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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채 : A로부터》, 합정지구

객원연구원

김민채 : A로부터
2022.07.22-2022.08.21
합정지구

  김민채 작가의 개인전 《A로부터》가 합정지구에서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제목에서 A는 작업의 소재가 된 익명의 이미지들을 지칭한다. 익명의 이미지는 인터넷이라는 컴퓨터 네트워크 통신망에 표류하는 이미지 정보 중 하나로서 불확실성을 가졌다. 그는 이미지 앞에 “익명”이라는 단서를 넣어, 그 기원[출처]과 실체[사건]에 대하여 알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해준다. 말 그대로 그것은 “이름 없음”이 아니라 “이름 숨김”의 정황을 강조하면서 은폐되거나 가려져 도무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진실하게 밝힌다.


1층 전시 입구

'불확실성을 진실하게 밝힌다'는 문장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아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진실하게 말한다는 것으로 해석돼, 어차피 모순인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 모순을 알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무지에 대한 괜한 믿음이 생기게 한다. 이를테면, 불확실성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 없음과 정확하게 알 수 없음에 대한 자각은 비로소 “익명의” 대상에서 생겨난 수상한 모습과 거리낌 없이 마주하게 한다. 그것이 숨겨진 것의 정체라고 말할 수 없더라도 말이다.

  작가는 “이미지”를 찾는다. 가본 적 없는 장소와 살아보지 못한 시간과 마주친 적 없는 사람들의 이미지다. 그것은 낯설지만,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시공간이 시대착오적으로 그의 삶과 불확실하게 맞닿아 있는 정황을 보이며 그에게서 기이한 상상력과 동질감을 일으킨다. 블랙홀처럼 거대한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떠돌다가 어떤 시점에 다다라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에 접속해, 작가는 하나의 검색어 밑에 정렬된 이미지들을 새로운 폴더에 모으기 시작했다. 이때, 작가가 특정한 조건은 자신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없었다는 데 있다. 경험하지 못한 현실, 그는 그것을 이미지의 조건으로 삼아 더 이상 진실성을 물을 수조차 없는 익명의 정보로 규명한다.


지하 전시 입구

이미지3  관객은 그림 속 형상들과 그림의 제목을 빠르게 겹쳐서 훑어볼 때, 작가가 연극적인 장면들이 표출하는 서사를 직접 다루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A로부터》에서 채도가 낮은 분홍색 계열로 화면 전체가 통일된 색조를 띤 김민채의 그림은, 마치 무대 위의 연극이나 스크린 속 영화의 한 장면을 정지시켜 놓은 회화 연작 같기도 하다. 작품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형상”뿐이다. 색조차 가늠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화면에서는, 인체 형상과 인체 형상이 아닌 것, 하늘과 하늘이 아닌 것 등을 가능하기 위해 강박적인 시선이 계속해서 그 표면을 훑고 지나갈 것이다.

  김민채는 구체적인 사건과 정황을 가진 현실의 장면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포착돼 여러 키워드의 알고리즘에 따라 표류하는 인터넷 환경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면서, 이를 회화의 대상으로 옮겨올 구실을 찾는다. 그것은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돼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이미지와 회화의 관계를 탐구하게 하는 중대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인터넷 뉴스에서 내용을 접하기 전에 보도 사진을 먼저 보고 그 이미지에 대한 즉흥적인 상상이 일어났던 몇몇 경험을 토대로, 김민채는 구체적인 사건에 다가가려 하지 않고 이미지만을 수집해 그것이 함의하는 서사 대신 그것이 표출하는 형태에 주목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조건의 당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본 적 없지만 자신의 현재와 어느 정도 가까이 인접해 있는 과거의 시공간을 특정했다.



전시 전경


덩어리가 된 사람들, 2022, Acrylic, Oil on canvas, 100x100cm


둥근 파도2, 2022, Acrylic, Oil on canvas, 100x100cm


어둠이 가라앉는 시간, 2022, Acrylic, Oil on canvas, 170x140cm



체리 1~3, 2022, Acrylic, Oil on canvas


체리 2, 2022, Acrylic, Oil on canvas, 83x68cm

관람 시간: 13:00-19:00(화-일)

김희영 hppy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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