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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무엇을 움직이는가: 미술과 민주주의', 국립현대미술관 Day-1

객원연구원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 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움직이는가-미술과 민주주의」는 2019년 6월 28일과 29일 양일에 거쳐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지난 발자취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미술관과 현대미술에서 논의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개념과 실천적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또 기존의 서유럽과 북미권을 중심으로 생산된 지식의 헤게모니를 깨고, 한국과 같이 굴곡진 역사를 거치며 민주주의를 성취해 온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모로코와 팔레스타인을 포괄하는 분쟁지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대미술 및 정치, 사회의 현 주소를 다룬다. 



이번 심포지엄은 두 축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첫 번째는 박물관·미술관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술관과 민주주의 실천의 관계, 두 번째는 미술사 담론의 주요 의제인 현대미술의 현실 재현 및 개입 방식 그리고 그 변화 양상이다. 심포지엄 첫째 날은 ‘현대미술관의 민주주의 실천-제도/기관, 사회, 정의 행동주의’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를 통해 최근 공공장소에서 공유지로의 역할 변화를 꾀하는 오늘날 미술관이 근본적인 관점에서 민주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또 제도권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기관 밖에서 활동을 도모하는 행동주의 미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세션1을 여는 기조 발제자 즈덴카 바도비나츠 

세션1의 발제자 즈덴카 바도비나츠(류블랴나 현대미술관장)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구소련의 해체 이후 빠르게 변화해 온 동유럽 지역, 구체적으로 슬로베니아의 사회변화와 미술 기관의 현실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신자유주의의 지배 질서 내에서 주류 미술관의 민주적 공간 개념과는 다른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는 동유럽 미술관의 민주화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다.  즈덴카 바도비나츠에 따르면 오늘날 동유럽에서 갖가지 필요를 충족시키는 문화기획은 이념을 수반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누구도 다를 이를 대신해 말하지 않는 곳, 각자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민주적 미술관은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입장들과 연관되기 때문에 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세션2를 여는 최태만 교수

세션2의 첫 발제자 최태만 교수(국민대 회화과 교수)는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첫 민중미술 전시인 《민중미술 15년: 1980-1994》를 기획한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한국 미술계의 민주화 운동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기관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국립 미술관이 어느 정도 일신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당시 전시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민중미술 15년: 1980-1994》는 당시 임영방 관장의 의지에 따라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창작의 자유를 유린당한 작가는 물론 민중미술의 정신을 계승한 젊은 작가들을 모두 포함하고자 했다. 전시가 개막되자 민중미술 운동에서 중요한 활동을 했던 이론가들로부터 ‘큐레이터십의 부재’, ‘민중미술의 장례식’이란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이러한 수사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이에 최태만 교수는 전시에 대한 비판적 고찰 대신 ‘받아 적기’만 하는 몰역사적 시각이 낳은 결과라 비판한다. 미술관이 담론의 발원장이 되지 못하고 민중미술의 조종(弔鐘)을 울리는 장소가 되었다면 미술관의 민주화, 즉 관객들이 전시와 작품의 의미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우리 스스로 유예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발표를 마쳤다. 


박소현 교수

박소현 교수(서울과기대 디지털문화정책전공 교수)는 미술관의 민주화를 위한 질문들을 던진다. 박물관/미술관학에서는 전시, 교육 프로그램이나 기타 공동작업 등을 통해 관람객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미술관에서의 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 경쟁 원리에 따라 미술관 기능의 중심축은 ‘서비스’로 옮겨지고, 미술관 관람객은 ‘고객’으로 재규정되었음을 지적하며 소비자 국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지향하는 미술행정이 과연 미술관의 민주주의를 향한 전진이었을지 묻는다. 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이후 박물관/미술관학을 논의할 때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을 소환하는 것은, 박물관/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과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위한 실천적 역할이 강조되는 21세기 박물관/미술관학의 흐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울프 에릭슨 큐레이터 

다음으로는 자신이 자리한 곳에서 미술관의 민주화를 실천해나가는 미술계 종사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울프 에릭슨 큐레이터(스톡홀름 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의 기능 중 하나인 시민의식의 양성을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은 누구나 진입 가능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미술과 상호작용에 열린 징정한 공동의 장소로 미술관을 탈바꿈시키는 다양한 도전을 거듭한다. 오늘날 미술관의 과제는 다수의 서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은 소장품과 기획전 구성 및 홍보와 행사진행 모두에서 정교한 젠더의식과 문화다양성을 추구한다. 


심포지엄 참가자들끼리의 대화를 독려하는 비브 골딩 교수

비브 골딩 교수(레스터 대학교 박물관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정의와 포용을 촉진하는 민주적 공간으로서의 미술관과 그 역할에 대해 얘기한다. 비브 골딩 교수는 수직적이고 전통적인 미술관 현장을 인권과 평등을 지향하는 대화와 행동주의를 위한 보다 민주적 참여형 장소로 변화시키는 사례들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특히 BAME(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 LGBTQI(레즈비언, 양성애자, 게이, 성전환자, 퀴어, 간성)의 새로운 목소리와 가시성을 높여왔다. 비브 골딩 교수는 조앤 아님 아도 교수 및 카리브해 여성 작가 동맹과의 협업, 아미라 이브라힘과 이라크에서 수행한 행동주의 실천,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미술 등을 예로 들며, 주디스 버틀러가 2010년 짚어냈듯 특정한 삶만이 애도되는 식민주의의 부정적 유산들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행동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한다. 


발표 중인 알레한드로 메이틴 작가 

알레한드로 메이틴 작가(남미술환경연합/카사리오 대표)는 알라 플라스티카라는 생태 미술집단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발표를 진행한다. 이 작업은 행동주의 미술 또는 사회적 실천 미술의 오랜 전통과 함께 발달해 왔으며 다양한 학자, 예술가, 산업종사자들 간의 초학제적 협엽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참여 민주주의와 미술이라는 쟁점에 몰두하기 위해 시작한 카사 리오는 북남미의 미시시피 강, 파라과이 강, 파라나 강 유역 대분지를 둘러싸고 조합한 이미지와 생물지역적 분석을 공유하고 전시한다. 이 작업의 목표는 25년간 전개한 영토적, 미술적 작업에서 새로운 시각적, 지성적 종합을 이루는 것이었다.


심포지엄 첫째 날을 마무리하는 토론 및 질의 

김성은 리움 삼성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심포지엄 첫째 날을 마무리하는 토론 및 질의 시간에서 앞선 발표들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으로 열었다. “아직도 관람객은 미술관이 차려놓은 프로그램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미술관의 민주주의는 무엇이 있을까요? 관객은 미술관에서 정치적 행위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국민, 고객, 소비자, 향유자를 넘어 관객을 어떤 주체로 설정할 수 있을까요?” 

이에 최태만 교수는 “관객참여를 허구라고 봅니다. 2014년 관객참여를 지향한 광주비엔날레에서 실패를 깨달았고 좋은 전시와 담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미술관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또 박소현 교수는 “한국에서는 ‘모두를 위한 미술’이란 용어를 즐겨서 사용하는데 그 ‘모두’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태생적으로 미술관의 ‘모두’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관객과 비관객을 구분하는 정치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며 관객의 외연을 확장해야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김성은 연구원은 관이 주도하는 숫자지향적 목표 설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예로 들며 미술관이 역으로 국가 주도 정책에 민주적 실천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울프 에릭슨 큐레이터는 이에 대해 국가보다는 하위 개념의 지역 사회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해 여러 미술기관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류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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