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자는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1년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로, 금속공예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1903년,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1913년에 하와이로 이주하였고, 1928년에는 어머니가 한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김홍자는 의류 사업을 하던 부모님 아래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1961년,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전공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한국을 떠나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Indiana University Bloomington)과 동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연구했다. 1972년, 지도교수 알마 아이커만(Alma Eikerman) 교수의 권유로 몽고메리 컬리지(Montgomery College) 금속예술 주임교수로 취임하며 43년간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2013년 미술가, 교육자로서의 인생여정을 담은 작품집을 발간했다.
김홍자는 동아시아 미학과 서구 모더니즘의 창의적인 융합과 더불어 다양한 금속 재료와 기법을 통해 금속이라는 매체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전통적인 한국 금속공예 기법인 포목상감, 금부, 옻칠, 칠보 등을 일상적인 장신구부터 금속 예술 작품에까지 이르는 현대적 미감과 결합한 그의 작품은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도교 철학과 기독교적 사상을 깊이 반영한다.
김홍자는 미국에서 60여 년을 거주하며 미국의 금속공예 기법과 한국의 전통공예 기법을 융합하여 그의 예술적 탐구에 깊이를 더했다. 전시 제목인 《인연의 향연》은 미국 워싱턴 D.C., 뉴욕, 시애틀, 하와이, 세인트루이스,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국 윈난성, 대만 타이난 등지에서 지난 삶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 맺어진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시선을 은유한다.
인간과 자연풍경을 모티프로 삼는 김홍자의 작품은 확고한 디자인 철학과 고도의 금속공예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이자 前 국립현대미술관장인 이경성(2013)은 ‘언제나 그랬듯이 김홍자의 작품을 접하면 비록 금속이라는 생명체가 아닌 물질로 이루어졌지만 어딘지 생물학적인 느낌이 든다. 그것은 김홍자라는 연금사가 그의 손과 마음을 통해서 비정적인 물질에 살아있는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김홍자의 작품세계는 조형과 인간성이 잘 조화된 상태이다. 금속이라는 딱딱한 재료이지만 유기적인 형성과 다듬어진 기술에 의해서 살아있는 생의 호흡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평하였다. 김홍자는 작품을 통해 차가운 금속에서 따뜻한 인연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김홍자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반추상적인 여성의 형상은 운명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사실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는 열정적인 작가의 자화상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