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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잃어버린 세계>展(2018.03.27 – 07.01) 전시리뷰

윤지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잃어버린 세계>展 전시리뷰


윤지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잃어버린 세계>展(2018.03.27 – 07.01)이 전시 중이다. 전시 서문을 통해 관람객들은 “현대미술이 자연과 관계 맺어온 태도를 새롭게 연결하고 읽어보고자 한다.”는 미술관의 기획 의도를 알 수 있다. 또한 “현대미술이 자연을 매개로 보여주는,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대안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글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술관 측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 또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전시 제목인 ‘잃어버린 세계’를 ‘근대화로 이룩해낸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발전의 긍정적인 이면에 감춰진 세계’로 정의 내리려고 한다. 또한, 필자는 전시의 큰 틀을 엮어내는 ‘자연(nature)’을 ‘잃어버린 세계’에 담긴 뜻처럼 ‘반 근대성’, 혹은 ‘서구 근대의 부정성에 대한 해결책의 모색’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한국 모노크롬 담론’이 말하는 것처럼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모색하는 것 또한 ‘자연’을 해석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는 세 개의 큰 파트로 구획되었다. 첫 번째 파트는, 자연과의 물아적 조응이다. 두 번째 파트는 여성적 생명력과 기억이며 세 번째 파트는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이다. 관람객들은 첫 번째 파트에서는 한국 모노크롬 회화를, 두 번째 파트에서는 ‘여성적인 사고의 틀’을 가진 작품을, 세 번째 파트에서는 합리적, 기계론적 세계관에 도전하는 동시대 작품들을 관람하게 된다.
  필자는 <Sema 소장작품 기획전>이라는 부제목을 원제목으로 사용했다면 더 괜찮은 기획의 전시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판단한다. 전시가 사용하고 있는 <잃어버린 세계>라는 제목과 ‘자연’이라는 소재는 그저 세 가지 파트를 엮어내기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연관성이 조악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시에는 비판할 지점이 다분히 존재했다. 더불어 전시는 필자에게 몇 가지 생각할 지점과 의문점을 주었다. 필자는 아랫글을 통해 의문점을 나누고 더불어 비판할 지점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째 의문: 한국 모노크롬 회화에 대해 기존에 통용되던 담론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가? 그리고 한국 모노크롬 회화를 ‘자연’이라는 영역으로 묶는 것이 옳을까?
  첫 번째 테마는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담론1)을 따르고 있다.그런데 사실 미술계에서는 모노크롬 회화의 담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며, 특히 한국 모노크롬의 발생과 정체성이 화두가 되어 계속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따라서 필자는 한국 모노크롬의 담론을 온전히 받아들여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위험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이를 ‘자연’의 영역으로 묶는 것은 한국 모노크롬을 이상적으로만 보는 것이며 표피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 모노크롬이 근대 서구의 위기를 동양성으로 해결하려 했던 일본의 모노하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의 모노크롬은 한국의 근대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모노크롬은 사회의 개혁이나 혁신에 대해서는 침묵하였고 오직 한국적 현대 미술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4) 실제로 한국 모노크롬이 박정희 시대의 ‘한민족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응하였으며 현실정치에 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류 권력에 편승하려 했다는 사실5)은 주시해야 하는 점이다.


