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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희 : 자연스러운 인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객원연구원

송상희 : 자연스러운 인간 Homo Natura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021.12.16-2022.2.27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7)과 에르메스재단 미술상(2008)을 수상한 작가 송상희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송상희의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신작 6점과 국내 최초 공개작 1점으로 구성된다. 



〈사과〉, 2021,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15초.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사진: 홍철기)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작품은 3채널 영상으로 이루어진 <사과>(2021)이다. 각각의 채널은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역사적 사건이나 문학 등에서 언급된 사과에 대한 다양한 내용과 이미지를 중첩, 교차시키고 있다. 첫 번째 영상은 카프카 『변신』에서 발췌한 내용의 자막에 코끼리쇼, 우주 실험에 이용된 침팬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두 번째는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사과로 자전설을 설명하는 대사를 활용하고, 영상은 아인슈타인이 갈릴레이의 말을, 오펜하이머가 제자의 말을 전달하며 핵개발 실험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영상은 청산가리 사과를 먹고 죽었다는 설이 있는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 내용에 애니메이션 〈백설공주〉가 더해졌다. 사과를 둘러싼 다양한 상징을 보여주는 세 영상은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도록 한다. 


〈대지의 노래〉, 2021, 7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가변 크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사진: 홍철기)

<대지의 노래>(2021)는 7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크고 작은 스크린 속에는 작가가 세계 곳곳에서 담은 지구의 모습이 담겨있다. 각각의 장소는 그저 평범한 자연의 모습, 풍경 같아 보이지만 모두 사건과 상처를 품고 있는 곳이다. 원유 유출 사고가 있었던 태안, 방사능 피해로 모두가 떠나간 체르노빌,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의 묘지가 있는 곳 등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과> 작품의 배경음악 때문에 명확히 들리진 않지만 작가가 일본의 오소레산에서 촬영한 영상의 바람개비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지구에서 날아온 전자벌레〉 , 2021, 복합 매체 설치, 가변 크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앞선 두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장을 나갈 때쯤 커다란 돌 같은 조형물 두 개가 보인다. 조명을 받으면 형광물질이 빛을 발하는 이 돌에 대한 이야기는 옆에 설치된 태블릿에서 두 사람의 채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돌 같은 것은 운석으로 지구에 떨어졌는데, 원래는 자신을 인간이라 여겼던 전자 벌레였다는 것이다. 자신이 인간이 아닌 기계 노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해방하려다 외부의 힘에 의해 절단되어 두 동강이 났다고 한다. 


〈블랙홀 생명체〉, 2021, 복합 매체 설치, 가변 크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꿈〉, 2021, 복합 매체 설치, 가변 크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사진: 홍철기)

전시장을 나서면 같은 형식의 작품을 두 개 더 만나볼 수 있다. 밀레의 <만종>과 클레의 <산 정상 위에서>를 멈춰진 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골동품과 같은 ‘블랙홀 생물체’라 소개하는 <블랙홀 생물체>(2021), 말레비치의 <아키텍톤>을 인간의 슬픔, 공포와 같은 감정이 물화되어 솟아오른 ‘수직정령’이라 말하는<땅 위로 솟아오른 수직정령>이 그것이다. 이 세 개의 작품은 <꿈>(2021)의 일부이다. 작가는 위의 세 작품과 안견 <몽유도원도>를 모작하여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역시 <꿈>의 일부인 단채널 영상에서는 <몽유도원도>의 모습과 강화도 화순의 고인돌 공원의 모습이 중첩되며 시작하며 꿈과 현실을 모호하게 만들고, 영상은 고시원, 구의역 지하철 승강장 등 사회적 타살을 암시하는 곳을 찾아간다. 무릉도원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들은 오히려 현실에서의 상처를 부각한다. 
 

〈기거, 너 그리고 나〉, 2018, 복합 매체 설치,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20초. 엽서, 가변 크기(사진: 홍철기)

<기거, 너 그리고 나>(2018)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동시에 상영되는 2채널 영상으로, 한 채널에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다른 채널에서는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의 대사를 편집하여 보여준다. 두 번째 채널에서 보여주는 대사의 내용은 가장 강한 생명체를 모방하여 변신을 시도하는 의태생물 ‘기거’에 관한 것이다. 두 채널을 동시에 보면, 근대화를 이루던 시절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모습이 기거와 겹쳐진다. 서구 문화를 흡수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독재, 이념 갈등 등을 겪으며 내상을 입고 성장한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이켜보게 만든다. 


〈신세계〉, 2021, 혼합 매체, 가변 크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사진: 홍철기)

마지막 전시공간의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신세계>(2021)는 타일과 라이트박스에 상업의 신 헤르메스, 전염병, 신대륙 발견으로 희생당한 동물 등을 그려넣어 기술과 문화의 발전이 가져다준 혜택과 그 이면을 보여준다. 


〈말걸기〉, 2021, 복합 매체 설치,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회전 드론 스피커 6대, 24분.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사진: 홍철기)

안쪽의 <말걸기>(2021)는 6개의 드론 스피커와 화면으로 구성된다. 천장에 모빌처럼 달린 드론 스피커는 빙빙 돌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화면의 자막이 그에 답을 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나한테 왜 그랬습니까 라고 묻고 화면은 역사의 상흔이 어린 세계 곳곳의 땅의 모습과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 대사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우리의 정체성과 관계들, 그리고 삶에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업고〉, 2021, 병풍식으로 접지한 61점의 드로잉, 각 25×19cm, 전체 25×1159cm.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길이 11m에 달하는 <업고>(2021)은 병풍식으로 접지된 61점의 드로잉으로 양면이 다른 내용이다. 한 면에는 우연히 발견한 모자에 지배당하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 『모자』의 내용이, 다른 면에는 원자와 원자핵의 발견이 원자폭탄과 핵무기로 발전하는 단계가 담겨있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을 파괴하게 되는 일, 양심과 욕망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송상희의 이번 개인전은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의제인 ‘트렌스미디어’와 연결된다. 전시된 작품이 만들어진 방식이 이야기의 플랫폼을 달리하며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과거의 미술 작품, 문학 작품을 새로이 바라보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소외된 곳에 대해, 그리고 이러한 세상을 어떠한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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