자인, 북디자인을 주관한다. 예술가의 선물전은 기존 전시와 성격이 다르다. 전시와 감상 이상의 첫 컬렉션을 유도하고 미술작품이 선물이 되도록 그래픽에서 패키지디자인까지 전문가와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크리에이티브 그룹, 유네임잇은 고객이 선택한 작품이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미술작품 선물의 가치를 격상시키는 디자인을 보여줄 것이다.



예술가의 선물-2부 전시전경


출전: 예술가의 선물-나의 첫번째 컬렉션전

 (갤러리세인 2013.12.10~20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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