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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 Cloud》, 피비갤러리

객원연구원





   피비갤러리는 2019년 11월 14일부터 2020년 1월 11일까지 김희영 작가의 개인전 《Cloud》를 개최한다. 작가는 일회용품을 견고한 타일이나 도자로 변환하거나 구름과 같은 비물질적 패턴으로 재구성하여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전시장으로 끌고 들어온다. 효율성과 대량생산에 의해 탄생한 일회용품들은 그 기능이 다했을 때 쉽게 버려지는데, 이 일상소모품들이 도자로 재구성됨으로써 본래적 사물과는 다른 색깔, 표면, 강도를 지니게 된다. 작가의 기존 작업이 경제적 효용성에 집중하는 소비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 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일회용품들을 이용한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어 더욱 작품의 형태와 의미를 확장하였다. 기성의 제품화된 타일 위에 광고 문구, 기업 로고에서 추출한 텍스트, 가령 “대한민국 청춘 하세요”, “후끈후끈”, “3분에 OK!' 등을 색을 달리하여 쌓아 올림으로써 구름과 같은 하나의 풍경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14일 피비갤러리 1층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작가의 기존 작업들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하여 이번 신작 'Cloud' 까지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김희영, 〈Wall tile_Cloud1〉, ceramic, 160×600×0.5cm, 2019


김희영, 〈Wall tile_Cloud2〉, ceramic, 40×50×0.5cm, 2019

■ ‘트로피’ 시리즈, ‘컬렉션’ 시리즈
김희영: 2011년부터 ‘트로피’ 시리즈, ‘컬렉션’ 시리즈를 시작하였다. 일회 용기들을 도자로 전환하였는데 트로피와 같은 형태를 만들고자 하였다. 지금의 시대, 승리 아닌 승리에 주어지는 트로피를 만들고자 하였는데, 트로피는 한쪽에서는 승자의 입장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은 일회용품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속성은 도자이다. 도자라는 것은 전통적인 예술 방식으로서 어떻게 보면 일회용품의 속성과 반대된다. 지금의 문명이 과거에 비해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의문을 던지며 작업 하고자 하였다.
   2012년부터는 ‘컬렉션’ 시리즈를 진행하였다. 일회용품이나 소모품이 지닌 속성이 지금의 시대와 닮아있다고 생각해 최근까지 작업의 소재로 쓰고 있다. 일회용품들은 저렴하고 삶을 편하게 함과 동시에 획일화 시키는 속성이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삶을 궁핍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도자라는 속성을 이용하여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시각을 풀어나가려고 하였다. 컬렉션 시리즈는 도자기가 지니고 있는 보다 심리적인 예술품이라는 지점에 초점에 맞춘 것이다. 그리하여 작품이 마치 박물관에 있을법한 도자의 형태인 것처럼 만들었다. 유리케이스를 덮어놓는 식으로 마치 어딘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처럼 보이고자 하였으며, 도자의 패턴은 문장부호들로 구성하였다. 문장부호가 도자의 장식적인 요소로 사용됨으로써 본래의미와 용도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게된다.


김희영, 〈Wall tile_Cloud3〉, ceramic, 90×2500×0.5cm, 2019


김희영,〈Collection_sd_23〉, ceramic, 240×15×25cm, 2013

   한편 작품〈Collection_sd_23〉은 개인이 소장한 하나의 컬렉션처럼 보이도록 작업한 작품이다. 도자를 만들 때  상감이나 진사 등 각각의 다른 기법을 이용하였는데, 오히려 일회용접시가 본래 가지고 있는 속성이 두드러지게 하였다. 원래 일회용품이 가지고 있는 문양을 살려 작업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진짜 전통적인 도자의 패턴처럼 보인다. 다른 작품에서는 도자를 활용하여 식탁을 구현해 내었다. 누군가와 식사를 한다는 것은 친분이 있다는 사회적 표현이자 인간의 소통방식 중의 하나이다.〈Invitation_dinner party〉는 이러한 소통의 자리가 되어야할 공간에 도자로 된 쓰레기 더미들을 배치함으로써 사회 속에서 느끼는 개인의 불통, 소외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설명 중인 김희영 작가

■ Wall paper
   2013년부터는 ‘wall paper’ 작업들을 해왔다. 일회용품의 단면들을 가지고 벽지의 패턴처럼 작업한 것이다. 무심하게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벽은 외부와 내부를 나누어 공간을 차단하기도 하고 반대로 공간들을 연결하기도 한다. 이러한 속성을 지닌 벽에는 벽의 장식과 보호를 위해 패턴을 이루는 벽지가 있다. 일정한 패턴, 반복적 패턴을 이루는 모습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다. 

