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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영숙의 아트테크-컬렉터의 수장고를 열다(11)] Place’ C 최상원 회장

정영숙

[정영숙의 아트테크 | 컬렉터의 수장고를 열다(11)] Place’ C 최상원 회장 

경주의 현대미술 1번지로 떠오른 복합 아트센터 



경주 남산 자락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연 속 미술관
한옥·양옥 공존… 전 세계 아우르는 890여 점 전시


▎경북 경주에 있는 복합문화예술센터 Place’ C(플레이스 씨)의 최상원 회장(좌측)과 정영숙 갤러리세인 대표. / 사진:갤러리세인
2023년 4월의 봄.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씨(Place’ C)’가 경북 경주시의 현대미술 1번지로 떠올랐다. 플레이스 씨는 사정동에 위치하며 오릉과 흥륜사와 인접해 있다. 경주 나들목에서 5분 거리다. 남천을 끼고 크지 않은 마을 초입에 한옥 주택가와 어울려 우뚝 솟은 건물이 플레이스 씨다. 애초에는 건강 전도사로 유명한 이시형 박사가 자신의 건강법을 설파하기 위한 공간으로 지은 건물을 리뉴얼해서 지금의 공간이 탄생했다. 그래서인지 입구가 2층 계단으로 이어져 주변 경치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플레이스 씨는 약 2000평 부지에 연면적 6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시관·카페·한식당·다용도 룸·야외정원으로 구성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천년고도이자 세계 4대 고대도시 중 하나인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실내 전시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야외정원을 산책했다. 경주 남산 자락,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에 마주한 야외정원은 다양한 조각품과 나무, 꽃 그리고 새소리로 청량함이 가득했다. 정원 중앙에 설치된 나카무라 모에의 작품 ‘Our Whereabouts’가 수면에 반사된 형상은 나르시시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영상으로 담아 보니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했다. 바로 뒤편에 전시된 작품 ‘Pineapple’, ‘Inside Me’와 정원을 둘러싼 아트센터, 주변의 한옥 기와지붕으로 이어지는 자연 풍경도 조화로웠다. 야외정원에는 조각 작품 외에도 수석도 여러 점 보여 자연과 예술품의 강약 조절이 잘된 풍경 속을 거니는 재미가 컸다.

오픈 시간에 맞춰 전시장 문이 열렸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원로 작가 로즈 와일리 전시를 개최 중이었다. 창을 통해 일부 작품을 밖에서 엿볼 수 있었지만 안에 들어가서 미술관이 기획한 동선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대한 작품을 감상하니 비로소 작품의 언어들이 제대로 전해졌다.

‘로즈 와일리: Hullo Again’ 전에는 로즈 와일리를 세계에 알린 대형 유화 작품 40점, 드로잉 작품 45점,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조형물을 포함한 25점과 최신 연작 등 작가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 총 110점이 전시됐다. 전시는 크게 8개의 주제로 나뉘는데, ‘시작’ ‘살아있는 모든 것들’ ‘필름 노트’ ‘축구’ ‘소녀들’ ‘역사’ ‘뉴스와 광고’ ‘가위 소녀들’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로즈 와일리의 가장 큰 규모 조형물인 거대 ‘Pineapple’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로즈 와일리의 조형물은 회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드로잉 혹은 유화에서부터 발전되는 그녀의 조형작품들은 ‘고상한 척’하는 것은 질색이라는 작가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거대 조형물은 플레이스 씨 야외정원의 거울 연못 위에 설치돼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로즈 와일리는 대중의 보편적 기억과 문화, 경험을 독창적으로 재구성한 대규모 작품으로 유명하다. 작가의 시각적 원천은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숙하고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은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통해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로즈 와일리는 관찰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채로운 기억과 감정을 끌어내는 독특한 물리성을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

경주의 역사·문화 기반한 현대적인 문화예술 공간


▎약 2000평 부지에 연면적 6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Place’ C (플레이스 씨)의 전경. / 사진:Place’ C
한옥과 양옥의 양식을 혼합해 건축된 플레이스 씨의 내부 인테리어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마다 1~2개의 고재 나무 기둥이 흰색 일색의 각진 획일적 공간을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꾼다. 미술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최유진 대표에게 미술관 운영과 전시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최 대표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에서 아시아학(Asian Studies)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중국 베이징대학교(Peking University)에서 중국어를 연수하고 이어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문화유산학(Cultural Heritage Studies)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덕분에 일어와 중국어, 영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전도유망한 젊은 CEO로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 설명에서 여러 작가를 만나고 전시를 준비하며 작품세계를 분석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아버지 최상원 회장의 딸로서 컬렉터 정신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분위기가 엿보였다.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니 대형 카페테리아가 나타났다. 통유리 너머로 경주 남산의 전경이 펼쳐졌다. 벽에 걸린 작품들, 미스터 두들 작품으로 구성된 포토존, 달항아리와 롯카쿠 아야코 그림 앞에서 차를 마시는 내내 시선이 야외 풍경과 실내 작품 사이를 정신없이 오갔다. 입과 눈이 함께 즐거운 시간이었다.

