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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 호리아트스페이스

객원연구원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
2022.01.13. ~ 02.10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



전시전경 :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호리아트스페이스는 1월 13일부터 2월 10일까지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호리아트스페이스 2022년 젊은 기획자 지원전시의 일환으로, 배민영 독립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다. 전시의 제목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는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호랑이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호랑이는 고양이보다 덩치가 더 크지만, ‘고양이과’이고 이 둘은 같은 ‘고양이과’이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비유적 메시지를 통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일상생활에서의 편견’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전시는 호리아트스페이스의 첫 번째 젊은 기획자 발굴/후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미 지닌다. 기존에 50대 전후의 작가를 중점적으로 조명해오던 부분을 확대하여, 올해부터 연 1회 차세대 젊은 기획자의 발굴과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며, 그 첫 번째로 배민영 기획자가 선정되었다. 배민영 기획자는 배렴가옥 기획전시 <STAY>, <나의 오늘 미술사>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도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는 설치방식으로 독창적인 기획력을 보여주었다. 전시의 3층인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는 곽수연, 박현지, 서은선, 신선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4층 아이프라운지는 김경원, 김여옥, 류갑규, 손창은 작가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두 층에 전시된 총 53점의 작품을 통해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전시전경 :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본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기복의 의미를 담은 호랑이 그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호랑이의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이 담긴 현대적 민화와 팝아트를 보여주거나 고양이에서 상상 속 동물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호랑이를 제시한다. 

  먼저, 곽수연 작가는 스스로를 ‘멍멍’ 작가라고 부를 정도로 강아지 그림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민화 호랑이 그림으로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고, 최근 출간된 『고양이, 우리 그림 속을 거닐다』에서는 ‘강아지 옆에 또 고양이’라는 챕터로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곽수연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민화 속 동물들을 주로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호虎>시리즈는 민화 속 호랑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냈으며, <독서상우>와 <무릉동원>은 개구쟁이 같은 고양이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곽수연, <虎>시리즈, 2021


곽수연, <무릉도원>, 2021(왼) | 곽수연, <독서상우2>, 2021(오)

  전시장 정면 가벽을 가득 채운 터프팅 작업은 박현지 작가의 작품이다. 복도와 데스크 벽면의 천 작업 <도심 속 도피>는 동물을 주요 소재로 하여 야생을 실내로 들여온다. 이는 단순한 사실적 묘사를 넘어서 색다른 정원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며, 동물적 식물, 인공적 자연과 같이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공존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박현지의 <도심 속 도피>(2020)와 <불완전완 선물>(2021)시리즈 그리고 손창은의 작품



박현지, <도심 속 도피 3>, 2021

  손창은 작가의 작품에 이르러 이러한 해체적 조화는 더욱 노골화된다. 작가는 산해경을 모티브로하여 신화 속의 동물들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한다. 작가는 작품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복(馬腹/산해경에 기록된 요괴)의 생김새는 사람의 얼굴에 호랑이의 몸을 하고 소리는 어린애 같으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타위는 사람의 얼굴에 양의 뿔, 호랑이의 발톱을 하고 있다. 늘 저수와 장수의 깊은 곳에서 노니는데 물속을 드나들 때면 광채를 발한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신령을 가졌거나 요괴로 묘사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두려움을 바탕한 관점에서 쓴 선악이 없는 순수한 동물들을 악의 형태로 묘사해왔던 건 아닌지 늘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작가는 인간의 ‘생각의 연원’을 캐물으며 ‘동물의 형상’과 ‘두려움’ 그리고 악’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손창은, <주 Stripe>, 2017(왼) | 손창은, <기린>. 2017(오)

  반면, 서은선 작가는 팝아트로 전시장 내에 유쾌한 기운을 채운다. 그래픽적이면서도 손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적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염원하다>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프린팅된 호랑이를 소개하거나 <호호호 虎虎虎>와 같이 호랑이의 운을 자신만의 색채로 내뿜는다. 



서은선, <염원하다>, 2021


서은선, <虎虎虎(호호호) fun park>, 2021

  신선미 작가는 전통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장면을 연출한다. 그림 속에는 주로 한복 입은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 속에 숨은 그림을 찾기를 하듯 들어가 있는 유유자적한 고양이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3층에 놓인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귀엽고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면, 4층은 미니멀하거나 진지한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신선미, <당신이 잠든 사이18>, 2016


신선미, <다시 만나다17>, 2016

  반면, 독립적인 고양이의 모습은 김여옥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난다. <PoppyCat>에서 반입체의 고양이들은 검은 2022년 ‘검은 호랑이해’와 연결점을 지닌 ‘흑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길거리의 고양이에게 ‘도둑고양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이를 비롯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니고 있다는 데 가슴 아파 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특히 검정고양이는 불길함의 상징으로 치부되고는 했는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 또한 미술 시장에서 ‘호랑이 그림’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늠름하고 사실적인 호랑이 보다 친근하고 ‘힙’한 호랑이, 고양이, 그리고 다른 동물과 식물의 그림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김여옥, <PoppyCat 2019 B_1_04>, 2019

  앞선 작가들이 작품 속에서 동물들을 출현시켰다면, 류갑규 작가는 <빙폭타다(BluerⅣ)>로 겨울 산의 기운을 보여준다. 호랑이 한 마리 없지만 바위로부터 나온 겨울 산의 에너지를 그려냈다. 작가는 그동안 폭포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보여주며 자연과 인간의 ‘선택’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집요하고 파고들어 왔다.



류갑규, <빙폭타다(BluerⅣ)>, 2021

  마지막으로, 김경원 작가는 캔버스 안에 수많은 호랑이들을 그려 넣는다. 작가는 동물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겹쳐 그려, 전체적으로 묘한 구성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생각하던 주제와 일맥상통했다고 한다. 전시에 섭외되기 전, 어느 날 작가는 호랑이를 그렸는데, 몸통만 칠하고 무늬를 넣지 않았을 때 고양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랑이로 물음표 형상을 만든 <호랑이일까?>라는 작업은 그 생각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김경원, <호랑이일까?>, 2022

  의도적으로 유아적인 제목을 취하게 된 이번 전시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는 우리 시대의 호랑이 그림을 무엇인지 제시하며, 나름의 재치와 철학이 있는 전시이다. 참고로,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이번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들에게 특이한 달력을 배포하는데, 이 달력에는 ‘고양이 달력’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호랑이가 ‘양’이라면, 고양이가 ‘음’을 담당한다는 의미에서 제작된 ‘음력 달력’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왜 호랑이는 고양이가 되었나?’라는 질문을 곱씹으면서, ‘양력 달력’과 같이 평소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그 반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관람 시간 : 10:00~18:00(일/월/공휴일 휴무)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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