두 번째 의문: 여성주의 미술은 무엇인가? 동시대의 여성주의 미술을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
  이 전시를 보는 관객들은 ‘여성주의 미술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성주의자에 대해 “여성주의자는 실제로 여성을 진지하게 취급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의가 통용되고 있는 점을 견지한다면,6)여성주의 미술은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시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모성’, ‘어머니’, ‘생리혈’, ‘여성의 몸’이라는 소재는 동시대 여성미술을 다루기에는 범위가 좁다고 판단된다.
“여성은 역사 이래로 거대한 사회 구조하에서 주변적 타자로 존재해 왔다. 이는 타자로서 자연과의 일체화를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인간 이성의 우위를 시위하는 기하학적 모더니즘 미술을 넘어 여성적 생명력과 촉각적 감각, 보살핌의 윤리를 복권한다.”는 전시 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한다. 왜 여성은 반이성적, 반모더니즘적이라는 속성을 지닌 존재로서 지시되어야 하는가? 여성을 반이성적인 존재, 반모더니즘적인 존재라고 정의하는 것이 남성적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것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
  이 전시는 동시대의 페미니즘 담론이나 여성 미술의 현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동시대의 여성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는 것이 적절할까?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여성 도착하다>展(2017.12.21.-2018.04.01.)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전시는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신여성’이라는 현상에서부터 출발하여 사회에서의 여성입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나혜석(羅蕙錫, 1896-1948), 박래현(朴崍賢, 1920-1976)을 포함한 근대기 여성 미술가의 작품을 보여줌과 동시에 동시대 작가의 시각으로 해석된 작품들을 전시하여 동시대성까지 확보했다. 동시대 여성 미술을 보여줌에 있어 현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여성미술에 대한 역사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동시대만을 다루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것이다. 역사에 대해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과정’ 이라고 정의를 내렸던 E.H.Carr의 말처럼7)여성 미술 또한 동시대와 과거를 함께 주시할 때 완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동시대 여성 미술이 과거의 페미니즘 담론이나 과거의 여성미술과 소통할 때 그 동시대성이 빛을 발하리라고 생각한다.



<각주>
1) 미술평론가 윤진이는 그의 논문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맥락 읽기」에서 “한국성 혹은 동양적인 요소는 흰색보다는 비물질주의 혹은 범자연주의에 근거한 신체와 물성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중성구조에 더 비중이 실려있다.”라고 서술했으며, 미술사학자 박계리는 그의 논문 「1970년대 한국 모노크롬의 기원과 전통성 」에서 “한국 모노크롬의 가장 주요한 특성은 주관성의 증발에 따른 물성의 회복과 순수한 질료로의 환원, 즉 자연으로의 회귀에 있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를 참고하면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담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진이,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맥락 읽기」,현대미술학 논문집 , Vol.13 No.-, 현대미술학회, 2009, p. 89.
박계리, 「1970년대 한국 모노크롬의 기원과 전통성」, 미술사논단』, Vol.15 No.-, 한국미술연구소, 2002, p. 302.
2) “서구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과는 달리 물질 그 자체보다 작가의 행위와 신체성을 통해 정신과 물질, 주관과 객체, 자아와 세계 간의 이원성을 뛰어넘는 자연과의 합일을 이루고자 했던 작품들이다.” -전시 서문 中
3) 박계리, 「1970년대 한국 모노크롬의 기원과 전통성」, 미술사논단』, Vol.15 No.-, 한국미술연구소, 2002, p. 295.
4) 김영나, 20세기의 한국미술, 예경, 2001, pp. 301-327.
5) 윤진이,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맥락 읽기」, 현대미술학 논문집, Vol.13 No.-, 현대미술학회, 2009, pp. 105-108.
6) 오진경, 「1980년대 한국 '여성미술'에 대한 여성주의적 성찰」, 현대미술사연구, Vol.12 No.-, 현대미술사학회, 2000, p. 212. 
7) E.H.Carr,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 2015.



<참고 문헌>
김영나, 20세기의 한국미술, 예경, 2001.
E.H.Carr,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 2015.
박계리, 「1970년대 한국 모노크롬의 기원과 전통성」, 미술사논단』, Vol.15 No.-, 한국미술연구소, 2002.
오진경, 「1980년대 한국 '여성미술'에 대한 여성주의적 성찰」, 현대미술사연구, Vol.12 No.-, 현대미술사학회, 2000.
윤진이,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맥락 읽기」, 현대미술학 논문집, Vol.13 No.-, 현대미술학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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