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부산현대미술관 2024년 상반기 개막식 3) 소장품섬_마크 리/스튜디오 1750 展, 능수능란한 관종 展

안효례

소장품섬_마크 리: 나의 집이었던 곳 / STUDIO 1750: LMO 3116
2024.03.16 - 07.07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섬 (지하 1층 전시장)

능수능란한 관종
2024.03.16 - 07.07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담당 학예사를 따라 내려간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공간에 열린 전시 2건이 있었다. 먼저 만난 두 번째 전시는 '소장품섬_마크 리: 나의 집 이었던 곳 / 스튜디오1750: 엘엠오3116'. '소장품섬'이라 이름 붙은 공간은, 2023년 신설된 상설 전시 공간이다. '섬'은 부산현대미술관의 태생적 특수성으로, 도서 자료를 볼 수 있는 미술관의 어린이 도서 공간의 이름은 '책그림섬'이다.
어두운색 입구로 들어갔더니 천정에 달린 비닐 조형물은 마치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는 커다란 화면에 지도가 비치고 있었다.

(사진) 마크 리, 나의 집이었던 곳(Used To Be My Home Too)

지도가 눈에 들어오는 마크 리(Marc Lee) 작가의 작업 〈나의 집이었던 곳(Used To Be My Home Too)〉은 지구 생물 다양성에 관한 것이었다. 연구자를 포함하는 다양한 세계의 일반인 관찰자들이 각자가 각자의 지역에서 수집한 관찰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SNS를 이용하여 전 세계의 공간들이 네트워킹되고 있는 현재를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는 아이네추럴리스트(iNaturalist)와 레드리스트(RedList.org), 국제자연자원보전연맹(IUCN)을 통해 피드를 받아 작가의 개발 프로그램을 거쳐 다시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시각화된 정보가 전시장에 공유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수집된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 작업의 특징은 보통 결과를 종합하여 보여주는데, 마크 리 작가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보여준다는 부분이 특별하다고.

(사진)스튜디오 1750, 엘엠오 3116

작가 김영현과 손진희로 구성된 스튜디오 1750(STUDIO 1750)의 작업 〈LMO 3116〉은 유전자 변형 생명체를 키네틱 설치작품으로, 14개의 민들레 홀씨 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송풍기로 바람이 들락날락하며 마치 생물처럼 보이게 했다. LMO는 인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를 포괄하고, 3116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연도를 의미한다. 미래의 어느 날(3116년쯤?) 나타날 거대한 민들레 홀씨 같은 돌연변이인 것이다. (보이는 분위기대로)이 디스토피아적 상상물은, 스튜디오 1750이 초기부터 의도한 대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동식물에 관한 상상을 기이하지만 흥미롭게 선보인다.

마지막 전시는 '능수능란한 관종'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관심과 주목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관종'이란 단어로 축약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도를 획득한 '능수능란한 관종'은 진리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저 자기 신념과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라고.

(사진) 안내문과 캡션이 거울이라, 관객은 입장과 함께 '관종'으로 합류한다

(사진)신민 작가의 작품〈미진美珍 유진流珍〉과 최상호 담당 학예연구사가 안내를 준비중이다

전시장 입구는 사천왕을 본딴 대형 작업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신민 작가의 작품〈미진美珍 유진流珍〉이다. 거대함은 사실 자아가 비대한(혹은 비대해진)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지만, 마치 제목에서 느껴지는 의도된 가벼움을 상쇄 시키고자 의도했다거나, '관종'이란 단어에 사회가 부여한 부정적 잔상으로부터 전시와 작가, 작품을 지키고자 하는 느낌까지도 들었다. (그만큼 내가 관종이란 단어에서 부정적 함의를 느끼고 있다는 간접증거일지 모르겠다) 최상호 담당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안내하며,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업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사진) 크리스 버든, 쏘다, 1971 / TV납치, 1972

사회적으로 매우 요란하게 보도되었던, 나 역시 신문으로 여러 차례 접했던 조영남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실제 작품을 관객이 감상할 때는 사회 이슈가 작품 감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하는 뒤로 보이는 조영남 작가의 작품들

전시 참여 작가에는 실제 작업을 하는 작가들 외에 연구자나 기획자 등이 함께 참여하여 다양한 전시 풍경을 선사했다.


(사진좌) 큐레이터 장진택의 〈더 큐레토리얼〉
(사진우) 관종으로서 정체성을 극대화하고, 관종 연구를 살피는 결과물(책을 발간했다)을 제시하는 마코(김준혁, 김진주, 박선호, 박유준)공간인 〈테이프 총서 출간 기념회〉, 2024

(사진) 토마스 허쉬혼의 작업공간


전시된 수많은 작업을 시간에 쫓기며 안내하다가 정말 마지막에 준비된 것은 전시 연계 퍼포먼스였다. 초반 전시 소개하는 첫 장면에 등장했던 성능경 작가가 다시 등장. 부채에 적은 축문을 읽고, (미술관 내에서는 불법적 행위이지만, 해서 완전히 태우지는 않고 조금만) 불을 붙여 사방에 부채질했다. '신문 읽기'가 당일 오후 전시 연계 퍼포먼스였던 것으로 아는데, 어쩐지 사천왕(?)을 지나온 관객에게 축문을 태우는 분축 행위가 더 어울려 보였다.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신성한 내용으로 승격시키고, 일종의 '관종'을 축복하는 듯한 내용이 입구부터 들었던 생각을 강화했다. 본격 움직임의 퍼포먼스 시작 전, 준비 운동부터 시작했다. 작업 초기에는 관객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으나 요즘은 이런 부분도 좋아들 하신다며. 아크로바틱 같은 포즈와 자세잡기를 보여주고, 훌라후프를 돌리며 관객을 향해 메시지가 담긴 탁구공을 새총으로 쏴주기도 했다. 행운의, 건강의, 금전운의 복이 담긴 막대기(쿠션) 으로 관객을 때리기도 했다. 물론 부러 맞겠다는 관객들도 줄을 섰다. 마무리는 '관종'답게 에너지를 던지는 듯한 포즈의 인사였다.

(사진) 퍼포먼스 중인 성능경 작가

(참조)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s://www.busan.go.kr/moca/index]
글.사진.효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