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부산현대미술관 2024년 상반기 개막식 2)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展

안효례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2024. 2. 24 - 2024. 7. 7
@부산현대미술관 1층 및 2층 전시실, 야외정원

미술관 주요 용역에 관한 의사를 이용 예정이거나 이용 중이거나 이용했던 시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미술관의 정체성과 디자인 재정비라는 '큰일'에 보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점에서, '부산현대미술관과 정체성과 디자인' 전이 부산현대미술관의 최초 디자인 전시였다는 것보다 기억에 남는다.

(사진) 가이드를 시작하는 김소슬 학예연구사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에서도 다시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성능경 작가가 짧은 퍼포먼스를 하며 자신의 작업을 예고했다. 김소슬 담당 학예연구사가 기본 가이드를 맡았다. 149점의 출품작은 51명/팀 참가자를 전시장으로 불러들였다. 김소슬 학예연구사 외에도 여럿의 기획자를 함께 전시 추진위원회로 두어 하나의 전시라기보다, 한 보따리의 전시 묶음처럼 보이게 했다. 로컬리티에 관한 전시의 속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나 참여 작가 그룹을 포괄하여 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보기를 시도한 노력은, 전시의 규모와 다양성을 키우고, 다변적 로컬리티를 담아냈다. 전시를 관람하던 방문객으로부터 '흡사 비엔날레를 보는 듯하다'는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총 7개의 전술/섹션으로 분류해 진행되는데, 이 구획은 완전한 분리보다는 중첩된 형태를 취한다고. 전시에서는 보통 사용하는 '지역' '지방'이란 단어 대신 '로컬리티'를 사용하는데, 지역이나 지방이라 지칭할 때 내포되는 위계성과 중앙과 주변으로 나누려는 작용을 포함하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아래 작품 소개는 실제 작품 순이 아닌 섹션 순서를 따랐다)

(사진) 설명하는 이영준 작가 뒤로 영상 설치, 천정에 달린 스피커 가덕도의 생생한 소리를 전한다

먼저 [전술 1. 요충지_소문의 곳]은 거짓, 소문, 소설을 해체하고 자신이 수집한 정보로 '진실'을 구성한다.
이영준 작가가 마이크를 들었다. 가덕도 현장 취재와 채집한 사운드 등을 전시로 구성한 내용을 해설했다.

(사진) 여상희 작가의 신문죽으로 제작된 작품에 깨알같이 적힌 글이 인상적이다

[전술 2. 체화된 기억]에서 여상희 작가는 10년째 지속 중이라는 신문죽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여러 역사 속 이야기는 신문죽으로 생성한 돌판 같은 전시물에 인두로 지지는 방식으로 기록되었다.

양자주 작가는 부산 태생은 아니나,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거주하며 현지 주민과 협업한 작업을 선보였다. 지장으로 작업한 설치 작업 너머에는 메타버스도 등장했는데, 실제 작업했던 건축은 허물어져서 재 작업한 것이라고 했다.

(사진) 설명중인 양자주 작가/지장 작업 부분/메타버스로 재구현한 건축물 부분


(사진) 작품 앞에서 설명중인 김원진 작가, 불확실하거나 현실의 오류처럼 보이는 조직물이 인상적이다

김원진 작가는 기록이 가지는 불확정성 오류에 관한 무용(무의미)한 것들에 관심을 둔다.

기획자와 작가 등으로 구성된 경남 예술가 모임 에프파이브(F5: 김나리, 김다솜, 노순천, 최수환)는 3.15 마산 의거를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1960년 3월 15일에 마산시(현 창원시) 일어난 3.15 마산 의거는, 3.15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로 일어난 시위로 4·19 혁명의 계기가 됐다. 여기서 나고 자란 작가들에게 사건 관련 지역 매일 지나는 익숙한 곳. 〈바다에서 온 사람〉 연작은 주요 장소인 마산합포구와 김주열 열사 이양지, 그가 가길 소망했다는 용마고등학교까지의 길 등을 영상으로 담아 설치했다. 비 오는 날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설치된 전구가 가로지르며 빛이 중첩한다. 설치 영상의 소리는 사람들이 모이면 소리가 커지도록 설계됐다. 이런 설정은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이 아닌 현재 이곳의 일임을 이야기한다.

(사진) 작품을 소개중인 예술단체 에프파이브, 뒤로 전구가 지나가며 영상에 빛이 번지고 있다

(사진) 미역과 해조류가 설치된 작업 앞에서 나까 작가가 설명을 이어간다

[전술 3. 미래로의 연결망]에서 가장 먼저 만난 건 벽에 붙은 기장의 미역과 해조류였다. 핀란드에서는 건축 재료로도 사용한다는 이 재료를 소환한 나까 작가는, 식탁이라는 일상적 행위에서 인류세까지 연결되는 부분에 관심을 둔다. 2020년에는 비건 스튜디오 '나유타 부엌'을 개설하고 비건 요리와 강의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작가는, 주말에는 전시장에서 찐쌀을 제공하고 먹는 행위를 더하는 시도를 할 예정이다.

