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형진식 기획초대전》, 갤러리UHM

객원연구원



《형진식 기획초대전》



전시 기간 : 2022.02.10-02.24
전시 장소 : 갤러리UHM


  갤러리UHM은 2월 10일부터 24일까지 《형진식 기획초대전》을 개최한다. 형진식(邢鎭植, 1950~)작가이자 교육자로, 자유로운 추상의 세계를 탐구하며 모교인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1976년부터 2005년까지 교장으로 퇴임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에서 영향력 있는 다수의 예술인들을 길러냈다. 그는 예술계 안에서 숨은 거장이라 일컬어지며 한국 작가들의 해외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국제적 초청과 전시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프랑스 아카데미즘에 반대하는 미술전람회로 통칭되는 ‘앙데팡당(independent)’ 전에 출품하였으며, 1980년 제11회 파리 비엔날레와 87년 제2회 LA아트페어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형진식의 개인전을 만나 볼 기회는 그간 많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 UHM은 1993년 제작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는 형진식 작가의 작품 40점을 선보이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그렇다면, 형진식 작가의 추상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2021년, 해든뮤지움 기획전인 《시대와 개성展》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다.
“나의 작품은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작품이 아니라, 삶을 표현하려다보니 결국 ‘생활에 대한 흔적 같은 것들. 보고 느끼는 것에서 나온 흔적. 사용하고 난 다음의 흔적, 살아온 자리에 대한 흔적이 쌓이고 싸여서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애초에 그림을 시작할 때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그 아름다움 뒤에 있는 진실에 대한 것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생명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삶에 대한 흔적 중에서도 특히 호흡의 문제, 우리가 사는 공간, 우리가 지나온 역사와 시간에 대한 문제를 아우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결국 형상이라는 것은 사라지게 되고 그 후에 누적된 흔적들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은 당시 제시한 그의 작가노트에 쓰인 글과 이어진다. 
“그림은 그려진 것이기도 하지만 나타난 흔적이기도 하다. 생각의 흔적, 행동의 흔적, 다양한 삼라만상의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과정의 순간이랄까. 내가 하려는 것은 투명한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내면의 세계, 새롭게 볼 수 있는 영역을 가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그림은 살아있음을 호흡으로 증명한다.”
 


형진식, <Untitled>



형진식, <Untitled>



형진식, <Untitled>


  또한 그의 개인전 머리말에 이일(李逸, 1932~1997) 미술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 바 있다. 
“그의 선 하나하나가 마치 충전(充電)된 것처럼 공(空)을 가로지르며 또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지며 그 공을 긋는 행위의 궤적을 흰 종이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윤진섭 평론가는 형진식 작가가 활동해 온 8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 그룹 <로고스와 파토스>가 지향한 시대정신을 ‘지금 그리고 여기(hic et nunc)’로 언급한다. ‘지금 그리고 여기(hic et nunc)’는 중세시기부터 사용하던 말로, ‘지금’은 시간적 의미이며, ‘여기’는 공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결국 ‘현재’를 뜻하게 된다. 과거의 흔적을 살펴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현재’의 삶을 우리는 매순간 맞닥뜨리게 된다. 

  형진식 작가는 평생 동안 멈춘 적 없던 작품 활동의 궤도를 보여주고 있다. 캔버스 안에는 작가의 호흡과 공기, 움직임이 그대로 담겨있다. 200호가 훌쩍 넘는 대작을 완성해 나가는 작가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 해도 과함이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있을 때에도, 없을 때에도 40년 넘는 기간 동안 이루어지고 있는 거대한 페인팅의 현장은 자신과 캔버스만이 존재하는 긴 몰입의 순간이며 일상이자, ‘현재’이다.



형진식, <Untitled>



형진식, <Untitled>



형진식, <Untitled>



형진식, <Untitled>

  
  전시장내에 전시된 작품의 제목은 모두 <Untitled>이다. 이러한 제목은 작품의 추상성을 극대화시켜주면서 형용하기 어려운 내면의 세계, 그리고 삶의 흔적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택한 전략 중 하나이다. 《형진식 기획초대전》은 미디어와 신매체의 범람 속에서 4년간 꾸준히 회화분야에 몰두해 온 거장의 작품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긴 세월을 아우르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삶의 흔적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윤란 rani7510@naver.com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