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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2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객원연구원


이성민, <우리가. 있는 곳에. 나무가.>, 2021, 3채널 비디오, DCP, 실험 도큐멘터리, 21분


개포 주공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단지 내에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정든 나무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21분짜리 영상이다. 각이 진 아파트 사이사이 싱그럽게 생기가 도는 수풀 내음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어른이 되어 아직까지도 옛 추억을 상기시키며 아쉬운 인터뷰를 이어나간다. 그럼에도 그들은 날카로운 톱에 베여나가 쓸쓸한 그루터기만으로 그 존재의 흔적을 말해준다. 우리에겐 한 그루의 나무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새, 미생물, 곤충들과 같은 수많은 생명체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즉 우리가 나무 한 그루를 베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우주를 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시장 전경



알프레도 야르, <지리=전쟁>, 1991, 라이트박스, 아크릴판에 부착된 컬러 슬라이드, 55갤런 철재 드럼통, 물, 가변설치



전시장 전경



최혜정, <플라스틱 라이프>, 2021, 플라스틱 오브제, 가변설치



아웃트로 섹션에 들어서면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이 전시장 중앙에 즐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회용 포장용기부터 가구와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이 일상의 사물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집까지 얼마나 속속들이 지배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친숙하고 편리성을 제공하는 물질이지만 결국 자연과 동식물들, 나아가 우리 인간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 



(옥상) 이동용, <B-플렉스>, 2021, 혼합재료, 가변설치



세 번째 집은 인간의 활동으로 서식지를 잃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B-플렉스> 공간이다. 미술관 옥상과 정원에 설치되어 관람객의 방문을 제한하는데 생물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는 마당에 있는 망원경과 창문의 CCTV로 관람을 할 수 있다.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하는 봄부터 야생벌들이 꽃가루를 모으고 월동 준비를 마치는 초가을까지 설치된다.



티슈 오피스 <Hidden Research : 멸망을 앞둔 지구에게 보내는 기후위기 연구일지>


미술관 입구에는 이번 전시와 연계로 기획된 모바일 게임 <Hidden Research>는 미래의 화성을 배경으로 숲, 바다, 인공물 총 3가지 주제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획득한 연구일지를 통해 기후위기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조형물은 이전 전시에서 사용한 자재들을 활용한 것이다. 전시가 끝나는 8월 8일까지 진행 예정이니 이번 전시의 의의를 좀 더 확고히 새기고자 한다면 이 게임을 추천하는 바이다.


‘기후위기’라는 가깝고도 먼 이야기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 인간과의 연관성과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되새기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것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그리고 끝나지 않은 현재의 이야기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구상에 거주하는 생명체 중 인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욕심과 힘은 그 어떤 생명체보다 막강하기에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지구,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잊지 말아야 할 인식 속에 ‘남’이 아닌 ‘나’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면 변화의 빛이 보이는 날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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