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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속한 재현성을 극복한 이상적 형과 태의 탐미

변종필

범속한 재현성을 극복한 이상적 형과 태의 탐미

조각가 김태수는 오랜 시간 무궁한 자연의 파노라마를 유연하고 단순한 곡선과 곡면의 형(形)으로 환원시킨 후 색을 입히고 공간을 해석함으로써 거기에 태(態)를 입혀왔다. 그렇게 자연이 드러내는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장면을 형태로 만들어 자연이 존재하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자연의 형식은 자연의 내면적 고유성이기도 하다.
김태수 작가가 3년여 만에 선보이는 ‘ECO FLOW-See, Look and Find’전은 3층(See)-2층(Look)-1층(Find)의 3개 층으로 나눈 전시구성을 통해 자연의 내면적 고유성을 탐구한 작가의 태도(관점)를 경험하게 유도한다. 3층은 마치 높은 곳에 올랐을 때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작품이 놓여있다. 바람이 어루만진 듯 리드미컬한 산의 형상에 생동적인 그린색을 더해 작가가 조응한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2층은 역동적인 자연의 변화를 관람자의 동선과 시선의 이동에 따라 다르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배치했다. 마치 사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것처럼 자연의 흐름을 인지하도록 유도하며 생태의 순환을 우주의 신비처럼 표현했다. 벽에 걸린 옵티컬적인 평면조각(부조)과 천장에 매단 웨이브형태의 설치작품은 보는 각도와 시점에 따라 곡면의 흐름이 달라져 자연의 속살(내면)을 확대해서 은밀하게 들여다보는 듯하다. 1층은 작가가 자연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가장 감각적인 색과 형으로 조형화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전반적으로 단순화한 형에 입혀진 원색적인 색이 매우 강렬하다. 
3층으로 나누어 전시한 작품들은 구성의도가 충분히 드러나는데도 협소한 공간으로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워 아쉬웠다. 그나마 연출 방식의 아쉬움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각 작품마다 붙여진 제목이다. 작품의 제목들을 보면 작가가 자연의 생태흐름을 관찰하며 느낀 기쁨, 놀라움, 환희 등의 순간을 작품화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열매, 싹, 풀과 같은 자연물을 형상화했지만, ‘아니마 아니무스(Anima Animus), 유희(Play), 무아적 몰입(Ecstatic Flowing), 우주의 호흡(Universe Breating), 도원경(Xanadu), 꽃여울(Flower Rapids)’ 등 감정의 순간이 느껴지는 제목에서 작가가 자연을 마주하며 경험한 순간적인 영감을 영원 또는 결정(結晶)의 의미로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니마 아니무스’처럼 남성과 여성의 상호작용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 ‘무아(Anatta), 티클 티클링(Tickle Tickling), 엑스타틱 플로잉(Ecstatic Flowing)’이라는 각각의 다른 명제를 지닌 작품들처럼 같아 보이는 사물, 혹은 자연물이라도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고, 그 다름은 관찰자의 시선과 감흥에 의해 새롭게 인식되는 것을 알려준다. 같음과 다름이 공존하는 자연 질서 속에서 생태적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유희적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이 보편적 형상을 벗어나 있는 것은 개인적 경험으로 발견한 대상의 고유한 개성을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에 김태수의 작품세계는 모든 생물체가 ‘우주-태고-여명’이라는 거대한 자연순환(생태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자연의 생태흐름을 바라보고,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찾아낸 자연의 내면적 고유성이 내재한 단순한 형과 태의 결정물이다. 이때 한 가지,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스테인리스 판재는 정밀한 기술적 과정(절단-용접-연마-도장)을 거치면서 작가의 손길이 감지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를수록 세련된 장식성을 띈다. 이 순간이 범속한 재현성을 극복한 이상적 예술형태의 창조를 추구했던 작가 의도가 뚜렷해지는 지점이다. 기술(기계)적 개입마저 오직 아름다운 이상적 형태를 얻기 위한 필연의 선택이었다는 설득을 부추긴다. 
결론적으로 김태수 조각가의 ‘ECO FLOW-See, Look and Find’전은 20년 넘는 원숙함이 만들어낸 유희적 세련미의 특출함, 특히 정교한 설계에 의한 유려한 곡선과 곡면에 입혀진 색이 이룬 아름다운 하모니가 어떤 형과 태를 갖추었을 때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가를 경험하게 한다. 무한한 자연생태 중 자신에게 영감을 준 대상들을 몇 개의 이상적 형과 태로 단순화하는 창작활동은 순간순간 작가에게는 유희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의 색채조각을 단순히 유희적 행위의 결과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자연의 내면적 고유성을 함유한 이상적 형과 태를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자연모습을 감각적인 질료와 단순한 형태로 입체화한 김태수의 작품은 예쁘고 아름다운 그 자체로 기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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