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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Swing, Swing, Swing! @갤러리빈칸, 합정

안효례



We are Swing, Swing, Swing! - BuKsiL's 1st Photo Exhibition

2019.12.09-12.15

@갤러리빈칸, 합정


(사진) revealeyes의 입간판


집이 서울 동남쪽 외곽으로 옮겨진 뒤로 서울 서북쪽은 잘 가지 않는 곳이 되었다. 과거 주 활동무대였음에도 말이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도착한 거리는 무척이나 낯설다. '빈칸'이란 이름의 갤러리는 첫 방문이다. 연말이라 번쩍이는 주변과 많이 어색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어느 글에나 있는 빈칸처럼 덤덤하게 모습을 보여주었다. 찾기가 어려울지도 모를 입구 앞에는 리비얼아이즈가 작업한 입간판이 지나치지 않도록 돕고 있었다. 검색을 두드려보니, 합정 빈칸에 이어 을지로 빈칸도 개관 예정이다. 개관전은 리비얼아이즈. 회사에서는 좀 더 가까운 곳이라 가볼까 생각해본다.


(사진) revealeyes의 입간판


(사진) 포스터


낯섦과 마주했지만, 또 전시란, 전시장이란 내게 익숙한 공간이다. 차가운 바깥 온도와 거리에 긴장되었던 어깨와 시야는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서며 풀어졌다. 건물 입구와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붙은 포스터가 나를 빠르게 안도하게 했다. 스윙 역시 내게 익숙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인 'We are Swing, swing, swing' 은 자연스레 스윙 재즈의 대표곡 중 하나인'Sing, Sing, Sing'이란 곡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한국인이라면 가수 박진영의 'Swing Baby'의 반복되는 구절 'Swing Swing Swing my baby'를 연상하는 건 당연지사다. 스윙은 스윙 재즈를 줄여 말하거나 스윙 댄스를 줄여 말할 때 쓰는 단어다. 제목에서 '스윙'이란 단어가 주는 동적인 느낌이, 반복 사용을 함으로써 더 신나게 만들어준다.


(사진) 작가의 인트로


작가 북실(Buksil Jang)의 이름은 스윙 댄서로 활동할 때 쓰는 별칭이다. 한국에서 스윙 댄스는 살사나 탱고 같은 다른 소셜댄스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확산하였다. 그런 이유로 본명 대신 아이디나 닉네임을 부르는 온라인 동호회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대부분의 스윙 댄서들이 별칭을 쓴다.



(사진) 전시장(부분)




전시는 크게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되며, 각기 벽면엔 작가의 생각들을 글로 풀이해두었다.


먼저 나오는 장면은 스윙 댄스를 소개하는, 'Introduction' 이다. 스윙 댄스를 촬영한 사진을 모은 전시라는 특이점이 있어 약간의 이해를 통해 관람 재미가 달라질 수 있다. 위 사진은 사보이컵의 빈티지 루틴 대회의 사진이다. 사보이컵(Savoy Cup)은 스윙 댄스의 한 부분인 린디합을 주제로 한 프랑스의 행사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많은 부문의 대회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빈티지 루틴(Vintage routine)은 스윙 댄스가 처음 유행했던 1930-40년대의 스타일로 구성된 안무를 말한다.


'1930년대 미국 흑인들이 그 시대에 가장 유행하던 음악에 맞춰 춤을 춘 순간, 그들의 수많은 은유가 하나가 되어 스윙 댄스라는 문화가 되었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변해가고 재해석된다. 지금의 스윙 댄스는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며, 각자의 은유를 통해 의미의 층을 더 겹겹이 쌓아가는 중이다.'


