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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남: Forme d’esprit》, 페로탕 서울

객원연구원



2024년 1월 24일(수), 오전 11시, 페로탕 서울에서 이상남 작가의 개인전 《Forme d’esprit(마음의 형태)》이 열렸다.

페로탕 서울의 2024년 첫 전시인 《Forme d’esprit(마음의 형태)》전은 미국 뉴욕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상남 작가의 기하학적 추상 세계를 ‘압축된 마음의 풍경화(compressed landscape)로 아울러 볼 수 있는 전시로, 1993년에서 2023년 사이의 총 13점의 작품이 1층과 2층에 걸쳐 선보인다.

이번 《Forme d'esprit(마음의 형태)》전은 81년 도미 이후, 이상남 작가가 자신만의 실험적인 예술 언어를 찾기 위해 40년 이상 축적한 다양한 아이콘을 중첩 혹은 충돌시키는 감각의 총체적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81년 도미 직후, 신표현주의가 지배적이었던 당시 미국 뉴욕에서 한국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작업 방식이 신추상 방식의 기하학적 형태와 기호로 전환되는 과정과 함께 그 작업과정에서 발견되는 물성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 연구, 해석한 이미지의 ‘주체적인’ 존재 방식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 여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 배치는 연대순으로 묶어가며 스토리텔링을 하는 대신 전시장이 극장(theater)과 같은 또 다른 장소로서 관객이 작품에서 만난 우연한 ‘낯선 사건’을 수평적인 시간 안에 마주할 수 있게 배치했다. 1층 입구에는 단순한 기하학적 기호들로 구성되어, 침묵, 미니멀, 무에서 느끼는 혼란과 시끄러움을 1층, 2층 안에 배치된 복잡한 구조의 작품 속에서 내면을 정리하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휴식과 힐링으로 제공한다. 



이날 이상남 작가는 “자신을 추상을 해부하는 추상 해부학자이자 추상을 추상하는 진정한 의미의 추상화가”라고 소개하며, “과잉 이미지 소비 시대에 관객이 몇 초간이라도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바다에 빠져 사유할 수 있게 작품과 관객 사이를 지휘자처럼 매칭하며 무한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화면에서 미끄러지는 아이콘을 소비하는 것은 낯섦과 충격 속에서 또 다른 이미지들을 중첩, 충돌시키며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가게 하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내 다음 작품을 상상하고 시작할 수 있는 장소이자, 중요한 정보,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책 출판 예정(2월)_”끝나야 끝나는 겁니다.“_문학동네 <난다>
김민정 작가 기획, 채호기 시인 비평, 이상남 작가 대담 포함



“나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합리와 비합리,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건축,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샛길을 건든다. 그 사이에서 산다. 회화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_이상남



이상남 작가의 화면 속 아이콘과 기호는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중첩되고 부유하는데 이는 마치 디자인 건축, 회화 이곳, 저곳을 슬쩍슬쩍 건들고 더듬으며 그 사잇길로 걸어가는 작가의 유목민 적 정체성과 닮아있다. 이러한 이상남 작가의 예술작업의 큰 전환점은 81년 도미 이후로, 신표현주의와 같은 완전히 다른 미술 형식이 지배적이었던 당시 미국 뉴욕 미술계의 상황 앞에 놓인 동양인 작가로서 존재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에 이상남 작가는 이미 해왔던 미니멀하고 개념적인 시각의 본질에서의 일탈을 시도했고, 이전에 수많은 매체실험을 하며 폐기했던 재료를 다시 사용함으로써, ‘동양인’,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보다는 이미 해왔던 ‘동시대 실험 미술의 일군’, ‘무리로서 나’, ‘다수의 나’를 끄집어내어 기존 질서 속의 배타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에 대한 경쟁적이고 전투적인 작업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실험적인 작가의 존재 방식은 총체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수평적 시간으로 구성되어 직선과 곡선 그리고 색이 중첩되고 충돌하며 중성화된 자아로 표현된다. 죽음과 어둠을 나타내는 직선 그리고 그 직선과 원색이 가지고 있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요소를 중화된 색깔과 곡선의 삶과 밝으므로 감싸며, 작가는 양극단의 성질을 절묘하게 연속 선상에 위치시켜 특정 성을 가진 자아로써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중성화되어 표현된다. 이러한 젠더에 대한 탈중심적인 표현에 앞서 우연적인 사태, 일탈이 작품 속 특정한 아이콘, 날카로운 상처, 스크래치 그리고 반복적인 이어짐과 끊김에서 오는 수수께끼 같은 형태들이 중첩된다. 이는 작가의 한 문화와 언어를 지배하는 “배태된 상징적 의미”에 대한 부정의 반응으로서 다양한 연령층, 남녀요소 구분 없이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뜻밖의 ‘낯섦’과 ‘사건’으로 화면에 위치한다. 



