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연구원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2021.7.1-10.24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 입구
지난 7월 1일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전의 기자간담회에 다녀왔다.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축된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자연어에 대해서 표면에만 머물렀던 사용자 경험에서 벗어나 컴퓨터 코드의 본질과 창의적 속성을 새롭게 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의 ZKM 카를루스에 예술과 미디어센터( Zentrum für Kunst Medien Art and Media Technology Center, 이하 ZKM)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난 2017년 독일의 ZKM에서 시작된 《오픈 코드》의 마지막 전시이다. 인도, 스페인, 중국 등에서 현지 작가와 전시를 확장해나간 바와 같이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에서도 한국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을 포함한 한국의 다섯 작가(팀)이 참여 하였으며 총 13명의 작가(팀)의 작품들로 공간이 구성된다. 한국의 백남준, 김승범, 박미나, 배인숙, 서울익스프레스(전유진, 홍민기), 언매이크랩(최빛나)이 참여하였으며 마틴 나달과 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 베른트 린터만, 블립트랙, 세바스찬 슈미크와 실비오 로루소, 코넬리아 졸프랭크, 페터 바이벨과 크리스티안 뢸케스, BANG이 참여 하였다. 이번 전시는 #코드의계보학, #인코딩, #기계학습, #알고리듬거버넌스, #노동과 생산, #알고리듬경제. #가상현실, #유전코드를 주제로 하며 7월 1일에 시작하여 10월 24에 막을 내린다.
기자 간담회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윤서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전시 투어와 박상애 학예운영실장이 진행하는 대담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 투어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설명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ZKM의 리비아 놀라스코 로자스큐레이터와 크리스티안 뢸케스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페터바이벨, 크리스티안 뢸케스 <데이더 필드로서의 세계>, 2018, 데이터 설치, ZKM 소장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을 소개하는 리비아 놀라스코 로자스 큐레이터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는 25개의 스크린을 통해서 블록체인, 깃허브, 위키피디아 등에서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데이터 필드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데이터 클라우드처럼 전시장 공중에 설치된 스크린들은 의도적으로 과장되어 설치하는 방식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현대인들과 데이터가 24시간 함께한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한다. 리비아 로자스 큐레이터는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날 것의 데이터 필드는 데이터가 일상생활과 분리된 이질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정보라는 것을 보여주며, 코드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비아 로자스 큐레이터는 《오픈코드》를 관통하는 주제는 'open code- open access- open data'의 연결이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 주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공유지의 가능성'을 파악하고자 한다고 언급하였다.
블립트랙, <위키피디아 카드 게임 생성기>, 소프트웨어 기반 온라인 프로젝트
<위키피디아 카드 게임 생성기>를 소개하는 크리스티안 뢸케스큐레이터
<위키피디아 카드 게임 생성기>는 '위키피디아'에 저장된 중앙 저장소인 '위키데이터'를 활용해서 맞춤 '탑 트럼프' 게임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온라인 프로젝트이다. 위키피디아는 온라인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또한 편집 및 수정을 가능하게 하는 오픈소스의 대표주자이다. 오픈소스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라는 명제에서 끝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양한 지식과 데이터를 통합하여 지식을 민주화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카드 게임 생성기>는 한 가지 주제를 떠올려 검색창에 입력한 다음 제시된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생성 버튼을 클릭하면 위키데이터로 부터 항목을 가져올 수 있다. 크리스티안 륄케스 큐레이터는 <위키피디아 카드 게임 생성기>는 분석적 용도로만 사용되었던 데이터셋이 '놀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하였다. '놀이'로의 확장은 데이터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서 또 다른 창작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마틴 나달, 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 <비터 코인, 최악의 광부>, 2016, 계산기, 싱글비디오
<비터 코인, 최악의 광부>는 《오픈코드》의 첫 번째 전시에서부터 지속해서 소개된 작품으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계산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컴퓨터 수준을 가진 계산기를 통해서 많은 해시 데이터를 해결해야 하는 비트코인 채굴하기 위해서는 2분마다 일반적인 영수증 크기의 9cm에 해당하는 연산을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윤서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진행하는 동안 쌓여가는 영수증을 통해서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백남준,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 1955, 동판화, 86x71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을 소개하는 김윤서 큐레이터
백남준의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은 백남준의 '전자 초고속도로' 개념을 적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고대 언어 해석에 중요한 역할을 한 로제타석에서와같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데에 가장 기초적인 매체(media)는 '언어'라는 점에서 착안된 작품이다. 백남준 작품의 주요 '코드'인 부처, 텔리비전, 자동차를 마치 상형문자처럼 그린 드로잉과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에서 발췌한 스틸 이미지, 그리고 백남준이 자신이 비디오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플럭서스 예술 운동의 의의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특히 자신의 생각을 담은 서술이 인상적인데 평소에 한자와 영어, 한국어를 혼용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이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예술 이력을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를 섞어 마치 '암호'처럼 기록하고 있다.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백남준아트센터, 김승범,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 2017/2021
<코드의 계보학>과 <완벽한 원을 그리는 법>을 설명하는 김승범 작가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은 1800년부터 현재까지 컴퓨터 기술 개발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정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17년 ZKM에서 페터 바이벨의 구현한 것에 김승범 작가의 손길이 더해서 한국에서의 이정표를 선보인다. 국내 컴퓨터 도입, 디지털 코드의 예술적 시도, 최근의 코딩 교육과정으로서의 변화를 담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계보학에서는 신기술을 개발한 '사건'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코드'를 통해서 일어난 사회의 전환에 주목하였다. 각각의 계보 속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사건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리비아와 크리스티안은 '계보학'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는데 목적에 의해 선형적으로 적히는 역사와 달리 유동적이고 비선형적인 계보학이 더 디지털에 적합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 큐레이터는 김승범 작가가 진행한 것처럼 디지털 코드가 다시 영향을 주어서(track back) 또 새로운 디지털 세계를 창작하는 모습은 코드의 창의적 속성을 더욱더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유토피아적 추출>을 설명하는 언메이크랩 최빛나 작가
언메이크랩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깨짐을 당한 돌을 주제로 한 <유토피아적 추출>, <신선한 돌>, <시시포스 데이터셋>과 함께 <생태계>를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다. <유토피아적 추출>에서는 사대강 사업, 간척 사업 등 여러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서 깨짐을 당하는 돌이 무더기로 쌓인 모래 산의 현장 등을 담은 32분 길이의 영상 작업이다. 한편 채석장의 깨진 돌들이 서로 비슷한 모양을 띠는 것은 <시시포스 데이터셋>, <신선한 돌> 작업의 동인이 되었다. 현재의 돌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깨짐을 당했기 때문에 이는 인간의 욕망을 담을 수 있는 매체(미디어)라고 판단한 언매이크랩은 25개의 돌 이미지를 데이터 증강과정을 거쳐 인공지능이 데이터셋을 학습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시시포스 데이터셋>작업과 이 인공지능이 돌을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설치작업 <신선한 돌>을 진행했다. 언매이크랩 최빛나 작가는 <시시포스 데이터셋>의 작품 명은 25장의 이미지가 데이터 증강과정으로 인해 1만 장으로 증가하면서 무한히 인간의 욕망이 반복되는 모습이 시시포스신화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고 밝혔다.
