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필
“예술은 뾰족하다”
뉴제주일보 승인 2022.09.15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마을 곳곳에 눈에 띄는 예술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 허공을 찌를 듯 뾰족한 끝부분이 시선을 사로잡는 조각 작품이 있다. 진입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마우로 스타치올리(Mauro Staccioli, 1937~2018)의 ‘무제’라는 작품이다. 제주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2006년 제주에서 개최한 국제행사 ‘제주 국제조각 심포지엄’에 작가가 참여해 직접 설치한 작품이다
‘무제’는 활시위를 바짝 당긴 활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지닌 채 하늘을 향한 열린 구조의 형태를 갖고 있다.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는 균형감이나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뾰족한 양쪽 끝에 시선을 집중하면 허공에서 두 끝이 서로 만나 커다란 원형이 이뤄지는 것이 상상된다. 붉은 조각품의 기운이 초록색 자연과 대조를 이룰 때면 뾰족한 끝이 더욱 강렬하게 전해진다.
스타치올리는 이탈리아 볼테라에서 태어나 세계적 작가로 활동했다. 우리나라 대중에게는 올림픽 공원에 설치된 ‘88올림픽’이란 작품으로, 제주도민에게는 ‘2014 예술의 섬 국제공공미술 심포지엄’에 참여해 한라산을 모티프로 제작한 ‘서귀포’라는 작품으로 친숙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 때문에 사람들에게 ‘초승달’, ‘활’, ‘갈고리’ 등의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스타치올리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성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조각가이다. 특히 작품과 장소의 관계성을 중시했다.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설치할 장소를 면밀히 관찰하는 일을 우선시 했다. 그에게 ‘장소 places’는 작품의 존재 근거이자 이유였다. 스타치올리는 자신의 작품을 조각품이 설치된 장소에 깊이 개입한다는 의미에서 ‘개입하는 조각 sculptures-intervention’이라 불렀다. 작품이 설치될 장소의 역사, 환경, 지형 등을 살피고 그에 맞는 작품을 구상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간결한 선형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작품마다 시각적 느낌이 다르다. 기울기, 방향, 두께 등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뾰족한 끝(머리 혹은 꼬리) 처리가 조각의 느낌을 좌우한다. 마치 사람마다 감정이 묻어나는 표정이 있듯이 그의 작품은 선적 표현의 변화만으로 장소에 부합하며 스며든다.
스타치올리의 ‘무제’는 ‘긴장 속 안정, 안정 속 긴장’을 오가며 하늘을 향한 양쪽 끝 뾰족함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긴장감이 최대 매력이다. 이는 조화와 균형을 통한 문화예술의 이상실현을 꿈꾸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조성 취지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마을 방문 시 이 작품을 마주하면 잠시나마 스타치올리가 고심했을 장소와 작품의 관계성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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