[전술 4.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 에서 신나리 작가는 영상으로 말한다. 기억하고 전달하는 게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의 작업 〈뼈〉(2022)는, 일본 북부 아키타 지역의 조선인 강제동원자를 기억하기 위해 40년 넘게 분투해 온 재일교포 하정웅과 일본 비주류 사학자 차타니 쥬로쿠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정윤선 작가의〈욕망의 장소: 표류하는 지표들〉퍼포먼스 작업 중에서


아래층에서 [전술 5. 불안-조율-공존]이 이어진다.
우리의 움직임에 맞추어, 정윤선 작가의 퍼포먼스 작업 〈욕망의 장소: 표류하는 지표들〉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동'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상시 상영되는 미리 촬영한 퍼포먼스 영상을 배경으로, 원형 단상과 두 대의 모니터로 구성됐다. 허경미(허경미 무용단, 무무 대표), 신상현(씨어터-아我 대표) 두 안무가가 영상에서처럼 가슴에 카메라를 달고, (흡사 시계나 카메라 조리개로도 보이는) 레이더가 돌아가는 원형 단상 주변을 이동했다. 두 카메라는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로 각각 송출되고, 거기엔 행위자들은 물론 그들이 카메라로 바라보는 관객이 등장한다. 서로를 인지하고 나와 다른 존재로 인정하며, 결국 온전한 주체로 타자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자신과 타자의 인지 과정이 본다는 것, 시각, 영상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 우리 관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행위 작업들이 연극과 같은 제4의 벽을 갖고 있지만 이 벽을 넘나드는데 의미를 부여하듯, 이번 행위 작업도 관객을 행위 작업에 적극적으로 초대했다. BGM으로 깔린 메트로놈 같은 음향효과는, 이동에 의해 흔들리는 영상만큼 불안함을 조장하는 한 편, 빨라졌다가 느려지는 이 소리는 심장 소리과 공명하는 듯, 후반에 이르러 관객의 불안감을 다시 차분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진) 고등어 작가의 작품 아래서, 창파(김혜경) 실험실C 아트디렉터가 섹션6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중이다


(사진) 김경화 작가의 자개작업과 깃대 작업인 〈깃대에 기대, 2023〉

[전술 6. 경계감각] 에서는 주민 인터뷰와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의 연구를 통해 작업 된 것들이 선보여졌다. 고등어 작가의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김경화 작가의 자게 작업 등을 만날 수 있다. 김경화 작가는 미술관 외경 뒤편에서 만날 수 있는 깃대 작업과 동일 작가였다. 특정 깃대가 꽂히면 마을에서 해당 작업을 진행하는 특성에서 가져왔다고. 자개 작업들도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도시에서 버려졌거나 방치된 소재를 사용하여 노동의 가치와 제도적 불평등에 관한 질문을 담아 설치작업으로 보여준다.

신토불이 클럽(강미나, 남정현, 오승훈, 이유나, 한수련, 홍이슬)의 작업은 테이블 위에 다양한 식재료로 등장했는데, 여기 오른 부산의 대표 식재료들은 전시 기간 현장에서 절여지는 상태로, 보는 것 외에 냄새 등 다양한 감각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전술 7.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의 복수는 여럿을 의미한다. 이봉미, 김수정 기획자는 부산 중구 영주동의 50년 된 영주아파트를 실험적인 전시공간 '예술공간 영주멘션'으로 바꾸어 노수인 작가와 운영 중이다. 이들 기획자는 여성 창작자가 삶과 작업에서 만나는 것들에 집중하고, 뜨개질로 작업한 통계 설치 작업과 직접 눕고 앉을 수 있게 설치한 작업을 소개했다. 이들은 여성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 활동과 연계전시를 이어가고 있고, 그 결과물 중 하나이다.

(사진) 설명중인 예술공간 영주멘션의 김수정, 이봉미 기획자, 왼쪽에 걸린 목도리는 하나 하나가 통계막대이다

완전히 다 둘러보지 못한 이 전시는 미술관의 1~2층과 야외정원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강문식, 강우영, 고등어, 김경만, 김경화, 김도희, 김수정, 김영조, 김원진, 김응수, 김재민이, 김지곤, 김지수, 나까, 로컬터치, 마우로 헤르세, 박상은, 박정원, 박지선, 백종관, 서민정, 소니아 라디다, 손구용, 송기철, 신나리, 신토불이 클럽, 실험실 C, 심점환, 양자주, 에프파이브, 여상희,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예술공간 영주맨션, 오다 카오리, 오민욱, 왕덕경, 유채정, 윤지혜, 율리아 로만&김가영, 이노우에 리에, 이영준, 이한범, 임현정, 전지, 정윤선, 정재훈, 정진윤, 제임스 베닝, 타이키 삭피싯, 티파니 청, 휴 와트 까지 51팀/명의 참여작가와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를 포함해, 김수정․이봉미(예술공간 영주맨션 관리인), 김은주(거제 섬도 대표), 나까(나유타 대표), 박미라·창파(실험실 C 포레스트 큐레이터·아트 디렉터), 오민욱(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최승현(독립기획자)까지 전시추진위원회가 작가로 참여와 함께 주도적으로 꾸린 전시는, 70분이라는 시간을 들였음에도 빠르게 흘러가는 방식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기웃거리지도 못한, 2월부터 7월까지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달리하여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영화 작업 23편도 있다.

환경, 생태, 지역(로컬)이라는 부산현대미술관이 노리고 있는 이 키워드들을 정면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있는 전시는, 7월 7일까지 열린다.

(참조)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busan.go.kr/]
부산현대미술관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_전술적 실천' 카카오톡 채팅방
[챗봇이 작가/작품 설명을 덧분여준다]
글.사진.효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