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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아트선재

김정현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Dan Lie: 36 Months of Loss 

2024.2.16-5.12

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관장 김장언)는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댄 리(b.1988, 과거 작가명: Daniel Lie)의 한국 첫 개인전을 한옥과 더그라운드에서 개최한다. 댄 리는 2022년 뉴욕 뉴뮤지엄 개인전을 비롯해 카네기 인터내셔널, 싱가포르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 등에 참여한바 있다.  




댄리 작가


작가는 화이트큐브 미술관을 유기체의 탄생, 확산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순환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시스템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곰팡이, 효소 등의 소재를 사용하며, 영혼과 조상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의 개념을 호출한다. 흙, 꽃, 버섯종자와 같은 자연의 재료를 사용한 대형 설치 작업은 전시 환경과 기후, 그리고 설치 요소의 생물학적 구성에 따라 변화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울금으로 노랗게 염색한 직물들이 전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새싹과 버섯종자가 자라나고 있는 흙더미, 국화와 삼베, 면포로 만든 행잉 구조물, 그리고 쌀과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옹기들로 구성된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작품은 계속해서 형태가 바뀌며 삶과 죽음의 사이클 안에 놓이게 된다. 또한 부패와 발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은 이 순환과정을 촉진시키는 협업자로 활약한다. 




댄 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은 부패와 발효, 즉 삶과 죽음의 순환 안에 놓인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살아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개인적 경험과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한 신작을 선보인다. 2024년은 작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지 3주기가 되는 해로, 댄 리는 작업을 통해 한국의 장례 문화 중 삼년상을 재해석한다.




삼베, 면포, 짚풀, 옹기 등의 재료로 자신만의 애도 방법을 성장, 발효, 부패와 소멸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부패와 발효를 통해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중정에 위치한 한옥 안에서는 또 다른 작품이 등장한다. 부정을 막기 위하여 걸어 놓는 금줄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새끼줄, 국화 그리고 옹기를 사용하여 대들보에서 내려오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품 또한 점점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설명하듯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작업”으로 제시된다.



삶과 죽음의 순환을 관찰하며 작가는 ‘공감’을 화두로 던진다. '우리 인간은 다른 인간을 보는 것과 같이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며 볼 수 있을까?' 


작가는 비인간 행위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뿐 아니라 곰팡이학자, 후기인본주의 학자, 추모 의식을 연구한 고고학자와도 대화를 나누며, 인간 중심 세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비인간 행위자들을 작품의 중심에 둔다. 나아가 전시장에 놓인 옹기 안에서 발효되는 막걸리가 관람객들의 후각을 자극한다면 삼베, 면포, 국화와 같은 한국 전통 장례문화에서 온 모티브들은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작품을 통해 특별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간담회에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년에 철원 DMZ와 정읍 백양사에 방문하고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과 교류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서울에 도착하는 날이 아버지의 기일로부터 1,000일이 지난 시기로, 아버지의 고향인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는 그날 추모행사를 하는 전통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전시는 5월 12일까지.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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