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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준 : Untitled》 기자간담회, 피비갤러리

객원연구원


왼쪽부터 피비갤러리 김혜경 대표, 이교준 작가

3월 7일 오후 2시, 피비갤러리에서 이교준의 개인전 《Untitled》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미니멀한 기하추상 회화 작가로 알려진 이교준이 1970-80년대에 집중했던 개념적 설치와 사진작업을 재구성하는 한편, 90년대 이후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간 분할을 바탕으로 한 기하평면 회화를 함께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80년대에 한국 개념미술의 대표적인 유형을 이루었던 '설치'와 '행위' 예술이 이교준의 작업에서 행해졌던 바를 사진작업과 함께 되짚으며 당시의 상황을 상기하고, 이를 현재의 작업과 연관 지어 40여 년 동안 이어온 이교준 작업의 본질에 대해 고찰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김혜경 대표가 이교준의 1981년 사진작업 <Untitled>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피비갤러리 김혜경 대표의 전시 기획의도와 이교준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시기별 작품 변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교준 작가는 1970년대 당시 또래 사진작가들의 사진, 대구현대미술제에 전시된 작업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개념미술 작가인 조셉 코수스에게도 영향을 받아 비슷한 작업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1981년의 <무제> 사진작업을 통해 당시 새로운 시도로써 이중 프레임으로 작업을 하며 안과 바깥은 무엇인지에 대한 본인의 궁금증을 실천해보았다고 언급했다.


피비갤러리 전시장 전경

1990년 초반에는 다양한 재료를 통해 평면에서의 화면 분할을 시도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색면을 통한 화면의 구획이 등장했다. 이 시기부터 이교준은 종이, 석판화, 목탄, 아크릴, 수채, 목재, 알루미늄, 납판 등 금속재료의 물성을 탐구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금속재료의 물성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화면을 분할하는 작업을 해나갔으며, 2000년대 중후반부터 우드박스를 통한 공간 분할과 함께 강렬한 색감과 수평, 수직의 교차 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최소한의 형태와 색채만으로 화면을 분할하고, 단순화된 재료로 본격적인 캔버스 위주의 작업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교준, <Untitled>, 1982, silkscreen ink on white/black colored paper

개념미술에서 언어는 가장 보편적인 형식으로 언급되는데, 이교준은 언어에 있어 인식의 영역과 지각의 영역을 분리하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작업을 하였다. ‘BLACK’, ‘WHITE’ 등의 텍스트를 문자와 의미가 일치하게 하거나 반대되게 하여 인식과 지각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일깨운다.


이교준, <Untitled>, 1981, black and white photograph


이교준, <Untitled>, 1981, black and white photograph

경계와 공간을 재는 기준들을 측정하고 실험하는 사진 작업이다.

이교준의 사진작업은 신체작업과 직접 연관된다. 신체, 퍼포먼스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이 이용되었고, 이때 프레임의 바깥에 여백을 남겨 인화하는 방식은 대상이 놓여지는 장소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흐트러뜨린다.


이교준, <Untitled>, 1981, black and white photograph

의자, 나뭇가지 등의 오브제를 사진으로 찍은 후 실제의 대상과 사진을 병치하여 실제와 개념, 프레임의 안과 밖, 그 경계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교준, <Untitled>, 1980, black and white photograph

이교준은 자신의 사진작업의 큰 특징은 항상 바깥에 여백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며, 그 세계의 가장자리를 더 확장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문제를 담지 않는 것이 본인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교준, <Untitled>, 1997, photograph, pencil on paper
 

이교준, <Untitled>, 1997, photograph on paper


이교준, <Untitled>, 1982, black and white photograph

하나의 같은 풍경에 '침묵, 연륜, 섭리' 등의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개념적인 실험을 보여준 작업이다. 


이교준, <Untitled>, 2018, acrylic on canvas, 145x112cm

작가의 가장 최근 작업으로 가느다란 선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이교준, <Untitled>, 2018, acrylic on canvas

작가는 <Untitled> 회화 시리즈를 통해 평면 안에서 공간을 만들어낸다.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캔버스는 오히려 무언가가 꽉 채워질 듯한 무한한 가능성의 빈 공간을 담고 있다.

1970~80년대의 실험적인 작업들이 그 이전 시기 미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실천으로 행해졌다면, 2019년의 작업들은 역설적이지만 회화라는 형식을 빌어 회화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교준 : Untitled》은 2019년 2월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피비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교준의 사진작업은 외형적 형식은 다르지만,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식과 본질, 작품의 경계는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추상회화, 그 중에서도 미니멀한 기하 추상을 오래 동안 지속해오고 있는 이교준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재조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pibigallery.com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홍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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