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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왕자에게 @K현대미술관

안효례



나의 어린왕자에게展

2018.10.05-2019.01.27

K현대미술관


 
(좌)전시전경

(우)유하오 지앙,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2018


별개의 소재, 특히 동화를 매개로 전시를 기획하는 건 그 동화의 인기에 비례하게 관객의 구미를 당긴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어린 왕자』를 때때로 읽고 보는 내 경우엔 특히 그랬다. 『비밀의 화원』을 소재로 한 서울미술관의 전시를 떠올리면 사실 걱정도 되었다. 이러한 관심들이 평소 발길을 끌지 않는 전시 경험이 적은 관객까지도 끌어들이기에 전시 관람이 녹록지 않다는 이미 겪은 사실 때문이다. (이것은 블록버스터 전시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전시장 초입부터 많은 관객이 있어 놀랐다. 그들은 중간중간 관객을 위한 의자에 한 더미쯤 되는 가방과 겉옷을 쌓아놓고 사진을 찍기 위해 바삐 다녔다. 첫 공간은 의자가 있던 공간이라 작품에 집중이 특히 어려웠다.


 

(좌) Shadow of Chandelier, K현대미술관, 2018

(우) 케빈 브레이, 그리너 월드, 2015


『어린 왕자』는 관계를 특히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여기서 샹들리에를 설치하고 그 그림자를 두고, 거리에 따라 명료해지거나 흐려지는 인간관계를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꿈보다 해몽의 느낌은 있지만서도.


 
(좌) 레오다브, 러브카모 유니버스 시리즈, 2018

(우) 한상임, what i know 외 다수, 2018

작가 레오다브(Leodav)의 <러브카모 유니버스> 연작은 벽에 기대어 세워지고, 그 벽에 글귀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전시되었다. 각각의 작품들이 그리는 어린 왕자의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글귀들이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작가 한상임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게임 엔진을 이용해 제작된 인터랙티브 비디오 작업, <trifling matters>였다.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처럼 가상의 공간을 다닐 수 있는 영상작업은 우주처럼 펼쳐진 배경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어 관람은 어려웠지만 인터랙티브 작업만큼 관객이 상주하길 바라는 작업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좌) 양 한 마리만 그려줘, K현대미술관, 2018

(우) 정운식, Le Petit Fox 외 다수, 2018


전시의 줄거리를 이어가기 위해 중간중간 기획자의 설치물들이 작품들 사이에 있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역시 그러한 설치물이다. 관객이 그려 붙인 양들을 겉에 두른 집 안쪽에는 어린 왕자 책을 분해해 붙인 공간이 있었다.

작가 정운식의 어린 왕자, 여우, 선인장, 장미를 2차원의 금속판을 겹겹이 쌓아 볼트와 너트로 고정해 만든 작품들은 그렇게 3차원 조형물이 되어 서 있다. 『어린 왕자』를 기대한 관객들이 상상하는 가장 익숙한 풍경의 '어린 왕자 전시 인증샷'을 찍을 수 있기에 이곳도 매우 인기가 좋아 자세히 관람하기는 어려웠다.


 

(좌) 에이제이 라아스, 눈물의 땅, 2018 / 혼자만의 소유, 2018

(우) 삐에르 포즈, 미즈모토, 2018


 

(좌) 다시 만난 세계, K현대미술관, 2018

(우) 제이슨 로드즈, My Madinah, In pursuit of my ermitage..., 2004 (참고)


제이슨 로드즈(Jason Rhoades)의 작품 <My Madinah, In pursuit of my ermitage...>를 오마주 했다는 100여 개의 네온사인들은 어린 왕자가 여행 중에 배우게 되는 감정과 관계에 관한 단어들을 담고 있다. 레터링이 부착된 벽이나 입간판 등 설치물들로 중간중간 있었던 소규모 설치물보다 큰 규모의 사실상 포토존이었다.


제이슨 로드즈 이미지 출처 = https://afasiaarchzine.com/2018/06/jason-rhoades-4/jason-rhoades-my-madinah-in-pursuit-of-my-ermitage-2004-1/


 

(좌)구지은, 꿈꾸는 풍선껌, 2018

(우)술꾼의 방, K현대미술관, 2018


작가 구지은의 <꿈꾸는 풍선껌>은 거대한 샹들리에로 등장한다. 분홍색 벽면과 분홍색 글씨로 쓰인 설문 조사 결과, 알알이 달린 플라스틱 덮개 안 무언가도 분홍색으로 등장해 현실적이지 않은 '예쁨'을 유도하는 듯 보인다. 2천여 명의 사람들이 씹은 껌을 채집해 분홍색을 칠했다. 자기심리학에서 말하는 '과대자기'를 표현한 것이다. 아동기에 나타나는 미성숙한 자기애의 단계인 과대자기는 자신을 신처럼 전능하다 여기며 자신의 모든 욕구가 당연히 충족되어야 하는 심리 상태라고 한다. 얘기를 읽어보니 이 심리가 어른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설명은 작품을 '과대자기의 기념비'라고 말한다. 작품의 오른쪽 벽면에는 각각의 '과대자기 풍선껌'이 갖는 '과대자기 샘플' 2천여 가지가 적혀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다른 면에 있는 거울은 뭘 얘기하는지 바로 맞힐 수 있을 것이다.

술꾼의 방엔 샘 듀랜트(Sam Durant)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이 걸려있다. 비싼 샴페인 '돔 페리뇽'이 하트를 그리고 있는 이곳은 『어린 왕자』에서 이상한 어른을 대변한다. 어쩐지 <꿈꾸는 풍선껌>에서 이어지는 느낌이 들 수밖에


 

(좌)카길 하만다, 재잘댐 외, 2015~2018

(우)윤여준, This is not just a hat, 2018


 

(좌)이주원, 기도하는 손, 2017 / 네일라 시청각 자료, 2017

(우)후안 오소리오, 현실 시리즈, 2017


작가 이주원, 후안 오소리오, 카길 하만다, 윤여준의 많은 영상작업이 가득한 공간은 그래서 특히 어두웠는데 특정 네온사인에는 다가갈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다. 작품은 아니고 전시 전반에 펼쳐진 레터링에 이어 네온으로 쓰인 소설의 문구들이었는데, 관객들의 사랑을 제대로 받는 모양이다. 서울미술관에서 『비밀의 화원』을 전시로 기획할 때 쓰였던 방법 중 레터링들이 사랑을 받았다면 여기는 한발 더 나아가 네온사인인 것이다. 전시장의 낮은 조도나 핸드폰 카메라의 자동설정 등을 따지자면 매우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오히려 숨고, 기획 선상의 설치물들이 사랑받는 듯 보여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을 현대미술을 보러오게 했다는 데에 '대단하다/기획자들이 머리가 아팠겠다' 싶다. (물론 미술관의 위치도 접근성에 한몫한다) 전시를 가볍게 보는 발걸음들이 많아질수록 전시/미술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테니.




사진.글.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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