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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들내 개인전, Hello!

정영숙

[작품비평]김들내 개인전, Hello! 
 독백하는 인형에서 소통하는 인형으로 

김들내 개인전, Hello! 

정영숙(아트세인 대표, 미술평론)

 김들내 작품은 자기표현 본능성이 깔려있다.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까지 여과없이 드러내며 잠재된 충동을 발산한다. 그 동안 7회 개인전을 통해 발표한 <자라는 인형>, <tears>, <I LOVE YOU>, <Over the rainbow> 에서 어둡고 불편했던 시절, 세상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타인에 대한 실망 등을 ‘인형’이라는 알레고리로 투사하였다. 장르에 있어서 2005년까지는 판화로 제작하였다면, 그 이후에는 유화로 바꾸면서 풍성하고 화려한 색상을 즐겨 사용한다. 
 극작가 장 콕토(Jean Cocteau)는 “영감은 오직 씨앗만을 제공할 뿐 그 후에는 힘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들내는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작품을 시작하였고, 기억의 흔적, 내면과의 대화, 그리고 지적인 능력 등을 꾸준히 발전시키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굳건히 만들어간다. 작가의 내적 충동을 담담하게 대변하는 인형은 커다란 눈동자가 인상적이고 무표정하다. <sweet sweet girl>시리즈는 <자라는 인형>에서 흑백의 우울한 표정, 하나의 희망의 끈만을 겨우 잡고 있는 나약하게 쓰러져 안타까웠던 2007년까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보다 강해지고 화면의 중심을 이룬다. 아픈 기억과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표현하는 과정은 작가로서는 고행이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  즐거움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고 작가는 달콤한 소재를 선택한다. 작가가 좋아하는 기호품(사탕, 초콜렛, 아이스크림)들은 인형과 어우러져 슬픔에서 살짝 벗어난 동기를 이끈다. 이같은 소재는 2006년 발표한 <I LOVE YOU>개인전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랑의 충만함을 달콤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지나침을 경고한다. “제가 그리는 달콤한 이미지들은 달콤하고 예쁜 것 일수도, 사랑스러운 것 일수도, 반짝이는 꿈? 이상? 일수도 있습니다. 또한 과한 욕심이나 집착, 허영심, 이기적인 계산들, 또 달콤함과 위험함의 경계를 그리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라고 작가노트에 적고 있다. 
김들내는 자기표현이 솔직한 작가이지만 사람들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이다. 달콤한 끈적거림을 촉각적으로 표현한 덩어리들은 작가를 압박하기도하고 한편 스며들기도 한다. 자신의 상처와 인간의 욕망을 강렬한 색상으로 포장하여 바닥에 깔린 슬픔과 화해한다. 이번 작품에서 강조된 형형 색상은 구질구질하게 보이고 싶지 않는 반어법적인 제스처이다. 마음을 치유하듯… <Hello>시리즈에서 작가의 시선이 안에서 밖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아직도 불편한 요소는 남아있지만 눈동자는 맑아지고 우주선 날개를 부착한 양 어깨에서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가 엿보인다. <How are you> 2010년 작품은 세상과의 소통을 꽤하는 수줍은 자아이다. <Hello>의 흑백으로 이미지화한 대조된 형상은 천사를 검은색으로, 악마를 흰색으로 표현하여 통상적인 관념을 뒤집으며 이중적인 타자의 모습을 담아낸다. <Hi>, 토끼나 강아지 이미지가 중첩된 <Hello>는 작가 모습이 부드럽게 배어 주변인물과 동화된 소통하는 인형이다. 또한 조형 양식에서도 인물중심으로부터 배경과 어우러지는 스토리로 바뀌고 있다. 단색조의 따뜻한 색상은 훈훈한 기운을 불러 일으킨다.  
 김들내 작업실에서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를 찾았다.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숨김없이 자신의 과거에서부터 독백으로 풀어낸 치열한 용기는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또한 판화에서 시작했지만 자기감정을 보다 충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회화를 선택하여 2003년 개인전 이후 판화작가에서 벗어난 자기실현성이 돋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품은 감각의 보고로 발전하였고,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의 적극적인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희망의 알레고리로 기존 작품에서 풍선, 무지개, 천사였지만 이제는 주변인물과 자신으로 대체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인간으로 하여금 더욱 감정으로 치닫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억압된 감정을 배설, 제거하는 것” 이라면서 해롭지 않는 기쁨을 주는 것을 예술의 기능으로 포함시켰다. 이와 같은 카타르시스 미학은 현대 정신분석학자들이 주장하는 정화작용(abreaction)과 일맥상통한다. 김들내는 감상자를 위해 그림 그리기를 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이입할 뿐이다. 앞으로는 독백이 아닌 세상을 향한 적극적인 감정이입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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