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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권》, 예화랑

객원연구원

이환권
2021.7.1-7.31
예화랑



<h2956>, w2669 d2088mm, pla f.r.p iron shellac, 2019

이환권의 그림자는 원인 없는 결과로 부재하면서 현존한다. 여기서 의미들은 껍질과도 같은 형태 속에서 사라진다. 물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허상이 허상일 수 있는 것은 의미가 가끔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또한 다시 가벼운 껍질처럼 사라질 듯 흩날린다. ‘무엇’이 있기에 그림자는 드리워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무엇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이다. 무엇이 있기는 하지만, 그 무엇을 경험 속에서 개념적으로 알 수 있을 뿐, 무엇 그 자체를 알 수는 없다. 칸트는 이러한 무엇을 ‘사물 자체(Ding an sich)’라고 불렀다. 



<h5120>, w997 d679mm, pla shellac, 2020

이환권의 그림자는 이런 점에서 한편으로 주목할 만한 시각성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으로 흥미로운 조형적 형이상학을 제시한다. 허상으로서의 그림자는 사물이 사물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강력한 조형적 흔적이기 때문이다. 진짜와 같은 가짜이든, 가짜와 같은 진짜이든 간에 모든 것은 허상으로 귀결된다. 허상이 흔적으로 남겨진 것, 그것이 이환권의 그림자 조각이다. 작품을 두고 단지 착시나 착각을 유도하는 기법적인 독창성이나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읽어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h1758>, w1191 d2677mm, pla shellac, 2020

그림자는 허상으로서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이는 곧 사실이나 현실 나아가 본질이 언급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조형적으로 말해준다. 이환권의 작업은 추상미술이나 개념 미술의 범주에서 파악될 수 없다. 추상과 개념은 본질에 너무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환권은 오히려 반대다. 그는 본질에서 멀어짐으로써 본질을 묻고 있다. 본질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림자가 본질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환권의 작업은 인식론적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이다. 그림자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림자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31일까지.

김승주 rami1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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