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연구원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기획 전시장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에서 2021년 03월 18일부터 2021년 8월 22일까지 이헌정(b.1967)의 개인전을 2021년 3월 18일부터 8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류문명의 시작부터 일생 생활에 널리 활용되던 흙이 주체가 되어 재료로서 선택된 이헌정 작가를 통해 흙의 일상의 풍경을 구현한 것이다. 조형, 건축, 그리고 공간에 대한 도자 매체의 강렬한 색채, 거대한 스케일, 율동적이거나 파편화된 형태 등을 통해 만들어진 초현실적이고 유희적인 광경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특히, 흙이 만들어 내는 현대미술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전시장에서는 내부가 모두 도자로 이뤄진 방, 백토로 제작된 디자인적인 공예품과 테이블, 인물상, 동물상 등 작품 1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전시에서 선보인 ‘세라믹 조각(ceramic sculpture)’에서는 이헌정 작가가 흙에 대한 “깊은 공예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또한, 불을 때는 노동을 거쳐 만들어진 균열이나 흘러내린 유약과 같은 우연적인 요소들이 포함된다. 여기서, 도예의 수용과정에서 조각품에 대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유기적인 미술의 역할’을 찾는다. 그러한 과정은 조화롭고, 균형있는 ‘예술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헌정 작가는 도자를 바탕으로 조각, 회화, 설치, 그리고 건축까지 다양한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현재 작업을 하고 있다. 조각의 역할과 실용적인 기능을 겸비한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이헌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여러 재료 중 하나로서 흙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재료를 극복해 나가는 ‘조각가의 행위’와 달리, 흙에 의해서 도예가가 재료로서 선택된다. 여기서 도예가는 질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불을 땔 데에는 종교적 수행과 같은 노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조각물이 도예의 한 형식으로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주요작품
마케트(Maquette), 1996-2020
마케트(Maquette)는 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을 나타낸 축소모형으로서, 이번 전시에 연출된 큰 세라믹 조각물들을 만들기 위한 계획단계에서 “흙 놀이”를 통해 마음에 현전하는 물음을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것은 ‘목적 없는 계획’으로서, 흙이라는 질료를 통해서 스케치에서 간과될 수 있는 드러나지 않은 질감 자체를 포함시킨 것이다. “무엇을 만들기 위한 계획”인 “스케치”와 “자신의 1차적 생각을 대면하는 행위”이자 “생각을 거칠게 내뱉는 행위”인 “드로잉”과 구별된다. 마케트에 반영된 “흙 놀이”는 작가와 순수한 재료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의 과정”이자, 복잡한 계획에 대한 이성적 사고와의 “균형잡힌 놀이”이다. 이는 감성을 요구하는 작업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또한, 정반대의 객관화된 위치로 돌아가는 경로가 모두 포함된 자기표현과정이다. 게다가, 반성적 표현이 가능한 직접적인 실마리로 작용한다. 이날 이헌정 작가는 “미술가는 인류의 계속되는 역사 속에서 행한 가장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술가는 결론을 던져주는 것이 아닌, 가능성과 결말 되지 않은 문제를 발견하며, 상상력의 이상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무한한 내용을 직접 수용하여, 작가의 인식능력을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레이브 맨(Brave Man)> detail, 2021, glazed ceramic, 258x120x70cm
브레이브 맨(Brave Man)은 “시각적 충격” 또는 “시각적 감동”을 유도하는 초현실적 질감과 크기에 상상력을 부여해주는 미술가의 용기 있는 행동을 표현한 것으로, 변화에 대한 치열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에 관해 탐구한 작품이다. 도자 재료로 만들어진 2m 60cm 높이의 거대 인체상인 브레이브 맨의 초현실적 크기는 현실의 옳고 그름의 틀에서 벗어나 미술가의 역할과 지향해야 할 지점 사이의 연결성을 탐구한다. 브레이브 맨의 어깨에 붙어있는 부러진 날개와 가슴 부위로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작은 구멍들,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유약과 갈라진 틈과 같은 “우연적인 요소”들이 표현된 질감을 통해,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주체적 행위에 대한 최적 경로를 보여준다. 이에 이헌정 작가는 “30년의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삶과의 타협할 수 있는 많은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는 태도를 스스로 견지하기 위해 braveman을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디너 파티(Dinner Party)>, 2015, glazed ceramic, 276×100×92cm
디너 파티(Dinner Party)는 백토(白土)로 만들어진 과일이나 야채와 같은 생명력을 지닌 자연물과 머그잔, 주전자, 그릇 등과 같은 인공물들의 실제 크기를 변경하여, 디자인과 공예의 구별되는 시각적 언어 사이에서 동일한 성격과 내용을 발견하고, 이를 현대적 감각의 조각물로서 구현한 작품이다. 내용을 가진 현대미술의 위치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사람이나 기록자들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존의 “견고화된 카테고리” 안에 있는 예술을 문화의 진보와 발전의 흐름에서 다시 되짚어 봐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따른 조형 형식에 차이를 구현하는 시도는 내용을 형태에 대한 “단순한 재현적 가치 추구”가 아닌 “그 시대의 아방가르드”이자, “도예를 하게 된 동기”를 담고 교감하기 위함이다. 이에 관해, 작가는 실제로 전시 이전에 1달 동안 달항아리에 대한 “명상적 과정”을 훈련하며, 발견된 “둥근 원을 어느새 놓아버릴 때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행동 양식과 활동 목표에 대한 동력으로 사용한다. 또한, 예측하기 힘든 변화에 대한 확장된 수용 능력을 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이헌정 작가는 “선진화된 문화일수록 내용이 재편집될 수 있도록 형식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고 덧붙었다.
