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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김정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2023.5.26-7.1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은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작가 중심의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을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하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기획 및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시작된 양 기관의 국제적 협력과 공동 연구가 실현된 결과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강수정 학예연구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안휘경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는 작가 인터뷰, 작품 실사 및 학자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이번 전시를 구현했다. 서울 전시에 이어 9월 1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내년 2월 11일부터는 LA 해머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가 개최된다.


전시가 개최된 서울관 전경




전시는 작가 29명의 대표작 약 95점과 자료 30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6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져 선보여진다. 

첫째,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에서는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전위적 실험미술의 양상들을 소개한다.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 등의 신진 예술인그룹의 활동과 이들이 연합하여 개최한 《청년작가연립전》(1967)을 통해 국전(國展)과 기성 미술계를 비판하고 ‘반(反) 미술’과 ‘탈-매체’를 최초로 주창한 청년예술가들의 주요 작품과 해프닝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서승원의 <동시성 67-1>(1967), 정강자의 <키스미>(1967), 강국진의 <시각 Ⅰ,Ⅱ>(1968), 이태현의 <명> (1967)등이 소개된다. 또 초기 해프닝 강국진, 김영자, 김인환, 심선희 등의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1967)과 첫 페미니즘적 작품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등의 <투명풍선과 누드> (1968) 등 금기를 넘어선 이들의 활동이 펼쳐진다.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 섹션 전경


전시를 설명하고 있는 강수정 학예연구관

둘째, ‘도심 속, 1/24초의 의미’에서는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시행한 실험적인 시도들을 조명한다. 실험미술의 선두에서 활동했던 김구림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를 상영하고, 또 김구림이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을 감쌌던 <현상에서 흔적으로>(1969)를 재해석해 새롭게 제작한 드로잉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가 최초 공개된다. 미술, 영화, 패션, 연극, 무용, 종교, 문학을 넘나드는 실험적 작업을 시도한 ‘제4집단’이 도심에서 펼쳤던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1970.8.15.) 등의 해프닝도 자료로 소개한다. 


김구림, 〈1/24초의 의미〉, 1969,16mm 필름, 컬러, 무음, 

9분 14초, ed. 2_8,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소장 © 김구림, 사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왼쪽) 김구림·김차섭, 〈매스미디어의 유물〉, 1970, 혼합매체 (오른쪽) 김구림, 〈1/24초의 의미〉브로슈어

셋째, ‘전위의 깃발아래 –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에서는 1970년대 초 실험미술 그룹과 개인들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아방가르드의 주체로 자리잡은 한국아방가르드 협회의 청년작가들은 이론지 AG를 발간하고, 산업화된 ‘도시 환경과 문명’을 주제로 반(反)미학의 일상성과 탈(脫)매체적 다양성을 추구하여 작품세계를 확장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판화를 실험의 매체로 삼아 AG 디자인 정체성을 작품화하는 장르융합적 면모도 보여주었다. 하종현의 <작품 73-13>(1973), 송번수의 <AG전 포스터>(1971) 등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넷째, ‘“거꾸로” 전통’에서는 한국의 전위미술과 전통의 특수한 관계를 다룬다. 통상 전위미술이 전통의 부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통예술의 재발견을 통해 ‘거꾸로’ 그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아부다비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인 이승택의 <무제(새싹)>(1963/2018)와 <무제(낫)>(1969)등을 선보인다. 전통의 재발견을 통한 전위적 실험미술의 행보는 한국미술의 탈서구화 및 전통과 현대의 긍정적 계승으로 이어졌다. 

다섯째, ‘‘나’와 논리의 세계: ST’에서는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논리와 이론의 토대를 정립하며, 한국미술에 개념적 설치미술과 이벤트를 맥락화한 전위미술단체‘ST(Space&Time)’학회(1971-1981)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이들은 예술개념의 문제를 분석·철학적으로 접근하여 매체의 본질을 언어에서 찾고자 했으며 동서양 이론을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사진, 사물, 행위, 이벤트 등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하였다. 대표 작품으로 이건용의 <신체항>(2023), <손의 논리>(1975), <신체 드로잉 76-1 78-1>(1978) 등,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1974)와 ‘미술로서 사진’의 가능성을 실험한 <거울>(1975), <사과>(1976) 등이 소개된다. 


이건용, 〈신체항을 위한 드로잉〉, 1971, 종이에 펜


성능경, 〈여기〉, 1975, 종이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10.2×15.2cm(18), 작가소장 © 성능경, 사진 작가 제공


여섯째,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에서는 당시 청년작가들의 돌파구가 되었던 해외 비엔날레와 AG의《서울비엔날레》(1974),《대구현대미술제》(1974-1979)를 상호 교차하여 한국 실험미술의 국제적 면모를 선보인다. 1960-70년대는 국제 교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특히 제8회《파리비엔날레》(1973), 제13회《상파울로비엔날레》(1975) 등은 한국의 젊은 실험미술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심문섭의 <현전>(1974-1975), 박현기의 <무제(TV돌탑)>(1982), 이강소의 <무제 75031>(1975) 등 당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학철, 〈계시-1〉, 1974, 캔버스에 아카시아 나뭇가지, 실, 99x68.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간담회에서 배포된 전시도록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수록되었다.
「전위의 실험에서 실험미술로: 대안적 한국 모더니즘의 역사」(조수진), 
「지구촌: 1973년 파리비엔날레에서」(안휘경), 
「한국 실험미술, 무엇이 실험적인가?」(조앤 기),
「전환과 역동의 시대: 아방가르드-한국 실험미술 1960-1970년대」(강수정)
「전위의 실험: 1960-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해석」(윤진섭)
이 외에도 1960-70년대 발표되었던 기념비적 원고들이 수록되어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기자간담회 중 다음과 같은 질의응답이 있었다. 답변은 모두 강수정 학예연구관이 진행하였다.

국민일보 손영옥
Q. 한국 실험미술의 '독창성'에 집중하다 보니, 개념미술 거장인 조셉 코수스나 당시 국제 미술계와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A. 이일이나 오광수가 당시 발표한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듯 작가들과 비평가 모두 '다다' 등 서구 미술 경향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말씀하신 부분은 지속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YTN 이교준
Q. 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이 '한국현대미술의 원형'이라고 하셨는데, 그 구체적 근거나 사례는?
A. 이 시기에 개념미술이나 비디오아트 등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현대미술의 양상이 이미 선보여졌었다. 다만, S.T학회 해체 등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이 시기의 작품들은 많이 잊혔었다. 그러다가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전시가 한국에서 개최된 이후 연구자들이 이 60-70년대부터 발표된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인다.

전시는 '암울한 시대의 청춘과 그 예술'에 박수를 보내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 '전위'와 '실험'이 우리에게 어떤 유산으로 남았는지를 질문하는 시간이다.


                                                                                                                        영상 : 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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