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경 : 내 방 창 너머
2021.10.29 - 12.19
대전이응노미술관

대전 이응노미술관 입구 전경
10월 28일 오전 11시,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기획전 <박인경 : 내 방 창 너머>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박인경 화백은 이응노 화백의 배우자로 잘 알려져 있으나 96세인 지금까지도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국현대미술계의 주요 여성화가 중 한 명이다. 이화여대 미술과 1회 졸업생으로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에 올랐으며 우리나라 제도 교육의 첫 세대로서 어려운 현대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해왔다. 1960년 이응노 화백과의 도불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상화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도 파리 화단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내 방 창 너머>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박인경 화백이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 근교 보 쉬르 센에서의 생활공간을 둘러싼 자연 풍경을 주로 담아냈으며 최근 신작을 중심으로 한 수묵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꽃, 물, 바람, 숲 바위 등 자연을 구성하는 소재들을 통해 고요한 정취와 시정을 담아내어 이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감정을 가늠해볼 수 있다.

류철하 관장이 전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는 이응노미술관 류철하 관장, 학예팀 김상호 팀장, 김현지 차장이 참석했으며 전시 투어와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되었다. 류철하 관장이 직접 전시 투어를 진행하여 전시를 소개했다.

전시장 전경

박인경, 내 방 창 너머, 연도미상

전시 전경
1, 2 전시실의 전시 작품은 크게 풍경과 사물을 그려낸 작품과 대형 화면에서 나타나는 추상 작품으로 나뉘어진다. 일상에서 느끼는 풍경들을 다양한 기법이나 생각들로 보여주며, <내 방 창 너머>는 파리 외곽에 있는 작업실에서 직접 보이는 창 밖 풍경을 그려내어 격자 위에 나무, 풍경을 표현해냈다. 박인경 화백의 눈으로 본 자연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들은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자신의 관념을 투사하여 추상과 구상 사이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박인경, 바위, 2021

박인경, 빛, 2021

전시 전경
<바위>, <빛> 등은 대형 화면에 먹으로 표현한 추상 작품이다. 진한 농담으로 붓질의 중첩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박인경 화백의 추상 작업은 동양화에 기초를 둔 서예에 기반한 수묵 작업으로, 거대한 화면을 완벽하게 장악하고자 하는 욕구와 결합해 감각의 크기를 확대하고 있다. 서예라는 관념을 유지하면서 현대 회화 모더니즘 속에서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감각적으로 보일지 끊임없이 연구한 흔적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시 전경

이응노, 화훼길상도, 1968

전시 전경
3, 4 전시실에서는 풍경과 사물을 그려낸 이응노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다. 박인경 화백의 작업 세계는 이응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그녀의 추상화된 자연을 비롯한 새로운 시도들 또한 이응노 화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가 즐겨 그린 대나무를 비롯해 색채가 있는 정물 풍경 등을 통해 박인경 화백의 작품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평면 작업을 비롯하여 이응노 화백의 문자추상 작품을 영상 작업으로 구성한 <Lee Ungno : The Movement>도 감상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작업 활동 속에서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자신의 감각을 현재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조정하고 있는 박인경 화백의 모더니즘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예술 세계의 정점에 다가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모습의 흔적이 작품에 여실히 드러난다.
김지수 acupofmojit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