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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반영》, 갤러리현대

김달진



《유근택: 반영》
2023.10.25 – 12.3
갤러리현대


2017년 《어떤 산책》 이후 갤러리현대에서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분수〉, 〈창문〉, 〈봄-세상의 시작〉, 〈이사〉, 〈말하는 정원〉, 〈반영〉 등 작가를 대표하는 주요 연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 ‘반영’은 동명의 연작 제목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반영이라는 단어의 ‘빛이 반사하여 비침’과 ‘다른 것에 영향을 받아 어떤 현상이 나타남, 또는 어떤 현상을 나타냄’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유근택은 자연과 인간, 삶과 사물의 현상과 본질을 서정적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에 나타낸다.  




유근택은 지난 30여 년간 동양화의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동시대의 언어로 전환하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양 미학에서 강조되는 관념적인 시공간과 대조되는 ‘일상성’에 일찍이 주목하며 한국 화단의 신선한 움직임을 이끌었다. 작가에게 ‘일상’이란, 매일매일 반복되는 동일한 풍경이 아니라, 이 세계를 마주한 ‘나’를 새롭게 각인시키고 잊힌 감각을 여는 또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 《반영》 전에도 우리가 흔히 만나게 되는 창밖으로 보는 밤 풍경, 지상에서 솟구쳐 오르는 분수의 풍경, 생활 도구가 잠식한 실내 풍경,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호숫가의 풍경, 대지를 뚫고 자라나는 식물로 가득한 정원 풍경이 유근택만의 해석을 통해 낯선 풍경으로 변모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근택의 일상성에 관한 접근과 태도는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론으로도 확장되어 왔다. 작가는 2010년대 중반부터 한지라는 동양화의 숙명적 재료가 지닌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그에게 한지는 대상을 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작가의 신체와 그림이 만나는 무대이자 스스로 회화적 언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와 같다. 작가는 두꺼운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여 그 위에 드로잉과 채색을 한 후, 전면을 물에 흠뻑 적셔 철솔로 한지의 표면을 거칠게 올리며 다시 채색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 그의 신체적인 흔적과 숨결, 물리적인 힘이 가해진다. 특히, 매끄러운 한지를 날카로운 철솔로 수백 번, 수천 번을 문지르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작품의 표면과 물성에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표면을 해체하고, 그와 동시에 표면 아래에 숨겨진 공간을 끌어올려 새로운 공간을 생성하는 역설적인 작업을 완성한다. 물에 젖은 상태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풍경이 철솔질을 통해 서서히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낼 때, 현실의 공간과 회화 속 공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내가 바라보는 풍경과 나의 존재가 교차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유근택의 개인전 《반영》은 ‘나’라는 주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만나며,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를 투영한다. 일상에 내재된 강인한 생명력과 삶과 죽음이 중첩된 찬란한 순간을 포착해낸 유근택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익숙한 세계는 다시 낯설어지며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유근택은 1965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1988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 1997년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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