■ The stick and block
   이 작업에 이르러서는 일회용품들의 패턴화는 여전히 유지하지만 막대기나 블록 모양으로 쌓아올리면서 공간 안에서의 작품들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 공간이라는 범위로 작품을 풀어나갔던 작업이다. 여기서 공간이라는 말은 인간의 존재가 거부되는, 비어있는 공간이다. 삶의 편리화를 위해 규격화된 보편화된 공간인 우리의 생활공간은 수많은 구조물들로 둘러 쌓여있는데, 사실 이를 들여다보면 무의식적이지만 반복적인 패턴이 있다. 이러한 패턴은 어느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풍경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무의식적으로 또한 획일적으로 부여되는 가치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하였다. 이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제작이 용이할수록 작품이 길쭉한 형태가 되었고 동시에 수량이 많아졌다. 반대로 제작이 어려워질수록 길이가 짧아지거나 수량이 적어졌다. 이 수직 작품들을 설치를 하였을 때에는 공간을 가로 지르듯이 전시하였었다. 어느 시각에서 봐도 작품들이 눈에 걸리게 한 것이다. 한편 이 시리즈의 하나인 2017년에 제작한〈APMAP Mystic Birth〉은 제주 신화를 가지고 작업했던 작품이다. 굿을 하는 행태가 일상생활에서 소모품을 쉽게 소모되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작업한 것이다. 구조물들을 놓는 장소는 제를 지내는 것 같이 계단 식 단상의 공간을 선택하였다.

■ Window & Land scape pattern
   'window'에서는 패턴화 된 모양이 일반적인 창문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landscape’에서는 패턴이 풍경으로 확대된다.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는 창의 형태를 가져온 ‘window’는 스팸 문구가 적혀있는 같은 일회용품들로 만들었다. 네모난 형태로 블록을 구현하고, 각 블록에는 서로 다른 패턴들이 있는데 이는 멀리서 봤을 때 건물의 창처럼 보인다. ‘landscape pattern’ 도시외부 풍경에 대한 감상을 드러낸 작품이다. 무의식적이지만 나름의 규칙들을 함축하고 있는 도시풍경들을 보며 어쩌면 공간이 연결되어 끊임없이 이어져있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작품에 가까이 가면 광고에서 추출된 텍스트들을 볼 수 있다





■ Cloud
   ‘Cloud' 작품들은 벽면에 타일을 이용해 설치한 것이다. 흰색 타일 위에 제품의 외곽에 있는 텍스트들을 선별하여 반복되는 패턴을 옮겼다. 그리하여 실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 현상을 나타내려고 했다. 기존의 전시에서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물외곽의 그래픽 이미지를 이용해 오늘날의 소모성,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에게 무의식적으로 주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현 사회의 가치관이 현시대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풀어내고 싶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납작한 사각형이고 구름의 풍경을 담고 있다. 하늘은 외부의 요소이면서도 자연의 것으로 비어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바라봐질 수 있는 하늘은 밤과 낮 계절에 따라, 즉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구름이란 형태가 다양해 규정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이러한 대상을 타일 위에 재현하여 사각형 프레임 안에 담아낸 것은 어찌 보면 사각형 프레임 안에 인간의 욕망을 담아낸 것 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제작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작업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타일위에 이미지를 전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wall paper' 작업을 위해서는 타일을 한 겹의 패턴으로만 구현했다면 이번 같은 경우는 광고 텍스트들을 임의로 선별하여 만들어진 패턴들을 서로 다른 색면으로 설정해 밝은 색부터 시작하여 7단계를 거쳐 톤을 밑에서부터 쌓아 올렸다. 즉 쌓아 올린 텍스트 색면들이 최종적으로 하늘의 구름의 형상이 나타나게 한 것이다.

전시디렉터: 김희영 작가의 작업은 상반된 요소들을 엮어 단순히 결합으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상반된 요소들, 그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하여 시각적으로 굉장히 폭발하는 작품들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이끌어내는 정돈되어 있고 차가운 느낌이 있다. 다시 말해, 김희영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미지가 난무하기 보다는 본인만의 질서와 세계관이 보인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이 지닌 건조함이나 차가움이 아닌 보다 풍성하게 확장된 작업들이라 생각한다. 

Q. ‘트로피’, ‘컬렉션’ 시리즈들이 일회용품을 가지고 도자화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단순히 도자 작업을 일회용품의 형태처럼 보이게 작업했다는 말인가? 작업 방식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한다면? 
A. 일회용품들을 선별하여 캐스팅하여, 즉 본을 떠서 도자로 추출해내는 형식으로 제작을 하였다. ‘컬렉션’ 작업은 여러 일회용품들이 모여 하나의 도자기를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일회용품 각각을 캐스팅한 것을 만든 다음 이후 조합하거나 붙인다. ‘window' 작업들도 김이나 우유 곽 같은 사물들을 캐스팅하여 만들었다. 

■ 작가의 작업들에 대한 설명들을 듣자면 일회용품들의 형태를 도자화 했다는 점도 그러하겠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작업을 하며 발견한 패턴이다. 즉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사용재들이 이루고 있고 있는 패턴들이 사실은 획일화되고 반복되어 찍어내지는 오늘날의 우리의 사회의 무의식적인 패턴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문장부호를 도자의 장식패턴으로 사용한 ‘컬렉션’ 작업들이나, 광고 문구를 패턴화 하여 타일위에 자연 풍경으로 이미지화한 ‘클라우드’ 작품은 의미 없이 흘러내리는 문장부호, 글자들을 작품의 일부로 재각인 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글자 형태일 뿐이지만 이것들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 활용된 것은 사회에서 개인에게 찍어지는 반복적이고 무의식적인 패턴들을 극복하고자 한 일종의 작가적 발버둥, 혹은 시도일 수도 있겠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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