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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아트선재센터

편집부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 중인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2023.7.15-10.22)을 보고왔다.
관람예약을 해야하며, 성인 입장료 10,000원이다.

작가 서용선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람−도시−역사’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며, 그 탐구를 ‘물질−환경(자연)−신화’으로 확장하고, 세계사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동시대적 삶의 조건과 의미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골드’는 서용선 회화의 중요 공간인 도시를 다루며, 2부 ‘블랙’은 사람, 정치, 역사, 생명의 의미를 서용선 회화 세계를 가로지르며 탐구한다. 그리고 3부 ‘나-비’는 보편적 세계를 향한 작가의 의지와 예술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 태도를 보여준다.




도심, 1997−2000,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버스 속 사람들, 1992,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338cm

작가의 도시 탐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수단이다. 작가는 버스를 타고 서울이라는 공간을 이동해 왔다. 미아리−정릉−숙대입구−총신대역−낙성대 등으로 이동하면서 작가는 도시의 변화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본다는 행위는 작가에게 중요하다. 그것은 화가로서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이동 수단의 창은 도시를 바라보는 주요한 시각 장치가 된다. 한편 작가가 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광고판이다. 상업적인 광고판에서부터 정치 선전물들, 뉴스 전광판에 이르기까지 발화하는 도시로서 광고판은 도시의 황홀경이지만 한편으로 도시의 욕망과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도시의 풍경을 하나의 허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돌파하고자 한다. ‹갈등›(1992)과 더불어 이 두 작업은 서용선 초기 도시 회화의 중요한 작업들이다.




보는 사람들, 1991, 캔버스에 비닐기법, 208×204cm




브루클린,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120cm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벗어나, 뉴욕, 베를린, 베이징 등 다양한 도시로 떠난다. 이러한 방문은 단순한 여행이라기보다는 작가로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일깨우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이 탐구하는 주제를 위한 현장 답사이기도 하다. 뉴욕은 작가가 지금도 자주 방문하는 도시이며, 그곳에서 일정 기간 동한 체류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가 도시를 방문할 때 주목하는 것은 그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뉴욕의 지하철을 비롯한 베를린의 우반과 베이징의 자전거 등은 그 도시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자 장소이다.




작가 서명이 있는 작품 뒷면을 보는것도 흥미로웠다.




숙대 입구 07:00−09:00, 1991, 캔버스에 아크릴릭, 비닐 기법, 180×230cm

서용선의 도시에 대한 탐구는 자신의 동선과 유사하게 연결된다. 작가로서의 생활과 대학 강사로서의 생활을 병행하면서 집, 작업실, 대학 사이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려나간다. 그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연결되는 도시를 자신이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통해서 관찰한다. 교통수단의 창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과, 거리에서 이동을 위해서 거리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90년대 서울의 확장과 더불어 도시인의 삶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각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청계천에서›(1989), ‹낙성대 입구, 좌회전›(1992), ‹총신대 입구›(1997) 등과 더불어 90년대 서울의 경관과 사람들을 표상하는 중요한 증거물이다






빨간 눈의 자화상,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94cm. 골프존뉴딘홀딩스 소장

서용선은 화가로서 훈련받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자화상을 그렸다. 그가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도 자화상이다.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의 자화상은 점차 세상을 응시하고, 대면하고, 좌절하며, 받아들이며, 또한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 모습은 격렬하게 그리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은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한다. 이 작업은 언뜻 붉은 눈 때문에 괴물화되는 인간의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다양한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붉은색이 작가에게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색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붉은 눈’은 분노의 눈일 수도 있으며,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눈일 수도 있고, 다른 존재로 변해가는 눈일 수도 있다.


강렬한 느낌이 작가와 참 닮았다.




사가모어 힐,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190.3×136.7cm




돈암동 · 건널목, 1996, 캔버스에 아크릴릭, 350×200cm

돈암동 주변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돈암동에서 태어나고 미아리와 정릉 지역을 번갈아 이사하면서 살아갔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한동안 그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돈암동 지역에서 출발하여 일터를 향해 숙대입구, 강남, 총신대역, 낙성대역 등으로 이동했다. 이 작업은 돈암동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그림의 특이점은 검정색이 주조색이라는 점이다. 작가에게 검정은 빨강만큼이나 중요한 색으로 작용하지만, 회화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우) 세조, 2014


2층 한켠에 서용선 그림이 실린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중에 단종실록을 그림으로 그려낸 책이 무척 흥미로웠다.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에서는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도 전시 중이다.  



사진,글 - 예슬
(전시설명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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