빈티지 루틴은 현재의 댄서들이 당시를 재해석한다는 맥락에서 과거의 유산 존중하는 동시에 은유를 쌓아가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사진엔 춤 스타일 뿐 아니라 의상까지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현재 댄서들의 모습이, 재현의 대상이 된 과거의 댄서들과 함께 담겼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서 비슷하게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시간과 상관없이 함께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는 'The Best Moments', 작가가 뽑은 최고의 순간으로 읽힌다.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들을 모아둔 곳에는 이런 사진이 있었다. ' 현장의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성, 묘하게 들떠있는 사람들의 분위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체취가 섞인 행사장의 냄새,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조명과 댄서, 그리고 약간은 메말라진 혀끝의 기분 좋은 까칠함'까지 전해지는 이 사진들은, 관객도 댄서도 아닌 사진작가의 눈으로 본 장면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관객이며 댄서이고 사진작가이다. 사진 전시는 이렇다. 우리는 비슷한 시야와 시각을 갖고 있지만 보다 '눈'이란 감각에 특화된 작가의 눈으로,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골라진 순간을 체험한다. 소리가 들릴 듯하고, (전시장에 향초가 있음에도) 냄새가 날 것 같으며, 무거운 장비를 들고 순간을 고르기 위해 몰입한 작가처럼 혀끝이 메마른 듯한 까칠함이 느껴진다. 우린 이것을 현장감이라 부른다.




세 번째는 'We Are Swing'. 관람객에 의해 완성되는 장면이다. 사진전의 주제인 'We are swing, swing, swing'을 포토존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빈 곳에 서 있는 커다란 스마트폰 거치대는 바로 이 장면에서 작가의 자리를 대신한다. 작가가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순간에도 관람객이 활용할 수 있으며, 누군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도 전시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물론 혼자도 출 수 있지만, 스윙 댄스는 처음부터 커플 댄스였으니까. 주인공의 자리는 두 자리다. 사람들이 주인공을 위해 마련한 원형 공간인 '서클'은 '나는 너의 춤을 함께 즐길 준비가 되었다'는 표식이다. 누구든 그 안에선 주인공이다. 어떤 관람객도 이 자리에선 주인공이듯이.




네 번째는 'The Commitment'. 대회에 나가기 위해 노력한 댄서들을 기리고 존중하는 의미에서 만든 부분이다. 작가의 사진 속 댄서들은 춤을 추고 있지만, 그것이 단순한 즐김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대가 있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춤을 추고 있는 댄서들. 사보이컵처럼 스윙 댄스 행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대회 등의 촬영 결과물인 것이다. 사실 작가가 언급한 대로 한국의 스윙씬은 특별하다. 많은 한국 스윙 댄서들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중이며,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윙 댄스 추기 좋은 도시다.


'무엇이 삶을 움직이는가? 첫째도 열망, 둘째도 열망, 셋째도 열망이다.

What makes the engine go? Desire, desire, desire.

-스탠리 쿠니츠(Stanley Kunitz)'


2000년 미국 계관시인에도 지명되었던 스탠리 쿠니츠의 명언 아래 적힌 내용은 네 번째 부분을 만들게 된 이유로 해석된다. 사진 작가에게 촬영 대상의 중요성은 긴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의 주제인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윙 댄서, 그중에서도 그가 이렇게 활동하는데 바탕이 된 한국의 스윙 댄서일 것이다. '지금이 있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며, 많은 사람에게 열망을 불어넣은 수많은 댄서를 존중하며, 존경합니다.'라는 글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댄서 뿐 아니라 스윙 댄스를 전파하고, 춤출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그들을 독려하고 지금의 장면을 만들기까지의 많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멈춤과 움직임을 오가며 그가 짚어낸 순간들은, 그런 모든 그들의 땀에 보내는 박수다.




다섯 번째는 'The Delight', 작가가 뽑은 스윙 댄스의 빛나는 순간들이다. 스윙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담은 부분이다. 사진 속에는 댄서들로, 그걸 보는 사진 속 관객도, 촬영하는 작가도, 또 전시를 관람하는 우리에게도 전도되고 마는 기쁨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의 순수함을 사랑하며 지향한다. 7년을 몰입해 있었다는 그의 첫 전시가 인생의 한 대목을 정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흡사 오글거리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이유다.


'나는 틀렸다... 이 일을 계속하는 방법뿐이다.'

그렇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의 작업을 계속 볼 수 있음이 또 기쁘다.




전시된 모든 사진 작품, 전시 구성 ⓒBuksil Jang
사진.글.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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