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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주: Beautiful Life》, 인사아트센터

객원연구원



하금주 개인전 《Beautiful Life》


2021.11.24 - 11.30 (10:00~19:00)

인사아트센터 





하금주, <자유와 절제 사이>


눈 내리는 겨울

그리고 아름다운 봄

다시 뜨거운 여름

그리고 가을


어느 시간

아름답지 않은 날은

없었다.

(하금주 개인전 도록, 2021)


  사계절인 지닌 섬세한 색조와 서정적인 감성을 머금은 하금주 작가의 작품이 인사아트센터에서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로써 열여덟 번째 개인전을 맞이한 작가는 그동안 꽃을 소재로 하여 구상과 반 추상으로 변형시킨 형식을 보여주었다. 동양 전통회화의 사유에 서구 자연주의 회화를 조합한 독특한 시각이 특징적이다. 하금주 작가의 작업 방식은 다음과 같다. 여러 겹으로 두텁게 안료를 칠하여 바탕색을 쌓아올리고 다채로운 색조와 필치를 더한 후 점묘양식을 차용해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화면 안의 대상들은 나름의 규칙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꿈틀거리며 요동치는 듯하다.




전시전경





전시전경





전시전경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꽃, 나비, 산 등의 자연이미지들은 서양화에서 애용되어 왔던 상징적 존재이지만, 작가는 특유의 서정성과 에너지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이들의 모습은 비구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함축적이다. 파괴된 형태는 관람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며, 이 기반에는 하금주 작가의 조형적인 해석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금주, <바람이 분다>




하금주, <Relationship>




  실재하는 대상이 작품 안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로지 선과 색채, 면을 조합하여 네모난 틀이 반복되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거나, 짓눌린 색채 파편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자연미에서 벗어난 또 다른 조형미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유형의 이미지들은 자연을 모방한 이미지와 더불어 풍부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선과 선을 넘나들은 색채들은 화면을 지배하고 형태와 색채는 서로 뒤섞이게 된다. 





하금주, <월광3악장>




하금주, <수복강녕>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_하금주, <봄밤>

-하금주, <그 소녀>

-하금주, <봄 봄>

-하금주, <4月 꽃소식>




  현실에서 빠져나온 그림들은 자유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정서를 더해준다. 이러한 정서는 이번 전시의 도록에 실린 작가가 쓴 일기들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 사랑과 사람, 간지러운 고백들이 갖가지 색들로 퍼져나간다. 작가는 도록의 마지막을 작가노트의 글로 마무리 짓는다. “모든 일들은 시간에 따라 서로의 조건에 따라 쉼 없이 변하고 모양을 바꾸며 새로운 국면을 만난다. 끝은 없다. 계속 진행하며 어떠한 형식이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 시간 사이사이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때로 좌절도 한다.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관계. 적절한 자유와 절제 사이에서 모든 일은 이어진다. 그 주체는 나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의 크기와 컬러에 좌우되거나 흡수되기도 한다. 그 결과가 빛나고 아름답기를 바라지만 혹여 아름답지 않다 하더라도 그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글을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그가 삶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주어를 ‘하금주 작가의 작품’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특히 “쉼 없이 변하고 모양을 바꾸며 새로운 국면을 만나는”,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관계”, “누군가의 마음의 크기와 컬러에 좌우되거나 흡수되기도 하는”내용은 작품에서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생동하는 이미지들과 부합한다. 삶과 작품이라는 결과물이 빛나고 아름답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Beautiful Life”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전시였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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