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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 옥천유희2, 꿈꾸는 나를 위한 서시

정영숙

김미경옥천유희2, 꿈꾸는 나를 위한 서시

 

정영숙(문화예술학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김미경 작가는 지난해 갤러리세인에서옥천유희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했다. 당시 전시 제목은 필자의 제안이었다.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낙향하여 여여하고 평화롭게 작업을 진행 중인 작가와 대화 속에서 떠오른 제목이었다. 당시 작품 주제는 크게 2가지였다.산과 물의 풍경을 추상화한 백자 평면과, 기물에 민화 형식의 꽃과 무더기를 그리는 분청입체였다. 이러한 작품들 어디에서도 과욕은 보이지 않았다. 백자의추상, 분청의 민화. 그림 맛이 적절하고 부드럽게 조응한다. 사이 좋은 남녀의 손잡은 모습처럼. 입체를 고수했던 작가가 호기심으로바라본 세상, 주변 작품들의 변화를 감지한 것이다. 백자를만지고 과감하게 평면성을 회복하기 위해 푸른 산 연작을 펼쳐 놓았다. 소품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요리사의 아내로 8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한 시바타 도요는 꿈을 꾸었다. '자신의 시집이 번역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인 2014년 겨울, 필자는 그의 시집 <약해지지 마>를 선물 받았다. 도요 시인은 꿈을 이룬 것이었다. 그의 시작비밀처럼.

“나, 죽고 싶다고 / 생각한적이 / 몇 번이나 있었어 /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 지금은 / 우는 소리 하지 않아 // 아흔여덟에도 / 사랑은 하는 거야 /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80대에도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50대는 꽃띠다.

 




김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 순수한 소녀 감성, 청량한 자연의 바람결이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화 중에서도 목련은 마치 어린아이의 무기교의 기교로 그린 선처럼 꾸밈이없는 그냥 꽃이다. 여러 겹의 꽃잎 뭉치가 꼬불 꼬불 선으로 이어져 풍성한 꽃의 입체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목련꽃 꽃밭에서 때로는 몇 송이로, 때로는 한두 송이로 앞 마당의꽃 밭을 표현한 듯하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되기를 바라는 자녀를 위한 기도, 지루한 일상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부드러운 파장을 일으키며 공감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 주님 보시기에 좋으신 작품이기를 바라는 신자로서의 마음 등이 켜켜이 곂쳐진 꽃잎 드로잉으로 드러난다. 입체가 아니어도 좋다. 마티스의 정원처럼 평면적이지만 모든 것이느껴진다.

 

백자로 표현한 도자 평면작품은 어떤가? 작가의 작업실 한쪽에이지당이 있다. 동명인이지당이 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 있는 이지당이다. 충북유형문화재제42호다. 코발트 유약으로 채색한 이지당의 풍경은 마치당신 고향의 연못같다. 화려하지도특별하지도 않다. 평범함 속에 비범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이지당의이지도예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곳에유유자적 거닐며 바람소리, 새소리와 벗하고 구름의 변화 속에 비와 눈 벗 삼아 가며 계절이 쌓일 때작업도 익어갔다. 가마에서만 익는 것이 아니다. 세월에 익어가는작품은 누구와 벗하며 노니느냐에 따라 다르게 익어간다.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애정을 주고 호기심 있게만들어가는 꿈의 공간, 옥천의 이지당에서 자연스럽게 익어간 것이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옥천유희1’의연속이자 심화다. 특별한 작품도 있다. ‘14처 도자도판시리즈.

 

먼저 작가노트를 살펴보자.

“마음 드는 작업을 얻기 위해 손이 갈라지고 아픔과 실패를 거듭하며 10여개월 만에 완성, 지난 달 순천으로 작품을 보냈다. 온몸으로흙을 만지고 초벌, 유약을 바르고 재벌을 수 차레 반복, 고된작업 중에도 마음을 모아 기도했었다.”

작가의 기도에 주님께서 응답해주셨던가. 작가는 지치고 쓰러질 만도한데, 오히려 무한긍정의 빛을 얻었다고 한다. 작가의 14처를 보고 잠시 묵상했다. 간결한 선과 저부조의 형상, 그리고 황토의 질감은 김작가만이 빚어낼 수 있는 형상이었다. 기회가된다면 순천의 설치 장소에서 한 호흡, 한 호흡 14처 앞에서무릎 꿇고 묵상하고 싶다. 아프지만, 비통한 슬픔과 죽음에서부활하신 주님의 길이다. 




 

작가는 안정적인 일상을 경계한다. 진정한 자유는 호기심이요 용기다. 자유분방한 분청의 맛과 정교하고 안정감 있는 백자의 맛을 넘나드는 것은 경계 없이 노니는 작가의 태도다. 작가의 옥천유희는 고스란히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래서인가, 작가의 작품들은 잘난 모습이 없다. 평범한 일상의 단상처럼 덤덤하다. 분청과 백자의 재료적 특성의 차이에도 표현되는 속성은 하나다. 작가는여전히 꿈을 꾼다. 청년의 기개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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