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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개인전 - 맛있는 간판풍경

정영숙




한윤정 초대전 - 간판은 콜라주가 아니다

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갤러리세인은 2020년 첫 초대전으로 음식공간이라는소재로 독창적 조형언어를 빚어내는 역량 있는 한윤정 작가를 초대한다. 

한 작가는 홍익대학교를 마치고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귀국하여 2010년 '식당'이라는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 데 이어 2012년 'on the way toeat'라는 전시를 통해 식당 간판을 전면에 드러내며 음식공간에 대한 탐구를 조형화했다. 그후로도 한 작가는 음식이라는 소재는 작품의 중요한 모티프이자 주제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 역시 '맛있는 간판 풍경'이다. 한 작가는 2017년이중섭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입주를 계기로 제주도생활을 시작했다. 거주지의 변화는 작품 내용에도 영향을미쳤다. 제주 거주 초기에는 제주 풍경이 주를 이뤘으나 점차 본연의 영역인 음식공간으로 돌아와 특히간판을 주축으로 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나무판 위에 아크릴과 유화, 시트지로 꼴라주한 LED 간판이 있는 <작업실 옆 식당> <흙돼지 연탄구이집> < 횟집과 민박> <괸당집> 등의 작품은 제목만 봐도 제주의 음식과그 속에 담긴 문화를 펼쳐 보인다. 

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작업실 옆 식당>은 육지인으로 처음 몸국을 먹었던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 어김없이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나부끼던 국도의 풍경과, 그 나뭇잎 사이로 바라보이던 맑은 하늘의 정경도 함께.... 

더불어 최근 다시 본 영화 <바베트의 만찬>이 오버랩되었다. 제주도처럼 바람이 센 덴마크 유틀란드 해안의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신앙과 음식에 관한 따뜻하고 재치 있고 낯선 미학을 감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영화였다. 

대사 중 특히 '예술가의 가슴에서 나오는 한부르짖음이 세상을 울릴지니 내 인생 최고를 창조할 기회를 주소서'라는 기도가 인상 깊게 남는다. 주인공 바베트는 기도처럼 싱싱한 원재료로 정성을 다해 조리해 프랑스식 최고의 정찬을 제공한다. 영화는 금욕주의 청교도인들의 삶에서 단 한 번 만찬의 쾌락을 맛보는 절정의 순간을 성스럽게 그렸다. 

한 작가는 유학생활. 동안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각자 그들 나라의 음식을 만들고 나누면서 섞여 가는 모습에서 음식공간을 주제로 하는 작업의 모티프를 얻었다. 

이번 작업에 대해 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간판이 나를 불렀듯 나는 간판으로 제주의 음식과 풍경을불렀습니다. 3년째 제주도민이자 이방인인 내가 제주도에서 콜라주 같이 얹혀 그럭저럭 어울려 살고 있듯, 그런 내가 만났던 제주의 존재들을 간판의 불빛 아래 모두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한 작가는 <바베트의 만찬>에 등장하는 요리사를 닮았다. 예리한 감각과 관찰로 맛과 향을너머 제주의 문화를 담아낸다. 제주의 바람길을 걸으며, 사계절을몇 번 거치면서 익숙해진 제주의 음식공간을 현대미술로 기록하는 유일한 작가다. 

그에게 간판은 콜라주가 아니다. 작품이 빛으로 완성되게하는 마지막 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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