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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세화미술관

객원연구원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전시 기간 : 2021.10.19.-2022.02.27
전시 장소 : 세화미술관
관람 시간 : 10:00-18:00(화-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종로구의 세화미술관은 10월 19일부터 2월 27일까지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를 진행한다. 본 전시는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에서 개최되었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에서 기인한 것이다. 당시 이 전시는 개관 1주년 기념으로 기획되었고 일상의 다층적 의미와 그 안에서의 일탈을 다룬 미디어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 ‘상어’에게 어떠한 변화가 포착되었을까?

  당시 전시 제목에 사용되었던 ‘상어’는 자연물을 대표하는 대상이자,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를 상징하였으며, ‘상어’가 ‘비행기를 무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예술을 통한 일탈의 행위를 의미하였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상어’는 지난 전시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동시에 2021년 팬데믹 상황에 처해있는 지금, 무너진 일상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한다. 전시장 내에서 ‘상어’는 작가를 대변하기도 하고, 관람객으로 변모하기도 하며 혼란의 물살을 가로질러 유영해 나간다.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전시에는 20년 전 이 장소에서 일상성을 이야기하던 다섯 명의 작가가 재소환되었다. 과거 일주아트하우스였던 공간은 세화미술관으로 탈바꿈하였고 작가들의 작품세계는 더욱 깊고 넓어졌다. 색다른 경로를 탐색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보인다. 이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감상하며 새 일상을 일주하는 ‘상어’의 시선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전시 입구




_강애란, <숙고의 서재>, 2021(가운데 설치 작품)
_강애란, <도나 해러웨이 사이보그 선언문>, 2021(가운데 설치 작품 중 하나)
_강애란, <숙고의 서재>, 2020(벽면 프린트 작품)



_강애란, <The Uprising of Books_Dale Spender, Feminist Theories>, 2020(왼)
_강애란, <The Second Sex>, 2020(오)



  먼저, 강애란 작가는 2000년 초부터 이어온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지식의 보고로서 책이 지닌 중요한 상징성을 시대 변화에 걸맞게 해석하는 작품으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책은 종이라는 물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래한 전자시대를 의미한다. 강애란 작가의 책들은 몰드로 제작된 투명한 틀 안에 넣어진 조명으로 인해 다채로운 빛을 내뿜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한국 출신의 여성 작가로서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의식을 포함한 책들을 다룬 <숙고의 서재>(2020)를 출품하였다. 이 주제는 작가가 2015년부터 관심을 가져왔으며, 여성주의 작가의 책이나, 사회 운동가가 쓴 문장들이 작품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강애란 작가의 작품 앞에서 기나긴 역사 속에서 쌓여온 책만큼 과연 인류가 성숙한 사회를 건설해왔는지에 대해 숙고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김해민, <RGB 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 2017




김해민, <신춘향>, 2017




김해민,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 2020




김해민,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 비대면>, 2021


  
  이어서 비디오 아트의 계보를 잇는 한국 미디어아트 1세대 작가, 김해민은 영상 작품을 비롯한 설치 작품을 제시한다. 그 중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은 <RGB 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2017)과 <신춘향>(2017)으로, <RGB 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은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선보였던 <R.G.B 칵테일>의 후속작이다. 각각의 칵테일 잔에 음료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는 빈 잔 위에 영상이 투사된 것이다. 또한 음료 안에는 캡슐이 불안하게 떠다니고 있다. 영상을 통해 일상의 감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며, 우리 안에 내재된 불안 요소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반면, <신춘향>은 영화감독 신상옥이 남과 북에서 만든 두 편의 춘향전을 엮어 제작하면서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관계될 수밖에 없는’분단의 문제를 드러낸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을 표현한 작품은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2020)와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 비대면>(2021)이다.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에서는 무용수의 몸짓과 연기를 통해 끝없이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영상과 센서, 조명을 활용하여 제작한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 비대면>은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버린 팬데믹 상황과 그 속에서의 실재와 가상의 혼란을 다루고 있다. 




강홍구, <Building 1·2·3>, 2001/2021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1·2>, 2019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1·2>(2019) 아래 적힌 설명




작품과 이어지는 창 밖 인왕산 풍경


  
  반면, 강홍구 작가는 사진을 매체로 하여 일상에서 마주한 기묘한 풍경들에 붓질을 더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1년 일주하우스 전시에 출품했던 <빌딩>시리즈에 다시 주목한다. 그는 흥국생명 빌딩 내부를 삶이 소멸해가는 장소로 상정하고, 동물 형상의 장난감을 이 장소와 합성한다. 부푼 꿈을 안고 들어선 회사원들은 결국, 높은 업무 강도에 장난감처럼 빌딩 한구석에 쓰러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작 <서울-공터>시리즈는 서울에 기묘하게 남아있는 공간을 촬영하고 이를 프린트하여, 부분적으로 아크릴 채색을 진행한 작품이다. 그 중 <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1·2>(2019) 은 현재 서울이 맞나 싶은 풍경이 작품으로 담겨 있으며, 창문 밖 인왕산을 품은 도시와 함께 전시장에 배치된다.  



양아치, <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2%가 올랐습니다>, 2021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기반 기술에 중점을 두고 급격히 발전하는 사회 변화상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기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모색해온 양아치 작가는 <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2%가 올랐습니다>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하였고, 이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사물(thing)'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담겨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물‘은 가상 화폐와 같이 탈 중앙화된 자본으로 생성되고 유통되는 것이다. 그는 아티스트 피로 이더리움 채굴기를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전시장 내에서 실시간 작동시킨다. 이때 관람객은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곧 탈 중앙화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며, 직접 노동하지 않고도 가치가 발생하는 현장으로 볼 수 있다. 




리덕수의 작품들




리덕수, <리덕수 선전화>, 2021




리덕수, <나는 이렇게 쓰였다_리덕수 포스터북>(2021)이 놓인 리덕수의 서재




유리창에 적힌 서윤후 시인의 <오렌지 산책과 레몬 비>



  전시는 리덕수 작가의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리덕수는 스스로를 ‘냉전의 무대, 분단의 희생자, 실향 2세대’라고 지칭하며, ‘남한의 북한 선전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장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포스터는 전형적인 북한 선전 포스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물의 모습과 문구가 남한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핑크와 블루, 레몬 같이 노란 색상의 조합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꽤 달콤하고 상큼하기까지 하다. 
  인왕산이 내다보이는 창문에는 서윤후 시인의 <오렌지 산책과 레몬 비>가 적혀 있다. 시를 감상할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레몬비가 내리는 산책로를 산책하듯 작품을 천천히 즐기다 보면, 결국 리덕수라는 존재 자체가 본향 없이 정체성의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오늘날의 일상 세계를 의미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편, 세화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관련하여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각 작가별로 아티스트 토크를 이어왔고, 낭독회를 개최한 바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 맞춰, 해당 행사는 공식 유투브를 통해 재시청할 수 있다. 또한 도슨트의 설명, 작가 인터뷰, 큐레이터 인터뷰 영상 등을 게시하여 전시와 작품, 그리고 작가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힘썼다. 다음 링크를 통해 세화미술관의 다양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세화미술관 공식 유투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FDvLX4jLkunjjCn3TEO8pQ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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