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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1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객원연구원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2021.6.8-8.8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장 입구


최근 전 세계 과학자 1만4천 명이 공동으로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며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목도한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수는 무서울 만치 가속화되고 그에 따른 현상들은 앞으로 다가올 전혀 다른 시대의 서막을 예고해주고 있다. 예컨대 농작물 재배 지역이 기온상승으로 북상함에 따라 한라봉은 이제 더 이상 제주의 상징이라 말하기 힘들다. 사과도 대구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이는 기후변화가 농작물의 지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뿐이랴. 폭우와 폭염, 산불 등과 같은 피해가 전 세계 곳곳에서 급증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등을 돌려버린 자연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희생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결의 기미는 당장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 중인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전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구분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오이코스(Oikos, 공적 영역으로서의 폴리스에 대비되는 사적 생활단위로서의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 빗대어 우리가 처한 참담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좌) 알루미늄 압축 큐브, 2021, 100x150x60cm,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제공



<곤충류 표본>, 연도 추정불가, 나비, 나방, 딱정벌레, 비단벌레 건조표본, 41.3x48.4x20cm(x15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소장



윤수연, <정선 시멘트 채굴장>, 2021, 사진, 이면지 인쇄, 가변설치



멸종위기 산양, 2010, 박제, 120x60x100cm, 녹색연합 소장



전시장 전경


첫 번째 집, 기후변화로 인해 죽어가는 지구 생태계를 담아낸 <비극의 오이코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에는 캔 음료와 통조림 등이 찌그러져 하나의 큐브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이 자리한다. 이들은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캔이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배달 앱의 발달로 자주 시켜 먹게 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률이 급증하였는데 이러한 플라스틱은 재활용보다 새로 생산하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에 재활용 비율이 현저히 낮다. 이에 비해 알루미늄은 원석에서 새로 알루미늄을 추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5%만 사용해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새 알루미늄의 제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약 95%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률은 대량생산-소비 재료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알루미늄 압축 큐브>는 편리한 인간의 삶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물들이 점차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해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를 성실히 지켜나가야 한다는 상징적인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알루미늄, 스티로폼 잉고트(ingot, 재활용 스티로폼을 압축-분해시킨 후 녹여서 굳힌 덩어리)  등의 인공물과는 대조되게 한쪽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양서류 박제와 곤충 실물 표본 등 자연 속 생명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19c 이후, 인류의 활동반경의 확장으로 무분별하게 개발된 숲과 초지 그리고 산 (전시장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근대화로 희생된 백두대간의 ‘정선 시멘트 채굴장’을 예로 들 수 있겠다)을 포함하여 살충제 남용, 빛 공해 등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크고 작은 생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시킨 원인이 되었다. 사실 정확한 곤충 개체 수를 추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눈에 띄게 심각한 감소세가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생태계 먹이사슬 전체의 붕괴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한나 융, <폭포를 문명화하는 방법>, 201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3초


인트로 섹션을 지나 다크룸 섹션으로 넘어가면 한 여성이 거대한 폭포 앞에서 울부짖는 소리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녀의 대사를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자연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을 향한 분노의 울부짖음이 아니다. 폭포를 향해 수력발전소가 되라고 외치며 새로운 기후조건에 적응하기 위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언급한다. 어딘가 불편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여자의 대사는 정확한 수치들의 나열로 역설적인 자연과 사람 간의 관계를 폭로하는 듯하다. 자연을 개척과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집, <집의 체계 : 짓는 집-부수는 집>은 근대 이후 우리나라의 살림집과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사물의 생애주기를 담아낸다. 집의 뼈대를 이루는 콘크리트, 부엌의 플라스틱 그릇, 인체와 공간의 일부가 된 컴퓨터, 이런 일상적인 재료, 자재와 장치들은 커다란 사물의 세계를 구현한다. 이런 사물의 채굴, 생산, 유통, 폐기 과정으로 현대인의 삶과 현재의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김대천 + 강난형, <주택 유령: 1958-1983-2002>, 2021, 4채널 비디오,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4분



→ 2편에 계속


안채원 chaewon6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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