플레이스 씨의 창립자이자 컬렉터인 최상원 회장과의 인터뷰는 플레이스 씨에서 직영하며 이동기 작가의 그림 등이 설치된 한식당에서 시작됐다. 경주 남산 자락에서 태어난 최 회장의 본업은 사업가다. 현재는 ㈜코나폰이라는 물류회사를 설립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사람만 빼고 거의 모든 종류의 물건을 옮기는 일이 본업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회활동에 열심이어서 ㈔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이사, ㈔국민독서인재개발원 자문위원, ㈔한국유스호스텔연맹 전문위원, ㈔녹색생지식경제연구원 전문위원, 대한미식축구협회 부회장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글쓰기에도 열심이어서 2014년 [검정고무신의 초심]을 펴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제105회 경주 화백 포럼에서 ‘검정고무신 세계를 넘다’ 주제로 강연했다. 최 회장의 삶의 주요 슬로건은 ‘바보가 돼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이다. 플레이스 씨를 개관할 때 준비된 작품은 무려 890여 점에 이른다. 그 많은 작품을 어떻게 소장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美 표현하는 작가들 세계에 알리고파”


▎Place’ C (플레이스 씨)의 한옥 카페에서 바라본 남산. / 사진:Place’ C
맨 처음 소장한 작품은 무엇인지요? 그 작품은 현재 어디에 소장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에서 도쿄 다마미술대학원을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의 이사를 해줬는데 현금이 없어 대신 동판화를 받았습니다. 그 후 중국 등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일본에서 중국, 한국을 오갔는데 아쉽게도 어디로 갔는지 잃어버렸습니다. 대구 출신 이인성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을 컬렉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요?


▎Place’ C (플레이스 씨)에서 열린 ‘로즈 와일리: Hullo Again’ 전. / 사진:Place’ C 224-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작품들, 펀(fun)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한편 컬렉팅까지 이어지려면 아무래도 투자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옥션 및 갤러리에서 인기가 있는 작가들도 지속적으로 리서치하면서 컬렉팅 하는 편입니다.”

무역업을 주업으로 살아오셨는데, 예술품도 국내외 간 활발한 교류를 목적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설립하셨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전통성이 가장 깊은 경주 지역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예술 작품 중 가장 해외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요? 그리고 해외의 어떤 예술문화를 끌어오고 싶으신가요?

“요즘에는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기도 합니다. 원로이자 경주 솔거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신 소산 박대성 화백 같은, 한국적인 미를 표현하는 작가들을 해외에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실력은 대단하지만, 비교적 주목을 덜 받는 신인 작가, 지역 작가 등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작가들도 발굴해서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별로 안 알려진 작가들도 많습니다. 저희 또한 소장하고 있는 일본 출신 작가 나카무라 모에, 브라질 출신 작가 로메로 브리토 등이 있습니다. 나카무라 모에는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녀의 전시를 보려면 그 전날부터 텐트 치고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한국 시장에도 알리고 싶은 기대감이 큽니다.”

“관람객들에 포근하고 아름다운 공간 됐으면”


▎로즈 와일리의 가장 큰 규모의 조형물인 ‘Pineapple’. / 사진:Place’ C

소장품 890여 점을 직접 다니면서 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30년 이상 컬렉팅한 결과물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아트 페어 및 전시회를 다니면서 작품 구매를 하고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스터 두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의 일본 개인전, 교토 아트페어 등 1~2년 활동하는 곳마다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옥션에서 낙찰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플레이스 씨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장품이 있을까요?

“플레이스 씨의 정체성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많고 다양한 콘텐트를 담고 있습니다. 단일화(monolithic)된 정체성보다 복수형(plural)의 정체성에 더 가깝기 때문에, 하나의 소장품으로 드러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저희 공간에 설치된 소장품, 전시된 작품들이 곧 이곳의 정체성입니다. 초반에 집중 컬렉션한 일본 작가의 작품들, 팝아트를 좋아해서 빠지게 된 미스터 두들, 이동기, 무라카미 다카시 등… 저의 컬렉팅 역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향후 플레이스 씨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하는지요?

“현재는 경주미술협회와 공동주최로 경주 예술인 10인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경주이스틱, Gyeongjuistic’(2023년 11월 12일~2024년 1월 14일)을 전시 중입니다. 세계적인 작가도 담는 공간이자 국내와 지역의 우수한 작가를 발굴하고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메세나 정신을 잃지 않고 싶습니다. 한편 관람객은 플레이스 씨에서 힐링하고, 마음 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관광객이든 지역 시민이든 다 포용할 수 있는 그런 포근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정영숙 - 갤러리세인 대표. 전 현대백화점 현대아트갤러리 수석큐레이터.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했으며, 추계예술대 대학원에서 문화예술행정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도 여주시 명장심사 도예파트 자문위원이며 ㈔한국지역문화학회 감사로 있다. 대학과 기업에서 미술시장과 투자 등을 강의하는 한편 미술비평 등 글쓰기와 컬렉터 인터뷰를 병행하고 있다.





원본출처: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8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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