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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추상, 실험: 이향미, 이정지, 이명미》, 피비갤러리

객원연구원

《여성, 추상, 실험: 이향미, 이정지, 이명미》
2023.8.24 - 10.14
피비갤러리

한국 여성추상화가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진한 상황을 인식하면서 피비갤러리는 이정지, 이향미, 이명미의 삼인전을 개최한다. 피비갤러리는 세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인 1970-90년대의 작품들 중에서 작업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들로 출품작을 엄선하였다. 이정지, 이향미, 이명미는 1970-80년대 여성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기에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주류 미술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업세계 구축에 천착한 작가들이다. 
 

이정지, <O-21>, 1991, oil on canvas, 217 X 182 cm

이정지는 여성작가로서 독자성을 추구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누구 못지 않게 강한 힘을 보여주는 전면성의 회화이기도 하다. 거대한 캔버스를 물성과 제스처로 가득 채우고 정면성을 강조한 회화는 남성 작가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곤 했지만 이정지의 회화는 그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미지의 압도감을 가지고 있고 화면 그 자체로서 강한 물성과 제스처로 우리를 압도한다.
 

이향미, <색자체>, 1978-1988, acrylic on paper, 146 X 76 cm

이향미는 흘림 기법을 활용한 회화 작업을 선보이며 ‘색채가 지닌 오브제성’과 공간성을 탐구하였다. 또한 반복적인 흘림을 통해 기성 회화에서 벗어나서 기존의 관습에 저항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고자 하였다.
 

이향미, <색자체>, 1978-1988, acrylic on paper, 74.5 X 119 cm

이향미의 <색 자체>는 캔버스에 물감을 흘리는 행위를 통해 제작된다. 작가는 일상의 것을 자유롭게 시각화시킬 수 있는 것을 ‘흘림’이라고 일컬었는데, 이는 곧 작가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시각언어가 되었다. 그는 당대 주류의 흐름이던 앵포르멜, 옵아트, 기하학적 추상회화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색채를 통해 스스로의 조형 언어를 만들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명미, <동물그리기>, 2023, acrylic on canvas, 181.8 X 227.3 cm

이명미는 회화에 대해 지나친 관념을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고, 원색계열의 선명한 색채, 단순한 점, 획, 숫자, 도형과 같은 기표로 화면을 유연하게 구성하는 회화를 선보였다. 천진난만하고 명료한 그의 회화 화면은 특정 주제나 미술의 사조보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동시대성으로 이어졌다. 

 
이명미, <달려라 토끼>, 2023, acrylic+thread on canvas, 116.7 X 91 cm

이명미는 회화에 현학적인 사상이나 의미 부여를 하지 않지만 그의 회화는 때론 해학적이며 날카로운 유머를 보여주고 아니면 천진난만함으로 관람객을 무장해제 시키기도 한다. 

 
이명미, <풍경>, 2023, acrylic on canvas, 116.7 X 91 cm

작품에서 알 수 있듯 이명미는 관념이나 이론보다는 직관과 감각에 충실한 회화를 추구했다. 

 이들은 모두 시대 정신이나 동질성이 아니라 개별성과 독자성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명미는 독자성에 대한 고집이 어떻게 동시대성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역사는 과거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에서 재위치시켜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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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피비갤러리 2층 블루스퀘어에서 ‘여성, 추상, 실험’으로 재조명하는 한국현대미술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본 세미나는 현대미술에서 소외되었던 아시아의 추상미술과 여성작가를 다루며 한국추상 여성 1세대의 깊이있는 이해를 위한 담론을 제시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본 세미나는 문정희(국립타이난예술대학 부교수), 정연심(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이성휘(하이트문화재단 큐레이터)의 연구 발표와 함께 진행되었다. 

 문정희 교수는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추상미술은 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 속에서 아시아 여성 미술의 현주소를 가늠한다는 것은 먼저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하는 중요한 과제임을 언급한다. 아시아의 추상미술에서 특히 여성 작가는 남성의 지위가 보존된 강한 결속력의 운동성 속에서 오히려 자발적이고 자의적인 창작의 주체로서 의의를 지닌다. 추가로 아시아의 시각으로 여성 추상미술을 바라본다는 것은 글로벌화 한 세계를 향해 동시대의 시간을 공유하는 의미로서 매우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다. 



정연심 교수

 정연심 교수는 린다 노클린의 에세이 중 “지금까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나?”로 발표를 시작했다. 이 주장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여러 기회가 부족했다는 점과 여성성이 이데올로기의 산물로서 사회적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들었지만 한국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말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실험미술전에서 여성 미술은 극소수였다는 점은 여성 작가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보다 한국 추상미술과 단색화의 비평사로 살펴보고자 했다.



이성휘 큐레이터

 이성휘 큐레이터는 오늘날의 추상은 더 이상 전위적이지 않다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서구의 미술사가들은 추상회화야말로 모더니즘 기획 전체였다고 말하며 이를 주도한 매체로는 회화였으며 절정을 누린 것이 추상회화였다. 후에 추상회화가 죽었다는 선언이 나오며 추상회화의 화려한 시절에 대한 비평가들의 비평과 회고가 이루어졌고 여기서의 추상회화는 주류의 남성 추상작가들이다. 주목할 점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여성 추상작가들에 대한 연구와 미술사 기술은 빈약하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주류 미술사가 고착시켜 놓은 추상미술작가 군단을 재검토하고 다각적인 시점에서 미술사 서술에 대한 논의를 새로이 할 때이다.” 또한 여성작가들뿐만 아니라 편협한 미술사가 비주류로 소외시킨 여타의 작가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와 개별적인 성취 및 영향 관계의 재맥락화를 통해서 한국현대미술이 더 많은 갈래의 분석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바라며 세미나의 발표는 마무리되었다. 

이채현 cogus02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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