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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원 : 들리는, 들을 수 없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객원연구원

원성원  : 들리는, 들을 수 없는

WON SEOUNG WON_The Inaudible Audible

2021.10.5-11.13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장 입구




전시전경


  원성원 개인전 《들리는, 들리지 않는》 기자간담회가 9월 30일 오전 11시,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원성원 작가는 사진을 콜라주하여 자신만의 서사가 담긴 풍경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삶 속에서 포착한 주변인들을 크게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로 구분하고, 그들의 이미지나 이야기를 나무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나무는 태어난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며 쉽게 이동할 수 없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또한 나무들이 이루는 숲을 들여다보면 그들 나름의 질서와 생태계가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나무들의 모습이 인간과 닮아있다고 생각하였고 이것이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다. 


  원성원 작가가 창조해낸 새로운 자연 풍경은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는 여러 유형의 관계들, 그 속에 주축으로 등장하는 인사이더와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아웃사이더, 그리고 기회를 갖지 못했거나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나무들은 개인의 위치와 상황에 맞게 작가의 손에서 재조립‧합성되고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화면 안에 배치된다. 


  간담회는 전시장 내에서 작가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고 즉각적인 질의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작가가 처음으로 소개한 작품은 <하얀 가지의 푸른 가능성(Possibility of White Branches)>로, ‘인사이더’들의 만남의 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서 나무들은 작은 호수를 둘러싸며 원을 형성하고 있고, 하얀 가지를 길게 뻗고 있다. 하얀가지는 원성원 작가가 그동안 마주쳤던 유명인사, 일명 ‘인사이더’들이 화려하기 보다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고, 나무들이 형성한 원은 그들만의 ‘서클’을 뜻한다. 


  이 작품을 본 한 기자는 “작가님의 회화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데, 사진은 굉장히 복잡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질문을 남겼다. 이에 대해 작가는 “사진 작업을 구상할 때 항상 현실에 있는 실제 인물에서 시작한다. 거기에 상상을 더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내면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대상에 대한 개인적인 환상을 만들기 때문에 결과물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라고 답하였다.




작가가 <하얀 가지의 푸른 가능성>앞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진행 중이다.



원성원, <하얀 가지의 푸른 가능성>, 2021

사진제공 : 아리리오갤러리


  반면, 아웃사이더들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다. <보통의 느슨한 관계망(Ordinary Network)>에서 나무들은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그 옆에는 잡초들이 무성하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앞서 본 작품의 나무들이 지니고 있었던 하얀 가지를 부분적으로 지닌 작은 나무가 작품의 전경 좌측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넘어가고 있는 그 순간을 나타낸다고 한다.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유동성을 지닐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표출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성원,<보통의 느슨한 관계망>, 2021

사진제공 : 아리리오갤러리


  이어서 작가의 발걸음은 <잘 다듬어진 유년(Cultivated Childhood)> 앞에 멈췄다. 이 작품에는 엘리트들에 대한 욕망이 담겨져 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 ‘내가 더 똑똑했더라면, 어렸을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지닌 적이 있었을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무들은 잘 다듬어진 분재로, ‘잘 다듬어진 유년’의 경험을 지닌 엘리트들을 지칭한다. 그 옆을 감싸는 소나무들은 이들을 잘 다듬고 보살피는 어른들을 뜻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을 보면 분재 나무와 어울리는 정원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삭막한 암석만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했더니, 작가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정원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이 분재 나무들도 정원에서 촬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엘리트들은 암석과 같은 삭막한 환경 속에서 더 두각을 나타낸다. 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원성원, <잘 다듬어진 유년>, 2021

사진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나무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무게를 입은 빛(Weighty Chandelier>이다. 커다란 나무가 빛나는 샹들리에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 화려함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것이다. 



원성원, <무게를 입은 빛>, 2021


  원성원 작가는 조소과를 졸업했지만 사진 작업을 주로 선보여 왔다. 이에 대해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먼저 현실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하고, 여기에 어울릴만한 나무들을 직접 촬영하러 다닌다. 수많은 나무들을 촬영하고 작품 안에 들어갈 대상을 다시 선정한다. 수 천 가지의 사진 조각을 콜라주하는 작업이 포토샵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결국 이것이 나에게는 배치를 하고 설치를 진행하는 조각의 과정과 다름없고,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로 나오는 사진 작품이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조각과 사진작품의 연관성을 설명하였다. 실제로 원성원 작가의 사진 작품은 실제로 봤을 때 조각적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살아가면서 느꼈던 욕망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그 속에서의 소속감과 소외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 영역에 속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세계를 표현한 원성한 작가의 작품이 ‘들리지만 들을 수 없는’ 지점들을 짚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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