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홍승혜, 이은새_《IMA Picks 2021》
전시 기간 : 2021.11.19-2022.2.6
전시 장소 : 일민미술관
관람 시간 : 11:00~19:00(월요일/1월 1일, 2월 1일 휴관)
주최 : 일민미술관(ilmin.org)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기획 : 윤율리(일민미술관 선임큐레이터)
참여작가 : 이은새, 홍승혜, 윤석남
기자 간담 일시 : 2021.11.18 오후3:30
‘IMA Picks’는 예술의 장에서 주목해야할 세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개인전을 개최하는 일민미술관의 연속 기획전이다. 이번 《IMA Picks 2021》에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3명이 여성작가(윤석남, 홍승혜, 이은새)가 선정되었다. 전시는 11월 19일부터 시작하여 내년 2월 6일까지 계속된다.
먼저, 전시장 1층은 이은새 작가의 개인적으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Dear my hate-angel-god》이란 전시 제목으로 성찰하는 회화 그리기를 시도한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여성 신체의 사용에 대해 탐구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을 하면서 지녀왔던 후회, 죄책감, 망설임 등으로 전시를 풀어나간다. 또한 작가의 신작을 대거 만나볼 수 있는데, 약 20여 점의 작품 중 한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제작되었다. 평면 작업을 주로 선보였던 이은새 작가가 새로 시도하는 입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특징도 지닌 전시이다.
이은새, 《Dear my hate-angel-god》 전시제목
이은새, 《Dear my hate-angel-god》 전시전경
이은새, 《Dear my hate-angel-god》 전시전경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홍승혜 작가의 전시를 볼 수 있다. 홍승혜 작가 전시의 키워드는 ‘무대’이다. 전시 제목은 《무대에 관하여》. 작가는 픽셀에 기반하여 실재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이번 전시에서 바닥과 벽, 악보, 가구와 포스터, 그리고 무대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이 공간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습>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는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1시─5시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퍼포머들이 관람객들과 섞이는 과정은 예술이 일상에 닿을 수 있다는 홍승혜 작가의 생각과 맞물린다. 그렇게 작가의 《무대에 관하여》는 공간에 대한 도전적인 실험 장소이자, 삶과 예술이 뒤엉키는 장소가 된다.
홍승혜, 《무대에 관하여》 전시제목
홍승혜, 《무대에 관하여》 전시전경
홍승혜, 《무대에 관하여》 전시전경
마지막 3층의 전시실은 윤석남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 찼다. 윤석남 작가의 《소리 없이 외치다》는 1982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어머니 초상과 초기 유화 작업에서부터, 작가의 미공개 드로잉과, 자화상, 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그린 회화, 캔버스를 완전 이탈한 2000년대 이후 작업 그리고 2021신작까지 아낌없이 보여준다. 어머니와 역사 속의 여성들, 그리고 신여성이나 여성 동료들을 아울러 다양한 여성의 모습들을 예술로서 표현해왔던 윤석남 작가의 일대기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전시 동선이 끝나는 마지막 공간에 진입하면, 작품을 제작하며 느꼈던 바를 이야기하는 윤석남 작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소리 없이 외치던’ 작품들이 작가의 음성과 만나, 증폭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윤석남, 《소리 없이 외치다》, 전시제목
윤석남, 《소리 없이 외치다》, 전시전경
윤석남, 《소리 없이 외치다》, 전시전경
한편, 지난 18일 오후 3시 30분에는 이번 전시에 관한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는 먼저 윤율리 큐레이터가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전시 투어를 마치고, 장소를 이동하여 본격적인 기자간담회를 이어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윤율리 큐레이터가 전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윤율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대해 “그저 ‘나이차이가 나는 3명의 여성 작가’를 선정했다는 것은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회화 작가로 규정하고, 3인의 회화작가들에게 주목하고자 하였다.”라며 전시의 의도에 대해 설명하였다.
