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예술하라-예술편의점-2019작가미술장터지원사업비평

변종필

2019작가미술장터지원사업비평
예술하라-예술편의점
예술작품을 편의점의 소비품목으로 바꾼 시도 


‘예술하라-예술편의점’의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충주지역) 후 비평문을 작성하면서 예외적으로「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사업공모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다시금 정독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돼 참여하는 (사)미하라(대표 홍성미)의 기획 의도가 어떤 차이점을 갖는지, 특히 부제만 바뀌었을 뿐 같은 장소, 같은 형식으로 진행한 부분에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이에 필자는 ‘기획, 운영, 홍보’의 평가지표를 기획안 내용과 비교하여 그 성과 정도를 살펴보고 개인적 견해를 첨언하는 식으로 비평문을 작성하고자 한다. 

기획안 중 첫 번째로 눈여겨본 대목은 “충주는 작은 소도시이기에 미술 장터나 아트페어가 많이 없었던 곳이고, 2018년 처음 장터 사업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이에 힘입어 이번 장터에서는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고 발전된 예술장터를 열고자 한다.”라는 대목이다. 충주라는 이른바 소외지역을 사업대상지로 선택하여 본 사업의 취지에 부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다행히 첫 장터사업의 반응이 좋았고, 이를 기억하는 수요자들이 1년 후 같은 장소를 찾아올 것을 고려한 점은 단점보다 장점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갔을 때 받은 첫인상은 소외지역에서 사업 진행을 지속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선택 가능한 전국의 수많은 장소 중 이전 사업과 동일한 장소를 선택하였다면, 최소한 2018년 사업의 성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무엇인가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한 번 더 같은 장소를 찾았을 때 지난 사업에서 얻을 수 없었던 무언가를 펼치려는 뚜렷한 목표가 드러나야 하지만 단순히 공모요건의 구색 맞추기의 장소 선택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술하라-예술편의점’이 열린 충주의 세 곳(실질적 작품판매는 두 곳)은 상호접근성이나 폭넓은 참여 작가와 출품작품 수로 볼 때 나름의 당위성을 지녔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장소와 규모의 확장성만 있을 뿐 내용상의 변화나 발전이 이뤄졌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이는 전시(여기서는 사업 형식상 진열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함) 작품이 산만하게 다가와 효율적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쇼핑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고 느낀 점 때문이다.(자료 조사 결과 산만함은 작년에도 지적받은 부분임) 그래서 한 곳으로 집약해서 출품작품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전시 방법을 선택했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필자가 굳이 전시형식을 세심하게 체크한 이유는 작가미술장터 모니터링 전부터 ‘예술하라’ 장터의 부제인 ‘예술편의점’이라는 단어가 이번 사업의 핵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소규모 점포로 식료품, 잡화, 안전상비의약품, 의약외품 등의 제품을 취급하는 곳’을 말한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편의점의 장점을 예술작품판매 형식으로 삼은 것은 이 사업에서 가장 신선한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다양한 생필품을 갖춘 편의점처럼 폭넓은 작가층과 그에 따른 다양함(작품장르, 작가경력, 성별, 나이 등)을 갖춘 새로운 형식의 미술작품 구매장소는 여러 측면에서 시선을 집중시킬 만했다. 그러나 정작 주관 사업팀의 전시형식은 일반 전시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예술편의점’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했다. 사실 현장평가 전 직장인이 퇴근 후 사고 싶은 예술작품을 늦은 시간에 구매하러 예술편의점으로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정말 편의점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 전시형식을 내심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편의점이 ‘식료품, 잡화, 안전상비의약품, 의약외품’ 등 제품별로 선택편리를 준 것처럼, 예술작품을 장르, 가격, 작가를 상호비교 선택할 수 있게 구분하여 진열(예 풍경화, 인물화, 추상화, 입체, 기타)하는 형식을 차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결국 전시형식만 놓고 보면, 2018년의 ‘예술하라-함께하는 예술보고서’의 틀거지는 변함없이 예술편의점이란 흥미로운 홍보용 부제로만 바꾼 느낌이 강했다. 따라서 ‘예술편의점’이 기본 콘셉트로 삼은 ‘미술작품이 일반인들과는 동떨어진 고가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고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대중적인 것들도 많이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장의 기회를 확산시키는데 있다’는 사업목적의 실현에 의심이 생겼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턱밑까지 차올라도 완주했다는 보람으로나마 위로가 된다’는 관계자(대표)의 말에서 미술장터가 희망은 되지만,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 여겨졌다. 
