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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아트페어, 민낯에서 희망을 낚자

정영숙

2021아트페어, 민낯에서 희망을 낚자 

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갤러리세인은 2021년 여러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봄에 개최되는 화랑미술제, 부산바마, 조형아트페어 그리고 초여름에 자체 기획으로 준비한 호텔 내 미니 아트페어, 이어 가을에는 키아프에 참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경주아트페어를 준비 중이다. 이렇듯 한 갤러리에서 참여하는 아트페어는 한 해 대여섯 차례 이상이다. 

<아트마켓 2021>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20년 전 세계 아트페어의 61%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외국 컬렉터를 만나고 작품을 판매하던 활로가 막힌 2020년, 갤러리들은 아트페어나 자체 온라인 뷰잉룸이나 아트마켓 플랫폼, SNS 등을 활용하여 외국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했다. 아트페어에 지불하는 수천만원, 억대의 부스 사용료와 출장·운송 비용은 크게 줄었다. 주요 외신 인터뷰에 응한 갤러리 중에서는 주요 아트페어를 제외하고는 참여를 줄이겠다고 계획한 곳도 많았다.1)참고 


[표 1] 2021년 상반기 갤러리의 작품 판매 채널
Clare McAndrew, Resilience in the Dealer Sector: A Mid-Year Review 2021, Art Basel & UBS (September 2021), 58.
출처: https://www.artbasel.com/about/initiatives/midyearreview2021pdf


지난해부터 아트페어에서 젊은 관람객과 컬렉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30~40대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관람은 기본이고 직접 미술품 구매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2021년 아트부산을 통해 이들 젊은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술시장에서 매출의 큰 규모를 담당하는 옥션들에 대응해 아트페어를 통한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1아트부산에서는 서울의 기존 컬렉터들 뿐만아니라 젊은 고객층의 행렬이 이어져 몇 부스는 첫날에 솔드아웃이 발생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방송과 신문, SNS 등에서 호황이 시작된 미술시장 관련 기사가 넘치자 일반 관람객과 웬만해서는 미술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일반 대중들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트부산 이후 코엑스에서 개최한 조형아트페어는 이런 움직임의 큰 수혜자가 되었다. 그후 신생 아트페어가 다양한 이름으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제주도 등에서 파죽지세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2021년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아트페어(KIAF)가 개최되었다. 키아프는 (사)한국화랑협회가 예견했던 성과를 훨씬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30만원짜리 VVIP 티켓과 10만원짜리 VIP 티켓은 사전에 마감되었다. 아트페어가 마련된 코엑스 A.B홀에는 관람객과 컬렉터들이 운집해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넘쳐났다. VVIP 입장 당일에는 매출 380억, 아트페어 종료 후 총매출이 650억원 이었다는 기사가 여러 일간지 지면에 올랐다.  전시 후 판매까지 고려한다면 무려 700억 시장이 열린 것이다.

11월 중순, (사)한국공예•디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공예트렌드페어’가 키아프와 동일한 장소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다만 3층이라는 점이 달랐는데, 그로 인해 관람객과 매출 또한 큰 격차가 벌어졌다. 

2021년, 미술품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층과 그들이 컬렉션하고 싶어 하고 관심을 두는 대상이 무엇인지 심층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몇 가지 요인을 꼽는다면, 첫째 30~40대 경제력이 있는 남성들에 주목해야 한다. 고객들을 분석해보니 이들은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 그리고 투자자들이었다. 둘째, 이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마스터 피스의 추상에서부터 일러스트적이고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조형작품을 선호한다. 셋째, 작품당 금액대는 500만원 미만이 강세이고 경제적 여력과 집의 크기와 근무지의 공간에 따라 2000만원 정도 내외의 작품을 고른다. 넷째, 미술 애호가들의 성향과 달리 투자자들은 옥션에서 거래되는 블루칩과 프로모션으로 유명해진 핫한 젊은 작가들, 일부 중견작가를 선호한다. 다섯째, 특기할 것은 유명인들의 영향이다. 특히 BTS의 리더 RM이 미술관을 방문해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아미를 비롯한 대중들까지 미술품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는 판매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도 깊이 살펴볼 거리가 많으나 차후에 기회가 닿으면 보다 면밀히 다뤄볼 생각이다. 

