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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르네상스맨 큐레이터, 윤범모

김준기


손연칠, 윤범모 초상



큐레이터 윤범모. 낯설다. 그 이름을 큐레이터로 한정해 부르기 낯설 정도로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에 있어 윤범모라는 세 글자만큼 다양한 분야에 그 이름을 올린 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1970년대말 이래 그는 미술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해왔다. 저널리스트, 미술사가, 미술비평가, 미술품감정가, 저술가, 전시기획자, 미술관 디렉터, 게다가 시인으로까지 전방위 활동을 해온 그는 종합지식인이다. 글쓰기는 그의 시작이었다. 그 밑천은 미술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공부에서 나왔다. 할아버지로부터 어린 시절에 배운 한문은 그의 공부에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다주었다. 절 생활의 인연을 이어서 불경 공부를 하고, 자연스럽게 한국미술사를 접한 것이 큰 자산이었다. 미술잡지 기자 일을 시작으로 그는 미술언론에 발을 디뎠고, 거기에서 만난 선배들과의 인연으로 ‘현실과 발언’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미술평론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의 중심에는 늘 공부하고 글쓰는 일이 자리하고 있었다. 

통섭의 지식을 쌓는 큐레이터
그의 삶은 풍부한 체험의 연속이었다. 문학소년이었던 윤범모는 대학재학시절 은사들의 원고를 정리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전문적인 필자로서의 역량을 길렀다. 우연한 기회에 화실생활을 경험한 그는 미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무전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뉴욕생활 동안 그는 유수의 뮤지움과 더불어 세계적 거장 예술가들을 만났다. 한국의 도처를 여행한 그가 전지구의 미술을 체험하고 시야를 넓힌 시간이었다. 이어진 중국대륙과 중앙아시아 문명권 여행은 동아시아 미술, 나아가 동서문화교류사에 관심을 갖게 했다. 한국미술사에 대한 관심을 유라시아대륙의 문명사적 흐름으로 넓힌 일이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평양을 방문하고 일간지에 연재하기도 했다. 확실히 그는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지식인이다. 이렇게 많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통섭의 지식을 쌓은 그의 글은 언제나 자신감에 넘친다. 군더더기 없이 간단명료하게 실체에 다가서는 그의 문장은, 타이핑 이전의 원고지 글쓰기 시절, 파지 없이 단숨에 마무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공부선수 글쟁이다. 그는 기나긴 학문의 길을 걸어왔다. 동국대 미술사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뉴욕대 대학원 예술행정학과에서 수학했으며, 사우스 플로리다대의 연구교수를 지냈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초대 회장(1993년),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 초대 회장(2001년), 동악미술사학회 초대 이사장(2006년) 등의 학회 및 단체 활동을 하면서 공부하는 삶을 살아왔다. 또한 그는 쉼없이 글을 썼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했으며, 중앙일보에 입사해 『계간미술』 기자, 『가나아트』 편집주간 등을 지내며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미술과 함께, 사회와 함께』, 『한국근대미술』,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 『김복
진 연구-일제 강점하 조소예술과 문예운동』 등 많은 미술 저서를 냈다. 게다가 그는 시인으로도 활동해왔다. 1988년 시집 『불법체류자』로 등단했으며, 2008년 『시와 시학』 신춘문예 시 부분 당선하여 재등단했고, 『노을씨, 안녕』, 『멀고 먼 해우소』 등의 시집이 있다. 

그는 르네상스맨 큐레이터다. 그는 현 삼성미술관리움의 전신인 호암갤러리 개관 책임자로 활동하면서부터 큐레이터로 일했다. 고전과 당대의 미술을 두루 꿰고 있는 그의 해박함은 큐레이터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기 이전부터 큐레이터 일을 했다. 그 시절 그는 명함에 ‘전문위원, 영어로 치프 큐레이터(Chief Curator)라는 직함을 썼다. 이후에도 예술의전당 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의 개관 주역으로 미술관 활동을 했으며, <제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1995.9.20-11.20), <실크로드 미술기행전>(1992.10.30-11.18 동아미술관), <아트경주 12>(2012.8.30-9.3 경주시), <오윤 회고전>(2013.2.20-4.14 미부아트센터)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그의 넓은 시야와 해박한 지식은 역사 속에서 맥락을 캐내고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갈파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큐레이터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전시를 잘 만들거나, 유물과 작품에 대해 많이 알아서만이 큐레이터가 아니다. 윤범모의 삶과 일을 통해서 보건대, 통합의 지식인이라는 이상이야말로 큐레이터의 자질을 가늠하는 최선의 잣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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