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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호반미술상-강운

변종필

2023 호반미술상-강운

 

화가 강운(姜雲) 하면, 광활한 들판 위 불어오는 거센 바람 앞에 자신을 홀로 세워 자연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구름 작가로 명성을 얻었을 때부터 최근까지 언제나 쉼 없이 작품의 변화를 스스로 독촉해왔다는 느낌 때문이다. ‘<밤으로부터>-<순수형태>-<순수형태-순환>-<위에 >-<공기와 꿈>-<물 위를 긋다>-<바람과 흔적의 소리>-<마음산책>으로 이어 온 변화는 안주를 거부하는 작가 의지와 태도의 결과이다. ‘시상(視象)에서 심상(心狀)으로구름이 지나간 자리를 마음으로 채우려 한 과정이 읽힌다.

강운은 철저한 자기 들여다보기를 통해 내면세계를 탐구하며 온전한 자신의 길을 정리하려 애써왔다. 그 과정에서 치유하지 못한 채 묻어두었던 상처가 돋아나는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더는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내세워 부딪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깊은 상처는 마음의 상흔으로 남기 마련이다. 마음에 박힌 상흔을 캔버스 위에 글로 적고, 그 위를 다양한 색으로 덮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자기 치유의 과정이자 구도(求道)이다.

미술계의 편견이나 시장논리, 작가위상이나 현실 안위로부터 자신을 떨어뜨려 오직 자유롭고, 끝없는 자기 탐구와 변화에 몰입하는 강운의 스타일은 근작의 마음산책시리즈를 통해 더욱 강운다워졌다. ‘시각적 촉각으로 전해지는 요철의 질감은 작가의 마음 깊숙이 켜켜이 쌓여있던 수많은 감정들이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숱한 감정의 알맹이들이 화면 가득 엉기고 웅웅거리듯 보는 이의 마음을 붙든다. 더불어 단색조의 거친 표면, 그 표면의 균열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바탕색(본질, 근원, 마음)은 고독하고, 슬프다. 그러다가 보는 각도와 시선에 따라 이내 메마름을 거둬내고, 촉촉하게 빛난다. 순간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롯이 자연을 탐색하던 시상이 자기 성찰을 거치며 심상에서 발산되는 색의 결정체로 응집된 결과이다. <마음산책>의 힘이다. 강운다움으로 올곧게 자기 조형언어(, 기법, 크기, 구성방식 등)를 고집해나가는 그의 예술세계는 지역성을 떠나 한국현대미술의 한 장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미술로 거듭나고 있다.


*호반미술상은 재단법인 호반문화재단에서 국내 중견·원로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재정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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