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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주일보칼럼7-홍신자의 ‘백남준 오마주’

변종필

홍신자의 백남준 오마주

뉴제주일보 승인 2022.12.22

 

지난달 20일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조각 잔디밭에서는 특별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현대무용가, 안무가, 작가 등 여러 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대한민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무용가 홍신자(1940~)가 미국 활동 당시 백남준(1932~2006)과 교류했던 인연을 되살려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존중과 존경을 담은 백남준 오마주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퍼포먼스에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의 관심이 모아졌다.

 

먼저 한 손에는 국화꽃을, 한 손에는 검은 우산을 든 퍼포머들이 백남준을 상징하는 추모상(독일인 남편 베르너 사세의 아이디어)에 꽃을 헌화하는 엄숙한 의식으로 시작됐다. 곧이어 먼발치에서 바이올린을 끌면서 등장하는 홍신자의 몸짓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바이올린을 끌고 매고, 치켜들고, 팽개치는 20여 분의 퍼포먼스는 화려함이나 파격보다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며 행위예술가였던 백남준에 대한 그리움과 경외를 밀도 있게 집약시킨 춤이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자연 연출처럼 퍼포먼스를 한층 의미심장하게 만들어 감동을 더했다.

바이올린을 끌고 가는 행위는 1961년 제12회 뉴욕 아방가르드에서 백남준이 초연했던 길에 끌리는 바이올린을 오마주한 것이다. 기성 문화와 권위를 비판한 퍼포먼스로 지금도 백남준의 대표 행위예술로 손꼽힌다. 기실 길에 끌리는 바이올린은 세계 음악사를 뒤흔든 ‘433공연의 주인공인 아방가르드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였다. 백남준이 존 케이지의 예술정신을 오마주했듯이 길에 끌리는 바이올린은 동시대 화가에 의해 오마주의 대상이 됐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이 백남준 10주기인 2016년에 서울 종로 삼청로 갤러리현대 앞길에서 20미터 정도 바이올린을 끌고 가는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예술가와 작품은 시대요청이 있는한 죽지 않는다. 백남준처럼,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게 오마주의 대상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예술가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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