이렇게 미술시장이 물때를 만났음에도 풍요 속 빈곤을 느끼는 장르와 작가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미술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장르는 단연 회화다. 그것도 서양화 중심이다. 여기에 더해 조각과 한국화도 인기다. 가장 주목도가 낮고 판매가 저조한 장르는 공예, 사진이다. 아예 시장 자체가 희박한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도 있다. 한편 작가들의 연령대를 보면 블루칩 원로작가, 몇몇 주요 중진작가, 그리고 일러스트적이고 팝적인 분위기를 띠는 젊은 작가들이 대세다. 

그런데 한창 진득한 작품활동과 농익은 작품으로 주목받아야 할 중간급 중견작가들(40대 후반-60대)은 이 대열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아직 미술시장이 성숙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호황이 지속되면 일반 대중까지 미술시장에 진입하고, 작품을 구매하는 수요층의 안목과 취향이 다양해지면 이들 중견작가 또한 곧바로 미술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리라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공예 컬렉터는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해 볼 때다. 주변에서는 공예가들이 만든 그릇, 오브제, 스카프, 장신구, 유리조각 등을 즐겨 애용하고 고급스럽게 인테리어에 이용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특히 달항아리의 인기는 단연 독보적이다. 회화나 타 장르에서도 달항아리의 형태를 이용한 작품을 무수히 만들어낼 정도다. 그러나 이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국민 총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거쳐 5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면 공예의 일상화가 확장될 것이다. 기존 선진국의 사례에서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2022년 이후, 공예인들이 어떤 방향과 목표로 나아가야 할지 관련 전문가들이 나서서 전략을 짜고 비전을 제시할 부분을 찾을 것이다. 기존 공예가들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고 작품에 적용, 시대를 이끄는 아방가르드적 공예가 정신으로 무장할 필묘가 있다. 현재 각 학교에 재학 중인 미래의 공예가들 역시 전통공예와 현대공예를 익혀 미래 세계 공예계의 선두주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가오는 2022년, 이미 몇몇 아트페어는 참가 신청이 마감된 곳도 있다. 미술시장은 더욱 과열되고 작가주의 정신이 깃든 작품에서부터 상품성이 월등한 작품들까지 골고루 거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갤러리세인은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컬렉터에게 작품이 전해지고 설치까지 마치면 종종 공예품을 골라 선물한다. 이 가운데 특히 갤러리세인 내 온라인샵 '아트윈도'의 스테디텔러 품목이기도 한 손종목 작가의 '백자 금투각 머그컵' 세트와 '백자 십자가 목걸이'는 남녀노소 모든 컬렉터들에게 반응이 좋다. 

머지않아 ‘한국의 최고의 공예품을 구매하려고 해외의 뮤지엄 관계자, 컬렉터, 미술애호가, 그리고 바이어와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우리의 '공예트렌드페어’를 관람하고 우리 공예와 공예인, 공예품에 주목할 것으로 본다. 곧 '공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지금 미술품을 직접 보지도 않고 전화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층은 공예품에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시대 공예가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답은 정해져 있다. 공예인의 철학과 진정성이 담겼으면서도 더불어 쓰임이 있는 공예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예품에는 이제 과학기술(AI인공지능, 메타버스)과 그 기능에 어울리는 공간개념, 인테리어, 요리, 패션 등을 익히는 커리큘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예 전문 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사)한국공예•디자인협회에서 이런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개발해나가기를 희망한다. 공예가는 일상예술 큐레이터다. 심미적 충족을 위한 비실용적 오브제부터 기능이 일부 가미된 실용 오브제, 그리고 기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식주 영역의 공예품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로  인간의 일상적 삶의 질을 향상시켜 자연스럽게 격조와 품격 있는 예술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아방가르드한 일상예술 큐레이터가 돼야 할 것이다.

1)참고자료: 이경민/팬데믹 2년차, 2021년 세계 미술시장 움직임 -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새로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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