  판매성과는 작년 수준 정도이지만, 판매층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서울 컬렉터층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판매결과만 놓고 봐도 앞서 언급한 지방에서 개최하는 장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판매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지역적 정서가 다르고, 컬렉터 층이 다른 만큼 예견된 결과이다.(이 부분은 기획자가 사업장소로 서울을 배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의 차별성, 작품판매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 사업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부대행사부분이다. 작품판매의 성과로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시선을 벗겨내면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되는 것이 부대사업이다. ‘예술하라-예술편의점’에서 진행한 작가와 평론가를 연결한《피칭(Pitching) 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관람객은 물론 전시 출품 작가들의 호응 역시 좋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출품작가의 작품에 관한 여러 평론가의 각기 다른 비평을 듣고 작품에 대한 상호 이해의 층을 넓힐 수 있었던 점은 두드러진 성과로 보인다. 실제 충주 현지에서 피칭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를 만났을 때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지역 관람객의 호의적인 반응 역시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성과로 볼 때 《피칭(Pitching) 프로그램》행사는 미술저변확대를 위해 다른 사업팀으로 확대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어느 사업이든 필수이다. 시장의 분석방법은 다양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수요자의 분석이다. 예컨대 서울과 충주의 판매 차이와 그에 따른 원인, 연령층, 가격대, 구매시점(시간) 등 수요자와 관련한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 및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추가로 SWOT 같은 분석틀을 통한 미술장터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에 따른 대안마련은 미술장터사업의 분석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미술장터의 활성화는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있을 때 그만큼 성공가능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에 마케팅믹스의 4요소로 익히 알려진 ‘상품, 가격, 장소, 홍보’는 미술장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4가지 요소 중 ‘예술하라-예술편의점’이 중점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장소와 홍보라고 보았다. 앞서 작품 진열을 포함한 장소의 중요성은 언급했는데, 기왕에 장소나 진열의 단점은 시작부터 인지된 부분이라면 이러한 단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홍보라 생각한다. 모든 소비상품은 제품의 가격과 질이 중요하지만, 실질적 판매는 어떤 홍보 전략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느냐에 달렸다. 이는 누구나 상식처럼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실행에서는 부족함이 많다. 미술장터의 홍보는 포스터, 현수막과 같은 거리 홍보물과 SNS, 지역신문 등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 미술장터만이 지닌 특별한 홍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예술하라-예술편의점’의 홍보 전략도 작년에 견주어 크게 변함없이 SNS와 기획자의 두터운 작가와 컬렉터 층 확보가 나름의 판매효과로 이어졌다고 보여 진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홍보라고 표현했지만, 인적 인프라를 최대 활용한 신뢰(신의)판매라 할 수 있다. 결국, 홍보는 이 사업의 대외적 광고라면, 판매와 직접적인 연결은 불특정다수의 현장판매보다 대부분 개인적 인간관계의 성과라면 이 역시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예술하라-예술편의점’ 장터는 미술품의 편의점으로서 미술품 쇼핑의 장소적 편리함(위치뿐 아니라 한 장소에서 많은 작가 쇼핑)과 미술품 가격의 편리함 그리고 인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포용력의·편리함을 추구하고, 동시에 ‘지역민들에게는 다양한 문화 나눔으로 소통하는 네트워크형 장터가 되어 공익캠페인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드는 생각은 ‘예술하라-예술편의점’이 지닌 매력과 잠재력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낀 기획자의 열정과 열의, 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의지 등이 ‘예술하라-예술편의점’에 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한다. ‘예술하라’의 또 다른 기획을 기다려볼 만하다고 느낀 이유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