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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잊기 ; 無知》, WWW space

객원연구원



고의로 잊기 ; 無知
2021.10.27.-11.7
참여작가 : 거니림, 정소희
WWW space




포스터



매달 추천과 협업작업을 통해 다양한 예술분야의 작가들을 선정하여 전시를 기획, 진행하는 공간 WWW space는 현재 거니림 작가의 기획으로 거니림, 정소희 작가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 전경



지하의 작은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두 작가의 작품들이 한데 섞여 있고, 따로 작품의 캡션이 없기 때문에 전시장에 비치된 맵과 작품 설명이 적힌 종이에 의지하게 된다. 정소희 작가의 주제는 ‘언런(unlearn)’으로, 배운 것, 즉 기존에 쌓아온 체계들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거니림 작가의 주제 역시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그는 인류가 통념이나 관습에만 얽매여 본질을 잊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두 작가가 가진 주제에 개인적, 사회적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사회의 통념과 관습을 지니고 그 속에서 또 기존의 체계를 답습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두 작가의 작품을 한데 섞어 보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두 작가를 나누어 작품들을 살펴보겠다.  




정소희, <What do you think of ceramics?>, stonware, styrofoam, 24x24x156cm, 2020



정소희의 <What do you think of ceramics?>(2020)은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높은 전시대에 올려진 달항아리로,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백자는 스티로폼으로, 전시대는 도자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작품의 제목과 만나 우리가 갖고 있는 도예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각하게 한다. 




정소희, <1250℃>, porcelain, 8x15x31cm, 2018



<1250℃>(2018)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뾰족한 조형물들의 군집으로, 아주 예민한 느낌을 준다. 이 조형물은 가마 소성 과정에서 온도 테스트를 하는데 쓰이는 Cone인데, 이것이 작가에게는 가마에서 나온 작품이 뜻대로 되지 않아 느꼈던 상실감, 좌절감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다. 작품을 처음 맞닥뜨린 입장에서는 조형물이 주는 예민함, 공포를 느끼게 되지만 이는 작가가 자신의 공포,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한 수련과정인 것이다. 




거니림, <진짜는 뭘까>, mixed media, 8x9x13cm, 2020



정소희의 작품들이 도예를 중심으로 한다면, 거니림은 돌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전시장 바닥에 돌 조각 3개가 놓여진 것을 보고 ”이것도 작품인가? 그럼 이건 뭐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작품의 제목은 <진짜는 뭘까>(2020)이다. 세 개 중에 진짜 돌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다. 작가는 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지식과 인간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니림, <우리의 모습; -9>, stoneware, 44x44x44cm, 2020



<우리의 모습;-9>(2020)은 육면체들로 이루어진 육면체처럼 보이지만 중간 중간 빠진 조각들이 있어 불완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멀리에서 봤을 때나 이것의 그림자를 보면 완전한 육면체처럼 보인다. 작가는 각 육면체를 인간 개인으로 보면서, 빈약한 나의 본질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멀리서 바라본 모습에 속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소희, <멈추다>, porcelain, 20x20x20, 2020



거니림, <틀; 지배했다는 착각>, stoneware, rock, 45x45x45cm, 2021



글에서 다룬 작품들 외에도 미술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다듬기’에 대한 언런(unlearn)을 표현한 작품, 바위를 가둔 감옥 등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가 세상 만물에 갖고 있는 고정관념, 알아채지 못한 채 계속 반복하는 배워진 체계들, 그리고 무엇에 집중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하도록 하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공간에 역시 잊고 살아가기 쉽지만 중요한 주제를 가진 전시가 진행중이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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