윤율리 큐레이터와 윤석남, 홍승혜, 이은새 작가가 기자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어서, 윤율리 작가는 각각의 작가에게 이번 신작과 전시에 대한 전번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먼저, 홍승혜 작가가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오브제보다 공간과 장소로 관심이 이동하였다. 또한 영상과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런 것들이 모두 공연될 수 있는 곳이 ‘무대’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몸담고 있다 보니, 주변에 좋은 작가들이 많았고 이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각극을 만들었다. 말하는 조각을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4명의 조각가(김지예, 박성민, 유정민, 이동훈)의 작품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그들에게 텍스트를 작성하게 하여 그 텍스트를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샘플링한 후 사운드로 만든다.” 작가가 설명한 이 작품은 동그란 좌대 위에 놓인 김지예의 <타란튤라>(2021), 박성민의 <무대 위의 형상>(2021), 유정민의 <하야시 나오키와 하야시 마키>(2021), 이동훈의 <고양이와 나>(2021)와 그 사이를 오고가며 작품을 한 점씩 조명하는 홍승혜의 영상, <드라마 키즈>(2021)가 합해진 것이다.
김지예, <타란튤라>,2021,
박성민의 <무대 위의 형상>,2021
유정민의 <하야시 나오키와 하야시 마키>,2021
이동훈의 <고양이와 나>, 2021
홍승혜, <드라마 키즈>, 2021
작가는 앞으로 진행될 퍼포먼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아무추어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퍼포먼스는 이번에 처음 진행해보는 장르이고, 퍼포머들도 다들 퍼포먼스 비기너인 학생들이다. 그래서 작품 제목이 <연습>이다.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용기가 있는 것 같다.” 또한 홍승혜 작가는 이번 퍼포먼스 작품을 통해 무대와 무대가 아닌 곳의 경계를 없애고자 한다. “항상 이원적인 것에 반감이 있었다. 전시 기간 동안 퍼포머와 관객들은 섞이며, 예술이 일상과 구분되지 않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홍승혜, <연습>, 2021(갤러리 제공)
다음으로, 이은새 작가가 신작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였다. “그동안 주로 여성 신체에 대한 회화 작업을 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계속 지니고 왔던 고통, 후회, 죄책감, 망설임 등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마음으로 어떤 작업을 앞으로 할 수 있을까 재설정하는 심정으로 준비하였다.” 그래서인지 일민미술관 1층 공간에서는 이은새 작가의 전작과 비교되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PET필름, 쇠 평면과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캔버스에 견주어 활용하여, “때로는 상쇄되기도 전복되기도 오히려 명료해지기도 하는,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비추거나 반사하거나 공격하거나 뒤섞는”(작가노트, 2021) 과정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이은새, <뒤즙은 채로 감자칩 먹는 여자>, 2021
이은새, <리핑 03 Ripping 03>, 2021(왼쪽 앞)
이은새, <리핑 01 Ripping 01>, 2021(오른쪽 뒤)
이은새, <미니 Mini>, 2021
반면, 윤석남 작가는 작품에 대한 설명에 앞서, “전시에 대한 연락을 받고, 젊은 두 여성 작가와 같이 전시를 한다는 것이 매우 기뻤고 뿌듯했다.”라며 이번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동양화 기반의 작품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회상하였다. “2회에 걸친 개인전을 끝낸 어느 날,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의 초상화전을 큰 기대 없이 관람한 적이 있다. 그때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며,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이었나를 깨닫게 되었다. 오일페인팅만 해오다가 한국화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한국화를 시작하였다. 한 장소에서 한국화와 예전 유화 작품을 같이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전시에 많은 작품을 가져왔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의 작품을 같이 감상하며 새로운 사고를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윤석남, <고카츠 레이코 초상>, 2021
윤석남, <소리 없이 외치다>, 1992-2009
윤석남, <무제 Untitled>, 1987
세 작가는 각각 분리된 층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고, 주제 면에서도 강력한 접점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모두 평면의 원리를 근간으로 삼아 입체와 설치, 다양한 조형을 자유롭게 응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러한 과정은 세 명의 여성 예술가가 당면한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일민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인문학 프로그램 <역자후기>와 연계프로그램, 이은새, 홍승혜 작가의<아티스트 토크>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라 사전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