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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산수화의 한 전형, 청전 이상범

김달진

우리의 근대미술에서 평가받는 작가중 전통회화분야에서는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을 단연 손 꼽는다. 그는 1994년 미술잡지 격월간인 가나아트 11.12월호 특집 「한국근대미술을 다시본다」중 미술사, 평론, 이론 등 전문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표작가로 단연 가장 많은 표를 얻기도 하였다.


이상범은 구한말에 태어나 현재와 멀지않은 2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이다. 그는 조선말기에 전수된 전통화풍을 습득하여 화업을 시작했지만 비교적 관념성을 탈피하고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된 강산과 자연경관을 찾아내었다. 청전의 산수화에는 많은 산수화의 일반적인 특징인 심산유곡이나 기암괴석의 절벽 층층히 떨어지는 폭포수 등이 적다. 한국의 야트막한 산야풍경을 독창적인 풍경을 수렴하여 한국미술계의 거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곳곳 주변에서 흔히 볼수있는 평범하고 친근한 산야를 즐겨 그렸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가장 한국적인 산수화에 접근한 그의 그림 들이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함께 소박한 아름다움과 향수를 느끼게 끔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로 작품소재는 높지 않고 펑퍼짐한 낮은 산, 시골 언덕, 숲길, 농가나 산골 화전의 외딴 초가집, 그리고 간혹 등장하는 기와집이나 성곽, 얕게 흐르는 개울가, 특징적인 나무다리가 많다. 또한 소를 몰거나 지게를 지고 가는 농부, 머리에 짐을 이고가는 아낙네, 물동이를 지고 가는 사람, 거룻배에서 낚시질하는 노인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데 이 모두가 지금은 사라져 버린 풍물이다.


특히 인적이 드문 산골 농촌의 생활과 향토적 냄새가 금방이라도 풍길듯한 느낌을 주는 정경들은 더욱더 우리들 마음속의 참다운 고향을 불러낸다. 화면에서는 수묵의 농담변화, 은은히 우러나는 담청색 혹은 황갈색의 온후한 대기감을 완숙한 붓 맛으로 담아내는 그의 화풍에 이르면 이것이 바로 한국산수화의 진정한 모습은 아닐까 라고 결론을 내리고 만다. 게다가 스산하고 적막한 단조로운 구도속에서도 무궁한 조화를 연출하느라 애쓴 그의 작가정신은 높이 평가할 만 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3기로 나눈다. 1기는 전통화법을 배운 학습기(1914-22), 2기는 일제시대의 모색기(1923-45), 3기는 청전양식을 확림한 완숙기(1946-72)로 변모하였다.





이상범은 1897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하여 그후 서울로 올라와 1914년 서화미술원에 입학하여 그림공부를 시작하였다. 그곳에서 조석신, 안중식의 지도를 받았고 4년후 졸업하였다. 1922년부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특선을 거쳐 추천작가를 지냈으며 청전화숙을 통해 제자도 가르쳤다. 동아일보사에 근무하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때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운 사건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해방 후에는 1949년 1회 국전 추천작가로 참가했으며 초대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61년까지 홍익대 교수를 역임하기로 했다. 청전은 슬하에 4남1녀를 두었는데, 첫째 건영은 작가로 활동하다 6.25때 행불 혹은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고 손녀인 딸 인하 와 손자인 승하 씨도 작가로 활동 중이다. 막내 아들인 건걸 씨는 상명대교수로 국전 초대작가를 지냈다. 3대로 화업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포스틸갤러리 199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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