<비트 스텝>을 설명하는 배인숙 작가
<비트 스텝>은 코로나 시기에 이동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움직임, 걸음에 주목하게 된 배인숙 작가가 사람의 여덟 걸음 속도 데이터를 활용한 작품이다. <비트 스텝>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의 속도와 K-POP의 100곡 중 유사한 bpm을 가진 곡이 연결된다. 이 작품 위를 걷는 관람객이 많아질 수록 걸음 데이터는 축적이 될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연 미술관에서 걷는 행위를 통해서 이동과 만남에 새로운 의미를 환기하고 있다.
서울익스프레스, <Hello ( ) World!>, 2021, 컴퓨터, 디스플레이, 커스텀 소프트웨어와 엔클로저, 피지컬 인터페잇,
인쇄 이미지, 가변크기
작품을 시연하는 서울익스프레스의 전유진 작가
서울익스프레스의 <Hello ( ) World!> 는 이미지를 선택하면서 간단한 코딩(coding)을 할 수 있는 장치이다. 6개의 함수로 이루어진 코드는 인스타그램, CCTV, 뉴스 등 여러 API에서 가지고 온 이미지를 통해서 만들어 지고 모든 함수 값을 채웠을 때 'Hello World!' 라는 출력값이 나온다. 'Hello World!'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가장 처음 만드는 예제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서 첫 번째로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인간이 처음으로 소통하는 순간이다. 한편 이러한 컴퓨터와 소통의 순간을 6개의 '실제' ,'파편된', '이미지'를 통해서 시작한다는 점은 코드를만드는 관람자에게 '코드'로서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서로 다른 이미지의 순서와 조합, 연결은 코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의 소회를 밝히는 김성은 관장
전시 투어 후 짧은 간담회가 박상애 학예실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짧은 간담회에 앞서 김성은 관장의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의 개최 소감을 밝혔다. 김성은 관장은 '백남준은 아날로그 미디어도 다루지만 60년대부터 포트란(Fortran)을 다루면서 코드화된 세계에 대한 디지털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백남준과 동시대의 미디어 아트를 연결하고 재조명하게 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한 지난 수년간 공유지로서의 미술관의 위치를 지켜온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함께 모여서 생각하는 공간, 실험하는 공간으로서 놀이의 장이자 자율적인 배움의 공간이 되는 미술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다음은 질의응답에서 질문과 답변이다.
Q. 코로나 상황에 따라서 추가되거나 삭제되는 등 크게 기획이 변경된 부분이 있는가?
A. (김윤서 큐레이터) 2년간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크고 많은 부분이 변화하였다. 아무래도 전시를 기획하는 부분에서는 줌 미팅으로 많이 만나게 된 것이 변화된 점이다. 한편 공간의 이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국내의 참여 작가들과 더욱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현장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현장에서 많은 작가께서 코딩의 버그를 찾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한 모습처럼 미술관도 코로나 시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만남과 공유의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버그를 수정하면서 진행해 나갈 것이다.
Q. 이번에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되는 작품은 전시의 규모에 맞게 기존의 《오픈 코드》의 일부분만 가지고 왔는데 작품 선정 기준이 어떤 것이 있는가?
A. (리비아 놀라스코 로자스 큐레이터) 《오픈 코드》에서는 해시태그 분류 시스템을 통해서 작품의 주제를 태그를 달아서 관람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해시태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100개의 작품은 8개의 하위 주제를 가지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해서 이번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에서 지향하는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공유지의 가능성을 향한 전시이자 교육 실험'에 맞는 작품을 가지고 왔다.
A. (크리스티안 뢸케스 큐레이터) 미술관이 교류의 장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과 비슷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단일 회사 혹은 개인이 단일한 방향으로 전달되기 보다는 깃허브와 같이 개발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장이 존재한다. 화이트 큐브에서 박물관에서 전시한 작품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박물관에서 놀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박물관 공간에서 파티하는 과정이 바로 코드를 개발하면서 소통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와 코드라는 주제는 실질적이고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박물관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데이터'를 주제로 보여주고 데이터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박물관을 벗어나도 데이터와 코드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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