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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미술관

박옥순


                                           환경조각과 교수   박  옥 순

 유군 !
신선한 발상 뿐 아니라 격렬한 노동까지 필요한 환경조각과에서 조교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네. 그 성실함으로 이제는 멋진 논문도 만들어 보세.
여행을 하면서 자네들과 함께 왔드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
현대 미술의 무분별한 홍수 속에서 길을 묻는 젊은이들한테 안도 다다오는 중요한 해법을 알려 줄 것 같더라고.

* * *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 ........
기분 나쁘지만 지문을 찍고 일본에 들어갔어. 안도 다다오(*1)가 궁금해서.
모네의 '수련' 을 위해서 설계 되었다는 미술관 ~ 그 행복한 모네의 모습도 궁금하고 나도 세상에서 '수련'을 가장 잘 감상 할 수 있다는 곳에서 오랫만의 호사를 누리고 싶었어.
그러면 내 몸 구석구석에 쌓인 돌가루 먼지도 날아가 버리겠지.
 
차에서 내리자 노출 콘크리트 벽에 '地中 美術館'이 붙어 있고 작은 집이 한 채 보일 뿐....?..... ~매표소. 일본 소녀와 함께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한참 걸으니까 네모와 세모의 창을 이고 있는 얕으막한 산이 보였어. 굴에 들어 가는 기분으로 입구를 지나자 드디어 고요한 모네의 방.

빛과 물을 천재적으로 이용한 안도 다다오....산에 뚫린 네모 천정에서 자연광의 간접조명이 들어오고, 바닥에는 약 70만개의 모서리를 죽인 2cm짜리 까라라 삐앙코(*2)가 깔려서 반사광을 최소화 하며 '수련'의 분위기를 받쳐 주었지. 자연과 빛을 결합시킴으로서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게 된 모네는 건강과 시력의 악화를 무릅쓰며 수련을 연속적으로 그리지. 죽기 직전까지 그린 모네의 걸작은 왕가의 계곡(*3)에 있는 어떤 파라오의 보물보다 감탄스러웠어. 그래서 예술은 길고 Life is short....인가.

아 ! .......OPEN SKY
오직 하늘만 보였다. 벽으로 둘러 쌓인 방에서 하늘이 열려 있을 때만 비로소 나는 하늘을 볼 수 있는가 ~ 세상사에 찌든 가슴이 후련히 뚫리고 나는 어느새 날아 오르고 있었다. James Turell은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바로 '하늘' 그것만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우리는 잃어 버렸던 피안의 세계를 되돌려 받고 있었어.

가장 큰 방은 Walter De Maria의 방인데 온통 장엄한 신전의 느낌이야. 입구에는 수많은 계단이 있고 좌우 바닥과 벽에 설치된 금빛 수직의 목재, 그리고 계단이 끝나는 제단에는 어른 서너명이 팔을 벌려야 닿을 수 있는 검고 거대한 돌구슬,

그리고 하늘은 또 한번 열려 있었다 . 현대판 여의주를 연상하는 돌구슬에는 하늘이, 계단이, 금빛 목재가, 그리고 그들에 둘러 싸인 내가 보인다. 작가는 설치만 해 놓았을 뿐 작품을 완성 시키는 것은 여의주 속을 들여다 보며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게 되는 관람자이다.

미술관 안에는 방향이나 장소를 알려 주는 어떤 표시도 없어서 그곳이 그곳인 듯한 벽을 더듬으며 길을 잃고 오르내리다보면 진솔한 노출 콘크리크와의 대화를 트게 되고 그때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의중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날 묵은 베네세 하우스도 특급 리조트형 호텔이었지만 안내 표시 없이 어두운 복도에서 헤매기는 마찬가지.

그렇다. 안도 다다오는 빛의 연출을 최소화함으로서 결정적인 곳에서 그 효과를 최대화 할 수 있었다. 南寺의 'Backside in the Moon' (*4)을 보기 위해서도 우리는 일곱명씩 한줄이 되어 칠흑 같은 어둠의 벽을 더듬거리며 들어 가지 않았던가. 어둠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우리 눈은 어둠에 적응 되고 희미한 실루엩이 보이기 시작하고..... 처음의 불안감은 어느새 편안함으로 변하며 우리 눈의 적응력에 주목하는 신기한 체험을 했지.
 
일본 세토내해의 한가한 섬 나오시마는 베네세 그룹 총수 후쿠다케 소히치로의 열망과 안도 다다오의 꿈이 접목 되어 섬 전체를 미술관화 하는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야. 한적했던 마을의 집들은 작가의 전시장이나 대안공간이 되어 골목마다 모두 미술관이 되는 이예(家)프로젝터, 리조트형 초미니 고급 호텔 베네세 하우스, 위에서 소개 된 지중 미술관.....은 그들이 펼치는 꿈의 무대였지.
 
새로운 것이라야 주목 받을 수 있다는 현대 미술의 화두 때문에 우리는얼마나 아우성 치고 있는가. 때로는 너무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것까지 새로운 것이라면 용서 되는 미술 세상인데 안도 다다오와 그 친구들의 새로운 미술은 전혀 상식이 존재 하지 않는 발상 자체로 어떤 현대 미술의 시도보다 차분하면서도 신선하고 깊은 감동을 주었지.

물의 절, 웨스턴 아와지시마, 효고 현립 미술관.......한때 프로 권투선수였다는 안도 다다오의 작업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고 내 이야기도 새 학기에 계속하세. 찍어 온 영상물과 좋은 책도 여러 권 보여 줄께.



베네세 하우스 들어가는 바닷가에서 찍은 야요이 쿠사마의 ' 붉은 호박' (*사진) 보낼게.
새해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일들 생기시고....
또 눈 속에서 약효가 더욱 높아진다는 산삼처럼 올겨울 잘 보내기를 바라며......... 
                                          
*1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노출 콘크리트의 꽃을 피운 물과 빛의 세계적 건축가 (1941 ~ )
*2 세계에서 가장 희고 질 좋은 대리석으로 미켈란젤로의 'DAVID'상을 제작한 돌
*3 이짚트
*4 James Turell의 작품에 맞춰 안도 다다오가 낡은 신사를 새롭게 설계했다.

                                                                 경기소식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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