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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립미술관협회-Artmuseum-내마음의 그림 연재칼럼-장욱진그림이야기

변종필

1. 자화상-http://www.artmuseums.kr/admin/?corea=sub2_5&no=9 

12. 아이-http://www.artmuseums.kr/admin/?corea=sub2_5&no=99

 

에필로그

 

지난 1년, 열두 번에 걸쳐 화가 장욱진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동안 참 많은 것을 얻고 깨달았다. 처음에는 장욱진 화가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나로서 화가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사람을 대신해서 화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장욱진과 관련한 글을 읽고, 유족들과 소중한 만남을 통해 확인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이 쌓일수록 행복과 보람이 더해졌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을 곁에서 보면서 지냈던 시간들은 감동과 소중함 그 자체였다. 비록 장욱진 화가의 삶과 예술정신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다 해도 많은 작품에서 마주했던 생의 태도와 창작정신은 진정 가치 있는 삶과 예술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어. 내가 그림을 그려서 오래 살지. 다른 것을 했으면 오래 살지 못했을 거야. 자신을 한곳에 몰아넣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하던 거기에는 나 이외에 아무도 없어”(조선일보「관어당(觀魚堂)쪽마루서 나는 공백기(空白期)」『산실의 대화』1976년 9월 22일)라며 화가의 길을 숙명처럼 걸었던 장욱진의 정신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고요와 고독 속에 스스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감각을 다스리는 일은 화가에게 필연적 일상이다. 장욱진은 하루 4시간 이상 자는 것은 삶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소모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쇄진하는 그 순간까지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전력을 다 하겠다’며 스스로 정한 화가의 일상을 변함없이 실천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자신이 화가임을 당당하게 지키며 살았다. 한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습성 때문에 장욱진 화가하면 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본질적으로 장욱진은 그림 그리는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

지난 4월, 전시 준비관계로 장욱진 화가의 아내인 이순경 여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장욱진 선생님을 남편으로서, 화가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평가하시다면 몇 점을 주고 싶으신가요? 라고 질문했을 때 차분한 어조로 답하신 말씀이 감명 깊게 남아있다.

“결혼 후 생활이 너무 고단해서 아침만 되면 도망가고 싶었다. 장 선생은 돈벌이에는 관심 없고, 오직 그림과 술만 즐겨하니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장 선생 곁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하루 고마운 마음이 더해진다. 갖은 멸시와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으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고 끝까지 그려준 점이 너무 고맙다. 포기하지 않고 큰 선물을 남겨주어서 기쁘고 고맙다.”(이순경 여사 인터뷰 2015년 4월)

아흔 여섯의 고령에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여사의 말은 장욱진의 삶과 예술에 관한 어떤 말보다도 진실함이 더했다. “장 선생을 만나면 고생했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이신 말씀이 아직도 마음을 울린다.

 

지난 시간, 장욱진의 삶과 작품을 만나면서 화가 장욱진에 대해서 깨달은 것은 ‘천성적으로 서울을 싫어한 화가’, ‘문명을 멀리한 화가’, ‘아내를 존경하고 자식을 사랑한 화가’, ‘새, 바람, 나무 등 자연을 사랑한 화가’, ‘덕소의 달을 사랑한 화가’, ‘동물을 좋아한 화가’, ‘사회적 지위보다 화가의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긴 화가’ 등 여러 수식어가 부담 없이 어울리는 화가라는 점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어”라고 했던 장욱진의 고백은 열두 점의 ‘내 마음의 그림’과 함께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이다. 만면에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화가의 모습이 언제나 그리울 듯하다.

 

 *위 글(링크)은 한국사립미술관협회-아트뮤지엄의 '내마음의 그림'이란  코너에 지난 1년간 12회에 걸쳐 연재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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