<헤드(Head)>, 2019, glazed ceramic, ceramic decal, 110×100×70cm
헤드(Head)는 물속에 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물에 잠겨 있는 나머지 몸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작업이다. 머리와 같은 신체 일부인 파편화된 손과 발은 다른 공간에 놓여 있으나 연결되어 있다. 동시에, 두상이 물 위에 떠 있어 거대한 인물상으로서 독립적인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다.
<도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The Room)> detail, 2018, glazed ceramic, wood, glass, 260x260x260cm
도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The Room)은 도예, 건축과 조각의 영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이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건축가가 제공해 준 역학적인 계산이 들어간 기능적인 공간 안에 도예가가 만들어 놓은 찻잔을 보면서 느껴지는 “관념적 우주화”에 대한 역설로서 만들어진 방이다. 반듯한 나무 상자 안에 벽으로부터 흘러나온 아트 퍼니처인 카우치를 만든 경험이 공간의 위아래로 확장한 것으로, 문을 통해 들어가면 바닥, 벽, 천장, 의자, 테이블, 그리고 조명까지 모두 도자로 이루어진 비정형적이고 유기적 공간을 보여준다. 6개월의 제작과정은 만드는 과정, 건조하는 과정, 굽는 과정, 상자 안에서 수축시키는 과정 등 일련의 과정들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보다 가로세로 20cm가 작은 상자를 만들기까지 세 번의 상자 교체과정이 있었다. 방 내부의 여섯 면의 도자는 따로 만들어져 철판들에 고정되어 설치되어 있다. 이헌정 작가는 치밀한 건축적 프로세스 안에서 작용하는 유기적인 도자의 역설적인 구조에 대해 “논리적이고 물리적인 구조가 지탱하는 그 이상의 변화 즉, 찻잔 안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관념적 감동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더 거대한 관념적 가치로 봐야 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예술의 역할’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박스(A Box)>, 2019, glazed ceramic, mixed media, 34x40x55cm
박스(A Box)는 가마에서 깨진 상태로 나온 작은 상자 모형의 도자로, 깨진 부분을 통해 초현실적인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도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The Room)의 상자를 뚫고 나온 도자의 일부는 다시 반대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작은 도자 상자로 만들어져 있다. 그 내부에는 술병, 조명등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수용하고 있다.
<밤(Bam)>, 2021, clay, paint, 80.5x120x28cm
밤(Bam)은 실제로 작가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질감 자체가 제외된 강아지의 몸과 도자로 만든 강아지의 꼬리가 결합하여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빛이 적은 공간에서는 어두운 색깔 때문에 발견이 안될 때도 있다는 밤(Bam)의 특성은 빛을 흡수하는 특수하게 제작된 페인트로 연출된다. 또한, 도자로 만들어진 나뭇가지와 꽃 모양의 꼬리는 사랑스러운 감정을 담고 있다. 일상의 소재에 주목하여 만든 밤(Bam)이 있는 곳을 돌아 나오는 길에 있는 다락방에는 처음 보았던 마케트와 다른 새로운 마케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에 이헌정 작가는 “여행은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귀환할 적에 완성되며, 도예 행위는 여행에서 귀환하는 거와 같다”라고 말했다.
<마케트(Maquette)>, 2021, glazed ceramic 12x7x9cm
<마케트(Maquette)>, 2019, glazed ceramic, ceramic decal 12x5x6cm
<비너스(Venus)>, 2021, clay, paint, concrete, sculpture 88 x 33 x 43 cm, chair 132x55x55cm
<비너스>는 유럽에서 발견된 인류 최초의 조형물인 작은 치수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을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인물상으로 크게 확대하여, 높은 콘크리트 의자에 앉아있도록 조형적 차이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인물상의 표면에는 정확한 결괏값을 가지는 산업용(차량) 페인트를 입혀 현대적인 관점과 표현을 탐구한 작업이다. 앞선 작품들에서 보이는 갈라진 틈이나 유약의 흘러내림과 같은 우연성과는 “반대되는 언어표현 방식”을 통해 “도예에서 배웠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행위”로 귀결됨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합된 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비너스상의 조형적 형상이 단순히 재현된 존재가 아닌 현대미술의 새로운 의미와 내용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선택과 의지임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종합적인 인식을 유도하여, 도예 행위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또 다른 행위와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자립적인 사고와 판단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원고 작성 및 사진 촬영: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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