“퍼포먼스 이론이 내 작업에 아주 중요하다. 뉴욕에서 무용과 연극을 보면서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뭔가 예기치 않는 사건, 사건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요소라 오히려 많이 배웠었고 그것이 오히려 내 작업에 많이 반영되었다.“_이상남



”하여튼 theater다. 이것도 여러분이 모인 장소도 나한테는 엄청난 사건이다. 어쩌면 그쪽에서 받아들이는 것도 있지만 이것도 나에게 사건이 되고 낯섦이 돼서 나 스스로가 끊임없이 사유할 수 있는 것이라. 이런 것이 흥미롭다.“_이상남

이를 통해 관객이 지금, 현재의 사건을 자발적으로 찾아갈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주체적인 존재 동기의 발현으로서 소통될 수 있게 작가는 화면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겹치고’, ‘비틀어’ 고정된 이미지를 “부정하는 회화적 묘사 단계”를 거친다. 이에 대해 작가는 “99%는 전략적이고 논리적으로 준비한 색, 형태, 아이콘 등 엄청난 양의 프로토타입이 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각자 가진 삶이나 삶의 근거에 의해 보기 때문에 사태를 주시해 보다가 예측하지 못한 1%에서 막판에 쌓은 것을 모두 부숴버리는 것이 예술의 매력이고 계속 만들어나가며 살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관객이 작품을 훈육된 언어로 읽기보다는 ‘즉흥적’으로 감정을 반영하여 먼저 보게 함으로써 중첩되어 교환된 이미지들이 나와 타자, 존재와 존재 사이의 사건을 통해 의미가 가둬지지 않고 작가의 “마음의 여정”, “궤적”, “정신”으로 다시 포용되고 수용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뉴욕에서 항상 그런다. 이상남 너의 기하학을 보면 뭔가 다르다. 컨템포러리 아트가 답을 알게 되면 다음에 볼 게 없는데.. 마르셀 뒤샹이 큰 연못에서 낚시하는 것처럼…. 너의 작품은 끊임없이 또 다른 아침마다 발견되는 재미가 있다. 길게 보는 재미가 있다.”_이상남



이는 수작업을 통해 물성의 본질을 탐구하며 색면의 물성이 빛을 수렴하는 것이 아닌 자율적인 존재로서 자신만의 무한한 가능성 즉, 아우라를 발산하는 작업 태도로서 존재 형태를 추상을 추상하는 작가의 제작과정과도 이어진다. 특히, 수 없는 붓질이 사라진 인공적이고 매끈한 화면은 “우리가 살아가는 속성” 그 자체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작가의 일상과 호흡”을 “무아(無我)” 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우라가 제거된 팝아트의 실크스크린 기법과 다르게, 작가 자신의 몸과 작품이 끊임없이 부딪치며 사유 되는 물성의 본질을 찾아감으로써 작가의 표류하는 존재 방식이 물질적이고 추상적인 신체로 물성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시간에 비례해서가 아닌 어떤 제작과정에 시간을 들였느냐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에게는 어떤 형상을 쪼아내고 끌어내듯 수없이 칠한 곳을 또 수없이 갈아내는 작가의 노동이 작품 생산에 있어 자신의 마음의 여정에 ‘총체적인’ 동시대의 풍경을 보기 위한 끊임없는 자아실현기회인 동시에 지속적인 외부세계와의 관계 형성 과정임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작가는 매일 같이 손과 사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펜 하나로 습작한 수만 장의 드로잉을 담은 다이어리, 자신이 만들어낸 수백 가지의 색깔 수첩, 아이콘을 조합 및 조립할 때 필요한 자료 등 색깔, 형태, 아이콘에 대해 참고 자료들이 방대하게 수집되어 있다고 한다.


이상남 작가에게 예술이란?
“다들 바쁘게 운전하며 가는 모든 자동차 앞에 신호등이 걸렸고, 그 앞을 어떤 할머니가 서서히 느리게 짜증스럽게 길을 걷는 게 예술이다.”

이수현 suelee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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