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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 배꼽불》, 수림문화재단

객원연구원

김도희 : 배꼽불
2022.01.06. - 02.05
수림문화재단


  수림문화재단의 김희수아트센터는 1월 6일부터 2월 5일까지 김도희 작가의 개인전, 《배꼽불》을 개최한다. 김도희 작가는 2021년 수림미술상 수상 작가로, 앞선 수림미술상 후보전에서 <마주 닿은 자리에 피어오르고>라는 제목을 통해 타자와 접촉하고 확장하는 소통 방식을 보여주었다. 전시의 제목 《배꼽불(Tummo)》은 티베트 어원 gum-mo에서 유래한 단어로, 사납고 뜨거우며 야성적인 여성을 뜻한다. 또한 여성신 개념을 바탕으로 인체 내부의 열을 증폭시켜 얻은 활력풍을 통해 비어있음(emptiness)을 이해하는 수행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시 입구


전시 초입


전시 전경

  김도희는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예술적 표현이 발화되는 근원을 원형적인 열작용으로 해석하고 “추상적 초월체”가 아닌 “말할 수 없는 육기이자 실재”로서의 ‘몸’을 작품에 드러낸다. 작가는 “생명은 진동하는 회전체이며 삶은 물질(몸)을 기반으로 겪는 마찰과 경험을 해석하여 표면적을 넓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운동성을 보여주고, 삶의 체증을 덜어내며 깊이를 더해가는 김도희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전경

  <살갗 아래의 해변>시리즈에서 작가는 인간의 노동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먼저 <살갗 아래의 해변-나목89>(2019-2022)와 <살갗 아래의 해변-나목90>(2019-2022)은 2019년 12월 성북문화재단 문인사기획전 《지금 여기, 박완서》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박완서의 대표작인 『나목』을 재해석해, 미술관 벽을 갈아내어, 앙상하지만 죽지 않은 겨울나무인 ‘나목’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이를 인간의 생명력과 연결하여, 상처를 품고 새로 돋는 살결과 생명을 상상하게끔 표현하였다. 반면, <살갗 아래의 해변>(2021-2022)은 갤러리 벽에 ‘배의 녹과 따개비 등을 벗기는 노동(깡깡이)’을 보여준 작품이다. 부산 영도 조선수리소 마을인 속청 깡깡이마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던 작가의 경험이 담겨있다. 엄청난 먼지와 진동을 발생시키는 노동 과정을 거친 후 드러났던 것은 벽 안에 쌓인 속살들이었다. 몸과 마음에 깃든 리듬과 감각의 원형을 더듬어 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살갗 아래의 해변-나목89>(2019-2022)(왼), <살갗 아래의 해변-나목90>(2019-2022)(오)
수림문화재단 소장품


<살갗 아래의 해변>(2021-2022)

  전시의 제목 《배꼽불(Tummo)》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은 <뱃봉우리>(2018-현재), <루스>(2022), <영희>(2021)이다. 이는 사람의 배꼽을 캐스팅한 결과물로, 하얀색의 자그마한 석고 조각 혹은 그것을 촬영한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태반에서 세 가닥의 혈관이 나선형으로 꼬이며 솟아 나와 태아와 연결되는 탯줄과 지표면 아래에서 화산이 솟아오르는 단면의 모습이 닮은 것을 발견하고 ‘모든 인간은 화산으로 태어났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2018년부터 다양한 국적과 나이를 지닌 사람들의 배꼽을 캐스팅하며 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배꼽은 인체의 중심이자, 최초의 호흡이 드나든 통로, 개체로서의 생명이 분화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본 프로젝트는 양생술(동의보감)의 방편으로서 실존하는 인간을 실감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는 중이라고 한다.  



<뱃봉우리>(2018-현재)


<루스>(2022), <영희>(2021)

  전시장의 넓은 계단 공간을 가득 메운 작품은 <가슴산>(2022)이다. 전남의 적황토, 경기와 경북의 황토, 낙동강의 모래, 작가의 밭 등 다양한 공간의 흙들이 모여 작은 흙산의 연속을 보여준다. 흙 작업은 2018년 작가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함께 시작되었는데, 이 시기는 근처에 무덤이 많은 고양레지던시에 입주했던 기간이기도 하다. 파서(-)심으면 위에 무언가가 솟아나는(+) 농사와, 파서(-) 무덤을 만들면 만삭의 배나 봉긋한 봉분(+)이 되거나 모유가 빨려나가(-) 사람이 크는(+) 젖가슴의 모습에서 느낀 균형감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도희 작가는 맨손으로 흙을 쥐고 한 줌 씩 아래로 흘려보내, 광활한 흙산을 만듦으로써 삶과 생명에 대한 감응을 전달한다.


<가슴산>(2022)

  작가는 특정 장소에서 삶과 생명에 대한 감응을 경험하기도 한다. 2015년, 김도희는 하월곡 88번지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내의 불탄 후 방치된 성매매업소 건물에 들어선다. 그리고 이곳을 약 한 달간 오가며 청소를 하고 기록을 남긴다. <벽_잠행_바닥>(2021)은 쇼윈도가 있던 건물 1층부터 2층의 불탄 지붕 위로 보였던 하늘까지 연결된 몸통을 보고 구성한 사진설치 작품이다. 장소에 대한 상념보다는 그 자체의 생명력과 물질감이 드러난다.


<벽_잠행_바닥>(2021)

  전시장의 마지막 작품은 <강강술래>(2020)이다. 말 그대로 강강술래를 하는 비디오 작품인데, 다양한 나이의 여성 예술가들이 약자를 향한 성폭력에 대항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의기투합하여 자신의 몸으로 직접 수행하는 ‘강강술래’를 만들어냈다. 강강술래는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로, 여성들이 달밤에 서로 손을 잡고 원형을 그리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힘을 나누기도 하였으며, 전쟁 시에는 가운데 불을 피워 생기는 그림자로 세력을 과시하는 방어책으로도 쓰인 바 있다. 김도희의 <강강술래>(2020) 또한 기존의 강강술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진양조장단에서 휘모리장단 구조로 점차 빨라지는 강강술래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전통 강강술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맨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드러난다. 빠른 장단과 속도감이 증폭되면서, 강강술래에 참여한 여성들이 알궁둥이를 내밀며 정제되지 않은 카타르시스(비명)를 발산한다.


<강강술래>(2020)

  김남수 안무비평가의 글에 따르면, 김도희 작가의 작품을 아우르는 표현은 ‘신체 악기’이다. 갤러리 벽에 ‘깡깡이’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리, 강강술래의 여성 퍼포머들의 움직임, 말소리, 비명소리들은 모두 신체를 사용하는 음악이다. 이 음악 속에는 마치 인간의 배꼽과 같은 태초의 본질적인 흐름이 담겨져 있으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흙처럼 삶과 생명의 흐름, 그 순환 논리가 숨 쉬고 있다.

주최·후원 : 수림문화재단
관람 시간 : 11시-18시(월-토)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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