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영 : 질감 연습-가장 바깥쪽 껍질
낙원상가의 4층에 위치한 전시공간 d/p는 기획자 중심의 전시공간으로 전시와 전시 사이의 동시대성을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이산낙원(discrete paradise)’의 약자인 ‘d/p’는 다양한 개인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각자의 낙원, 때로는 우리들의 낙원을 만들고 부수는 경험을 지향한다. 현재 d/p에서는 비주얼디렉터 김예영의 개인전인 <질감 연습: 가장 바깥쪽 껍질>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진행된다.
김예영은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하던 중 글로벌 미디어 회사 콘데 나스트(Condé Nast) 산하의 <보그 펠레(Vogue Pelle)>와 <보그 조이엘로(Vogue Gioiello)>에서 객원 에디터로 일하며 패션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배니티 페어(Vanity Fair)>, <엘르 UK(Elle UK)> 등을 거쳐 현재 뉴욕과 서울을 베이스로 일하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이자 혁오와 장기하의 비주얼 디렉터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비주얼 디렉터 일은 물론 여러 화보와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예영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에게 가장 익숙하지만 그간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카메라 뒤에 직접 서게 된다. 그녀가 촬영한 총 17점의 사진을 통해 그간 탐구해온 다양한 질감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는 질감을 ‘개개인이 이룩해 온 역사에서 생겨나는 고유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석했다. ‘표면에서 느껴지는 사물의 성질’이라는 질감의 사전적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간 김예영이 진행해 온 프로젝트를 보면 그가 사람 각자의 질감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해왔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밴드 혁오
밴드 혁오의 멤버이자 뮤지션인 오혁은 김예영 작가의 가장 오랜 협업자이자 동료이다. 김예영은 그간 혁오의 음악의 메시지들을 여러 의상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듯한 난감함과 어색함과 같은 느낌들을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사이즈의 의상으로, 성별이나 국적에 차등을 두지 않는 사랑의 실천을 헤드피스로 얼굴을 가리는 치마 수트로 드러냈다.
(좌)<오혁>, archival pigment print, 101.6x152.4cm, 2022
(우) <오혁>, archival pigment print, 76.2x101/6cm, 2022
이 둘은 오랜 기간 동안 밴드 혁오는 물론 뮤지션 오혁의 질감을 함께 만들어왔다. 사진을 찍어본 적 없는 김예영이 필름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오혁의 모습은 우리를 살게 하고, 상처 입히고, 다시 회복시키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배유림 박민선>, 사진설치,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2
<김은희 전가영>, archival pigment print, 101.6x152.4cm, 2022
배유림, 박민선, 김은희, 전가영은 김예영의 미학을 두드러지게 드러내 주었던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다. 다양한 화보에서 협업하며 긴 시간 신뢰를 쌓은 이들과는 플러스 사이즈 상품을 광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신체와 얼굴, 피부와 표정 모두에서 사랑스러움이 만져지는 그들 자체의 아름다움 즉 고유의 질감에 집중하는 사진 작업을 시도했다.
<김은희 전가영>, archival pigment print, 152.4x228.6cm, 2022
빛이 부족한 날씨를 보완하지 않고 자연광 아래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은 기존의 상업 사진들에서 감추고 보완하려고 애쓰는 표면의 티끌과 부족한 해상도가 있는 그대로 담겨있다.
(좌) <배유림>, archival pigment print, 152.4x228.6cm, 2022
(우) <박민선>, archival pigment print, 101.6x152.4cm, 2022
이번 전시의 결과물을 멀리서 보면 또렷하고 흠 없이 보이는 모두의 겉모습이, 실은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과 흠결이 쌓여 이루어진 본질 가장 바깥쪽의 껍질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늘 눈 앞에 보이는 표면이 존재하기 위해 그 속에 켜켜이 쌓아 올려진 누군가의 질감을 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개개인이 이룩해 온 역사에서 생겨나는 고유의 아름다움’이라는 김예영식 질감의 정의는 어쩌면 ‘표면에서 느껴지는 사물의 성질’이라는 사전적 정의의 원인이거나 혹은 동의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정보
관람시간: 11:00-18:00 (일, 월, 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정세영 jsy989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