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베니스 비엔날레, 상업주의에 물들어…한국관, 작품 결집력·주제 미흡
'베니스 비엔날레에 다녀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1895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50회를 맞는다)로서 세계 미술의 전시 시스템에 아직까지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매머드급 국제 이벤트를 체험한 소감은, 그러나 의외로 회의적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으로 미국에서 성장한 시카고 현대미술관 선임 큐레이터인 프란체스코 보나미가 주재한 이번 예배의 제목은 <꿈과 갈등(Dreams and Conflicts)>. ‘관객의 독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예술이 생산되고 있는 오늘날의 예술적·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다각도로 조망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라고 밝히면서, ‘꿈과 갈등’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 미술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주의 대 지역주의’의 이슈를 비엔날레의 중요 과제로 부각하고 있다. 닫혀 있고 파편화해 있는 국가적·민족적 정체성을 열려 있는 지구적 비전으로 풀어내는 종합을 시도하겠다는 의지이다. 여기서 꿈은 종합 국면을, 갈등은 종합을 위한 충돌과 대립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정치적인 예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예술의 정치학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유행과 효과만 좇는 광신도의 축제로 전락하나
그러나 국가관 전을 기획전 형식으로 시도한 데서 오는 작품들의 결집력 부족, 주제적 선명성 미흡, 한국관 건축 구조의 산만함, 커미셔너와 작가들의 견해 불일치 등이 겹쳐 관객뿐 아니라 참여 작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점은 아쉽다. 지금 스위스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아트페어인 ‘바젤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비엔날레가 미술의 올림픽이라고 한다면 아트페어는 미술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등장하는 작품의 색채나 전시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비엔날레 작품이 일정한 명분을 요구한다면, 아트페어는 철저한 실리를 요구한다. 때문에 비엔날레의 작품은 이런 명분과 스펙터클의 효과적인 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형식의 규정 속에서 내용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그 양자의 조화가 기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도 한국관의 전시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비엔날레가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대중에게 미술의 또 다른 이면을 제시한 긍정적인 면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비엔날레풍’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화하고 상업주의적으로 타락한 성전들을 전파한다든지, 그로 인해 예술의 순수성을 멸종시키는 헤게모니나 파워 게임, 스타 시스템에 몰두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면 또한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1년에 3개 이상의 비엔날레 급 국제전을 치르고 있는 국내의 과열 현상을 볼 때 비엔날레가 본질보다는 유행과 효과만을 좇는 광신도들의 축제로 전락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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